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도쿄올림픽기간 식당서 '주류판매 금지'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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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도쿄올림픽기간 식당서 '주류판매 금지' 파문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7.11 11: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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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조치 선언
정부, 계도 거부 업체에 금융 제재 시사 큰 파문
스가 총리, 긴급사태선언으로 주류 판매 중지 강조
니시무라 장관과 국세청의 초법적 대응이 큰 파문
일관성 없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질린 일본인들
김재훈 일봉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봉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도쿄에서 신형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음식점의 주류 판매 중지를 시행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후 니시무라 야스토시 신형 코로나 대책 담당 장관과 국세청이 내놓은 강경한 대응 방침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는 물론 야당과 자민당에서까지 ‘지위 남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고, 니시무라 장관은 지난 9일, 자신의 발언은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니시무라 장관의 해명과 발언 철회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의 분노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매번 일이 닥치면, 손바닥 뒤집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질렸다는 목소리도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지난 8일, 스가 총리는 도쿄의 신형 코로나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로 네 번째 ‘긴급사태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 10일, 일본 TBS의 정보 방송인 ‘신·정보 7days 뉴스 캐스터’에 출연한 정치 저널리스트 타자키 시로 씨는 애당초 ‘긴급사태선언’보다 수위가 낮은 ‘만연방지 등 중점 조치’를 연장하는 방침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코로나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 긴급사태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니시무라 장관 발언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라는 자막과 함께 정부 코로나 긴급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는 지난 9일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니시무라 장관 발언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라는 자막과 함께 정부 코로나 긴급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는 지난 9일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 사진=TV아사히화면 캡처.

한편,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급사태선언 기간에는 특히 음식점에 주류 제공을 일률적으로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니시무라 장관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국세청의 대응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니시무라 장관은 법에 기초한 요청, 명령이라며,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주류를 제공하는 음식점이 휴업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점포의 정보를 금융 기관에 제공해, 휴업을 재촉할 방침이라고 발언했다. 업소에 주류를 판매하는 도매업자들도 휴업에 응하지 않는 음식점과 거래를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 감염증 대책 추진실’과 국세청까지 나서 주류 도매업자들에게 주류 제공 음식점과의 거래를 중지할 것을 문서로 요구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국가가 문서로 요청, 정부 요청에 응하지 않는 주류 제공 음식점과 거래 중지’라는 자막과 함께 NHK의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국가가 문서로 요청, 정부 요청에 응하지 않는 주류 제공 음식점과 거래 중지’라는 자막과 함께 NHK의 메인 뉴스 ‘뉴스워치9’. 사진=NHK화면 캡처.

이와 관련해서 지난 9일, 일본의 모든 공중파 방송의 메인 뉴스와 10일, 주말 정보 방송에서도 장시간에 걸쳐 다루고 있을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 이후, 관련 업계에서 큰 발발이 일어났다며, 많은 주류 도매업체들과 음식점들이 정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주류를 판매할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업계들이 코로나 지원금을 신청해도 지급되지 않거나, 매우 늦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런 가운데 나온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에 분노를 느낀다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10일, 니혼TV의 주말 정보 방송인 ‘웨이크업’에 출연한 요미우리신문의 하시모토 고로 특별편집위원은 일본 정부가 부정 수급 방지와 매출 파악이 되지 않아 코로나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해서 정산하면 되는 일이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지난 9일, TV도쿄의 메인 뉴스인 ‘WBS’에서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자금 융통 지원을 해 줄 것을 금융 기관에 요청하면서, 이번과 같은 요청을 하다니, 엉망진창이라는 한 대형 은행 간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간부인 아즈미 쥰 의원은 금융 기관에 말을 듣지 않는 음식점에는 대출해 주지 말 것을 정부 측이 요청할 권한은 법률상 어디에도 없다며, 이것은 단순히 위협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의 오만한 태도라고 반발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총선거를 앞두고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비판이 분출하는 한편, 많은 언론에서도 ‘지위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지난 9일 오전까지 스가 총리는 니시무라 장관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자의 질문에 니시무라 장관이 그런 취지의 발언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됐다.

이렇게 사태가 계속 커지자, 지난 9일, 니시무라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금융 기관은 음식점을 포함한 사업자와 관계가 깊어 철저한 감염 방지책 준수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출을 제한할 의도는 없었고 지위 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지난 8일의 발언을 철회했다.

‘권한도 없이 강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을 생각한다면 즉시 사퇴하는 것이 좋다. 국민의 분노를 사기 전에’라는 입헌민주당 간부인 아즈미 의원의 발언을 9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권한도 없이 강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을 생각한다면 즉시 사퇴하는 것이 좋다. 국민의 분노를 사기 전에’라는 입헌민주당 간부인 아즈미 의원의 발언을 9일 보도하고 있는 TV도쿄의 메인 뉴스 ‘WBS’. 사진=TV도쿄화면 캡처.

니시무라 장관의 해명에도 일본 누리꾼들은 자민당 정권의 본모습이 나왔다며 국민의 생명은 후 순위로 보고 있다는 등, 분노에 찬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은 개최하면서 음식점은 제대로 열지도 못하는데, 땜질식 코로나 대책은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철회했다고는 해도 니시무라 장관의 발언은 관련 업계 사람들이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선언과 함께, 도쿄와 수도권에서 열리는 모든 올림픽 경기는 무관중으로, 그 외 지역의 경우는 관중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에 홋카이도와 후쿠시마의 지사들이 반발하자 부랴부랴 무관중 개최로 변경하는 등, 일본 정부의 땜질식 대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일본 국민의 분노가 계속 커지고만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일본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많은 일본 국민이 반발하고 있지만, 지난 4일 열렸던 도쿄지방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2번째로 낮은 42.39%에 머물렀다. 게다가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는 아니더라도 가장 많은 의석을 획득했다. 이에 인터넷에서만 외치고 투표는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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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2021-07-11 17:54:59
참... 조삼모사도 정도가 있는데

뭉탱이로있다유리게슝 2021-07-11 14:52:11
라미씨 항상 감사드립니다~

올림픽 2021-07-11 12:37:20
https://www.yna.co.kr/view/AKR20210710026600073?section=international/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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