GF인수 나선 인텔...삼성전자의 차기 M&A 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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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인수 나선 인텔...삼성전자의 차기 M&A 후보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7.20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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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NXP 인수시 TSMC의 車반도체 시장 장악 가능성↑
GF, 인텔 파운드리엔 호재, IDM엔 악재
인력·시설 확보 후 고객사 잃을 수 있어    
"삼성, 고객과 경쟁해도 파운드리 성장 가능" 주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GF)를 인수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차기 인수합병(M&A) 대상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다수 외신은 인텔의 GF 인수설에 대해 보도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복수의 언론에서 인텔이 파운드리 업체 GF를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며 "GF가 이에 대해 부인했지만 당사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GF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만드는 AMD가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생산 부문을 2012년 매각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AMD는 인텔이 독점하던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나타난 강력한 경쟁사다. 중저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사용자를 중심으로 ‘가성비’ 높은 AMD CPU의 인기가 높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AMD는 지난 2012년 GF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투자청에 매각하고 팹리스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다수 제품 생산을 GF에서 생산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GF는 AMD를 포함해 전세계 약 25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반도체 업계의 전망대로 인텔이 GF를 인수하면 AMD를 비롯한 다수 고객사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업계에서는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모토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삼성, NXP 인수시 TSMC의 車 반도체 시장 장악 가능성↑

업계에서는 인텔의  GF 인수 움직임이 향후 삼성전자의 M&A 기업 선정에 줄 영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기업을 목표로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초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성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10년내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기 위해선 파운드리 경쟁력을 제한하는 M&A를 선택할 수 없다. 파운드리 고객사 제품과 중첩되지 않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M&A 대상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사와 경쟁 구도가 파운드리 사업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게 하려면 M&A 후보군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몇년간 삼성의 M&A 대상으로 거론됐던 차량반도체 기업 NXP의 경우 성장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사업영역이 겹친다.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TSMC는 최근 기존 5nm 공정을 개선한 N5A 공정을 자율주행차량과 디지털 계기판용 반도체 생산에 배정하고,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생산하는 28nm 공정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극심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따라 파운드리기업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완성체 업체가 늘면서 기술 유출과는 별개로 자동차 반도체 고객사와 사업 영역에서 경쟁 역시 파운드리 영업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이 만약 NXP를 인수할 경우 5nm 공정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용(FSD)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고 있는 테슬라와 관계는 물론 인피니언, 온세미컨덕터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관계도 감안해야 한다. 

자칫 삼성이 NXP를 손에 넣는 대신 TSMC가 성장성이 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텔이 GF를? 인력·시설 확보 후 고객사 잃을 수 있어    

인텔 역시 이 같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사와 경쟁 구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GF가 그간 확보한 AMD를 비롯한 고객사와 전문 인력은 파운드리 경험이 부족한 인텔에게는 강점이면서도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의 강점은 역시 CPU(중앙처리장치)”라며 “IP(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IT기업의 맞춤형 반도체 제작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반도체를 개발하거나 자사 데이터센터용 CPU를 만들고 있다. 

KT역시 AMD의 고객사다. 인텔이 GF를 인수할 경우 고객사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사진제공=KT
KT역시 AMD의 고객사다. 인텔이 GF를 인수할 경우 고객사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사진제공=KT

GF는 CPU 제조사인 AMD 자회사였다. IBM 역시 GF에서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했다. GF가 인텔의 강점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관련 설비와 설계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텔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파운드리 관련 인력 1만5000여명이 GF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GF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이면서, 지난 10년간 25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 같은 요소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인텔의 시너지를 증폭시켜줄 수 있는 요소다.

반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하는 경쟁 반도체 회사와 거래할 경우 자사 반도체 설계도를 비롯해 생산 수량, 단가, 수율은 물론 제품 출시 시기 등을 공유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에서의 강점이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의 약점으로 작용해 고객사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특성상 수백개의 고객사로부터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 자체 물량이 전체 수주물량의 50%에 이르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10나노 이하 경쟁력 확보로 시장우위 지킬 수 있어

한편 이 같은 고객사의 경쟁 관계는 초미세 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삼성의 AP(모바일중앙처리장치) 성능이 굳이 고객사의 기술을 참고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현재 업계에는 반도체를 가져다주면 설계도를 그려주는 업체도 있어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객사가 기술 유출을 걱정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히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한 상황에서 고객사와 경쟁 구도가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쟁구도 보다는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갖춘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고객사와 경쟁 구도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서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의 경쟁 구도 보다는 삼성 사업 전반의 구도가 M&A 기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경쟁사의 장점과 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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