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겸손한 리더' 유재석이 보여준 슈퍼스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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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겸손한 리더' 유재석이 보여준 슈퍼스타 경제학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7.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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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말도 많고 소문도 무성했던 유재석의 향후 거취가 안테나 뮤직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유재석과 유희열 안테나 뮤직 대표의 조합만으로도 기대가 큰 이른바 ‘유유 시너지’ 창출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의사결정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안테나 뮤직을 170억원에 인수한 카카오는 유재석을 영입하기 위해 계약금만 100억원 이상을 썼다.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몇 십억 제의는 흔한 일이지만 드라마, 영화, K-POP과 달리 예능 분야의 톱스타 한 명에게 계약금으로 1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건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엔터테인먼트산업 경쟁이 킬러 콘텐츠 확보에서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슈퍼스타 1명이 갖는 파급효과는 플랫폼이 대세인 지금도 변함 없어 보인다.

No.1을 향한 선택과 집중, 슈퍼스타 경제학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슈퍼스타 경제학은 익숙한 용어이다. 한 명의 독보적 스타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톱 10급 스타 파워의 몇 십배를 상회한다. 2008년, 가수 서태지는 GM대우의 토스카 광고에 ‘계약기간 3개월, 출연료 12억’ 대우를 받아 거품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해 자동차 토스카 판매는 급증했다. 슈퍼스타 효과의 단적인 예다. 

유재석 역시 방송계에서 걸어 다니는 중견기업으로 통한다. 방송 및 광고 출연료 등을 고려하면 그의 1년 수입은 70억에 육박한다. '무한도전' 출연 시절, MBC는 유재석이 이끄는 '무한도전' 한 편으로 매년 500억이 넘는 광고수입을 벌어들였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를 붙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다.

안테나 뮤직을 통해 유재석에게 거액을 제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여러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는 것보다 확고하게 최정상을 유지하는 유재석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예능,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분야를 통틀어 20년 넘게 최정상을 유지하면서도 별 다른 잡음이 없는 인물은 유재석이 유일하다. 

유재석 영입에 계약금 100억원, 기타 알파 등 부가 조건을 통해 총 200억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의 투자에 대해 업계에서 과도한 투자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다. 10년 전, 종편이 채널 인지도 확보를 위해 스타급 PD와 유재석, 강호동을 붙잡기 위해 엄청난 거액을 제시했던 사례도 지금의 카카오 투자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1995년 SBS는 드라마 '모래시계' 한편으로 KBS, MBC와 맞먹는 지상파 이미지를 완전히 굳히는데 성공했다. 지상파에서 종편, 케이블, 유튜브, 넷플릭스 등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추세에 확고한 시청자층을 잡기 위해 슈퍼스타 확보는 필수다. 콘텐츠보다 플랫폼이 우세인 상황에서도 유재석과 같은 슈퍼스타 콘텐츠는 플랫폼 그 이상을 의미한다. 

예능인 유재석. 사진=연합뉴스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유재석의 겸손한 행보

예능인 유재석은 방송을 통해 늘 대중에게 친숙하고 소탈한 행보를 보인다. 지금도 업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가 스태프, 대중에게 권위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보통의 연예인들이 정상급 위치에 오르면 자기 중심적인 행동을 보여 비난을 받지만 그는 늘 다른 이를 높이고 자신을 겸손하게 낮춘다. 

자본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그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쩐의 전쟁, 이른바 머니 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신생 채널이 생길 때마다 유재석 영입을 위해 역대 최고의 출연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늘 기존 활동 영역을 고수하며 거액 자본의 유혹을 거절,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유재석은 언론과의 접촉을 늘려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1991년 데뷔한 그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아 이런 저런 시사 매체에서 그와 관련된 특집 기사를 준비했으나 유재석이 정중히 거절하는 바람에 진행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최근 들었다. 자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그의 면모가 또 한 번 드러난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에 유재석이 선정되자 대다수 배우들이 박수도 치지 않고 시큰둥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었다. 뒤이어 영화부문 대상에 이준익 감독이 선정되자 모든 배우들이 기립박수를 친 모습이 대비되며 소위 말하는 유재석 홀대 논란이 일었다. 예능을 홀대하는 배우들의 거만한 자세는 대중의 질타와 후폭풍을 초래했다. 

유재석은 2000년 한 인터뷰에서 “뜨고 나서 변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이 안 되리라 다짐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항상 겸손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진솔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교만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어떤 벌을 줘도 달게 받겠다는 기도까지 했다고 한다.

유재석은 21년 전, 위의 진솔한 자기고백을 대중에게 약속했고 지금도 그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20년 넘게 그가 슈퍼스타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권위와 명예를 겸손하게 내려 놓아야 오랜 기간 대중에게 환호와 지지를 받고 리더로 인정받는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은 그래서 유재석에겐 통하지 않는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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