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기업 미국 등 해외증시 상장 강력 규제 선포···디디추싱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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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국기업 미국 등 해외증시 상장 강력 규제 선포···디디추싱 후폭풍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7.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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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속 중국 기술기업 미 상장 '급제동' 걸려
'주가 폭락' 디디추싱, 미국·중국서 주주들 소송 직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6일(현지시간) 밤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사진=중국CCTV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6일(현지시간) 밤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사진=중국CCTV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이 앞으로 자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장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6일(현지시간) 밤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당·정은 지침에서 향후 국무원이 자국 주식회사가 외국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자국 주무 기관의 감독 책임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당·정은 또 해외 주식 발행 및 상장과 관련된 비밀 유지에 관한 규정과 데이터 안보,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유통, 비밀 정보 관리 등에 관한 규정도 서둘러 완비함으로써 해외 상장 기업들의 안보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이번 지침을 발표하면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절대다수가 미국 증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침은 다분히 미국 증시 상장 제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 당·정은 증권 시장과 관련된 각종 불법 행위를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히 처벌함으로써 '공포 효과'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공안과 검찰 등 기관의 전담 조사 인력을 늘리고 조직도 키우기로 했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디디추싱 조사가 시장의 뜨거운 이슈가 된 가운데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데이터 안보(보안) 문제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번에 나온 지침의 초점은 데이터 안보,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비밀 유지 관리 등에 관련된 법규 정비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사이버 감독 당국은 지난 5월 이후 미국 증시에 잇따라 상장한 디디추싱, 만방(滿幇)그룹, BOSS즈핀(直聘) 3개 사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했을 위험이 있다면서 인터넷 안보 심사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이 자국 기술 기업이 가진 민감한 지리 정보나 고객 정보가 대량으로 미국 측에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해 자국 기업들에 미국 증시 상장을 자제하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신냉전 본격화 이후 중국은 자국의 유망한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국의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이런 기류 속에서 알리바바, 징둥, 바이두 등 이미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여러 중국 기술기업이 잇따라 홍콩 증시에서 추가로 상장해 미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콰이서우(快手) 등이 첫 상장 장소로 홍콩 증시를 선택했다. 디디추싱과 만방, BOSS즈핀 3사는 '중국 회귀' 조류를 거슬러 미국으로 갔다가 결국 화를 입게 됐다.

디디추싱은 상장 사흘 만에 중국 당국의 규제로 주가가 폭락하자 중국과 미국에서 투자자들의 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라바톤 슈샤로우 등 미국 로펌들은 디디추싱을 상대로 소송을 선언하며 주가 하락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 증시 관련 집단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하오쥔(郝俊) 변호사도 지난 4일 디디추싱 투자 피해자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뉴욕증시에서 6일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주가는 전장보다 19.6% 떨어진 주당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인 14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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