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향방]① 중동의 형제였던 사우디-UAE, 어쩌다 멀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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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향방]① 중동의 형제였던 사우디-UAE, 어쩌다 멀어졌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7.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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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놓고 이견 표출...OPEC+ 회의 결렬
사우디 경제적 부상 놓고 UAE의 견제 심화됐다는 평가도
양국간 동맹 끈끈해 결국 봉합된다는 분석이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원유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원유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동의 형제'라 불릴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먼 중동 국가들의 갈등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산유국인 이들의 갈등이 유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국제사회에 원유 공급 측면의 큰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어 이들의 관계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OPEC+ 회담 결렬...양국간 이견 노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국의 협의체인 OPEC+ 회담의 결렬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미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됐어야 할 OPEC+ 회의는 몇차례 연기된 끝에 여전히 추후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석유수요가 큰 타격을 입고 유가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자 OPEC+는 2020년 4월 감산에 합의하고 2022년 4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OPEC+의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1년이 지난 2021년 3월 유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유가가 오르자 지난 2일 OPEC+ 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올해 8~12월 매달 하루 40만배럴 증산하고, 내년 4월까지인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UAE가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UAE는 석유생산할당량(쿼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는데, 이 기준대로라면 다른 회원국은 물론 사우디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UAE측의 주장이다. UAE측은 감산 쿼터를 늘리지 않는다면, 증산만 결정을 하고 감산 완화 기간은 추후 논의하자고 주장했는데, 사우디 측은 증산과 감산완화 합의 시한 연장을 모두 결정해야 한다며 UAE 측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제안대로라면 UAE는 산유량의 18%를 줄여야 하는 반면 사우디의 감산폭은 5%에 그치고, 러시아의 경우 오히려 5% 증산하게 된다.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UAE는 현재 생산능력의 약 35%를 포기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의 평균치(22%)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 FT측 설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벌어진 양국간 균열

해외 언론에서는 두 나라의 미묘한 갈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엿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원유 공급을 두고 OPEC+ 내에서의 갈등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경제, 외교, 지정학적 부문에서도 의견차이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터키 매체인 데일리사바는 "사우디와 UAE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다양한 지역적·국제적 문제에 대해 둘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고 심지어 서로 다른 정책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예멘 공습이었다. 지난 2015년 사우디와 UAE는 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과 걸프협력회의(GCC) 동맹을 형성하고 예멘 공습에 나섰다.

이후 2019년 UAE가 예멘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철수하면서 우군을 잃은 사우디만 전쟁터에 남게 됐고, 이것이 사우디를 불쾌하게 만들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 

이와 함께 2017년 초 사우디와 UAE, 바레인 등은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으나 지난해 1월 사우디 주도로 카타르에 대한 무역 및 금수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당시 UAE 측은 마지 못해 사우디 주도의 협상을 따랐으나, '화해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우디 역시 UAE가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서자 이 결정에 대해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고, 사우디는 아직까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고 있다.  

OPEC+ 회의가 결렬되고 난 이후에는 양국의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사우디는 지난 4일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UAE에 대한 여행을 금지하고, UAE에서의 입국 또한 금지했다. 이슬람의 최대 휴일을 앞두고 이같은 조치가 내려지면서 평소처럼 두바이에서 휴가를 즐기려던 이들의 발이 묶이게 됐다.  

사우디는 이와 함께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특혜 관세 폐지를 선언하고, 특히 이스라엘 부품 등을 사용한 중동 국가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도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UAE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UAE의 경제는 '자유무역지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UAE와 이스라엘은 관계를 정상화한 후 양국 기업들간 교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의 이번 조치로 인해 이스라엘 투자자가 전액 혹은 일부 소유한 회사나, 이스라엘 부품을 포함하는 물품들은 관세혜택 자격을 상실하면서 UAE 역시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 2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2024년까지 중동지역의 본사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옮기지 않으면 사우디 정부와의 계약을 끊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의 중동 본사는 UAE의 수도인 두바이에 위치해있다. 

중동 매체인 알자지라는 "이는 UAE가 이 지역의 무역과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위상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보다 적극적인 경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BBC는 "중동 지역의 뛰어난 상업 중심지였던 두바이의 지위가 도전을 받고 있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치하에서 사우디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 전략을 채택하면서 관광, 금융서비스, 기술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암 부연구원은 "사우디는 이 지역의 거대 국가로 부상하고 있고, 그것이 UAE의 가장 큰 걱정이기도 하다"면서 "15~20년 사이에 사우디가 역동적인 경제로 변모한다면 이는 UAE의 경제 모델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언론 "양국 균열이 원유시장 뒤흔들지는 않을 것"

양국간 균열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균열이 원유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우디 분석가인 알리 샤하비는 BBC에 "비록 UAE의 경직된 입장이 사우디에는 충격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균열이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양측 모두 과거에는 훨씬 더 큰 의견충돌을 보였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이라며 "사우디와 UAE 관계의 기본은 너무나 강해서 양국 동맹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사바 역시 오피니언을 통해 "여러가지 이견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 UAE가 강력한 동맹을 맺어온 것은 이들이 의견 차이를 보인 부분들이 동맹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이 서로 직접적이고 근본적으로 반대하게 만드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동맹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는 원유 시장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 

이 매체는 "UAE의 요구가 사우디에게 완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으로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비슷한 비전, 비슷한 난제를 겪고 있는 사우디와 UAE는 서로보다 더 믿을만한 동맹국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OPEC+ 회의에서의 갈등도 결국에는 봉합될 것이라는 서명이다. 

중동 매체인 알자지라는 양국간 이견으로 인해 원유 시장이 출렁일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도 UAE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을 냈다. 

이 매체는 "OPEC+의 강력한 감산 조치로 유가가 더이상 붕괴되는 것을 막아냈지만 너무 일찍 증산에 나서는 것은 에너지 가격 반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UAE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사우디와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니면 보다 독립적인 정책을 추구하기로 결정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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