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편치 않다"..'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속 미묘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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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인플레 편치 않다"..'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속 미묘한 변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7.1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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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상원 금융위서 "인플레, 편치 않다" 언급
장기적 인플레 정상화 강조했지만, 시장 우려 일축하던 연초와는 다른 모습
미 공화당 위원들 "지나친 안도는 더 큰 문제 불러올수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지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시각이 미묘하게 바뀌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지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시각이 미묘하게 바뀌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또다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연준이 정한 고용과 물가목표와 관련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현 수준의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시장을 안심시키는 발언에 뉴욕증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파월 의장의 시각은 미묘하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연초와는 달라진 파월의 시각...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이번 물가상승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면서 "경제 재개와 관련된 충격이 물가상승률을 2%보다 훨씬 위로 끌어올렸고, 당연히 우리는 이런 상황이 편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연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단번에 일축했던 파월 의장의 모습과는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이 주요 해외 언론들의 분석이다.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지표를 보면 파월 의장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08년 8월 이후 13년래 최대폭 상승세다. 당초 전문가들은 4.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치를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월대비 4.5% 급등했는데, 이는 1991년 11월 이후 30년래 가장 높은 수치다. 

폴리티코는 "이 모든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의 상당한 양을 먹어치우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택가격의 급등세도 만만치 않다. 올해 4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인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6% 올라 34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CNBC는 이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의 공격적인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인플레이션이 결국 정상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주택 구매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미 경제수장들 "성급하면 오히려 더 문제"

파월 의장과 옐런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너무 성급하게 움직일 경우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통화정책을 섣불리 바꾸는 것은 너무 늦게 바꾸는 것보다 위험이 더 크다"며 "우리를 비롯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지금의 물가 상승률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실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미 국채 금리를 그 이유로 꼽기도 했다. 연초 한 때 1.7%를 넘어섰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에는 1.25% 아래로 내려앉더니 현재 1.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옐런 장관은 "미 국채금리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는 시장의 견해를 나타낸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여러 척도가 중기적인 관점에서 잘 억제돼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고 잘 억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성급히 통화정책 변경에 나선다면 오히려 그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과 경제적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미 경제 수장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팬턴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현 시점에서 파월 의장이 결코 실현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을 위협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미 공화당 의원들 "인플레 심각...지나친 안도는 더 문제"

그러나 오히려 지나치게 안도하는 경제 수장들의 모습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실제로 시장은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 발언이 나올 때마다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치솟았을 때에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상원 금융위에 출석한 파월 의장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은 날선 질문들을 퍼부었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연준의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사이렌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은 연준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 역시 "만일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수년전과 같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파월 의장에서 "과연 인플레이션에 대해 염려하고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반면 진보성향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회복하기도 전에 금리를 인상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우려하며 파월 의장에게 통화정책을 변경하라는 압력을 거부할 것을 당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언급하며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공화당 의원들의 거친 공세와, 불안한 민주당 의원들의 호소를 막아내느라 분주했다"고 언급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장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여전히 불균형한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지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같은 대규모 통화정책을 펼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엇갈리는 분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역사상 유일한 현상"이라며 "많은 재정 및 통화지원을 받아 20조달러의 경제를 다시 연 또다른 사레가 없는 만큼,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것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오는 8월 와이오밍주 잭슨홀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테이퍼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더욱 정확한 시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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