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넘게 오른 샤넬백…넘쳐나는 수요에 소비자만 '호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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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넘게 오른 샤넬백…넘쳐나는 수요에 소비자만 '호갱'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7.0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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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인기제품, 최대 14% 가격 인상
6개월만 벌써 3번째 인상…212만원 ↑
수백만원 붙여 되파는 ‘업자 부작용’ 심각
A/S 받을 때도 몇 시간씩 대기해야
“수요 넘쳐나니 당분간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
이날 1일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샤넬은 주요 가방의 제품 가격을 8~14%가량 인상했다. 사진은 인상 전 샤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오픈런에 참여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지난달부터 소문으로 돌았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의 가격 인상이 1일 현실로 드러났다. 주요 인상 품목은 샤넬에서 인기가 높은 샤넬 클래식 플랩백과 보이백이다. 

이날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샤넬은 주요 가방의 제품 가격을 8~14%가량 인상했다. 인상폭이 10%대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샤넬 클래식 스몰은 785만원에서 13.8%가 올라 893만원이 됐다. 클래식 미디엄은 864만 원에서 971만 원으로 올라 1000만 원대에 육박했다. 클래식 라지 사이즈의 경우, 기존 942만원에서 1014만원으로 7.6% 오르면서 1000만 원대 가방에 등극했다. 

이밖에 보이 샤넬 스몰 플랩 백은 614만 원에서 666만 원으로 8.5% 올랐고, 미디움 671만 원에서 723만 원으로 비싸졌다. 샤넬 측은 “제작비와 원가, 환율에 변동에 있을 경우 지역별로 가격 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본사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샤넬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앞서 국내 명품 관련 주요 커뮤니티 등에서는 7월 1일을 전후로 샤넬이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샤넬은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지만 미국 매장 방문객들이 점원으로부터 인상 계획을 들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최대 12%에 가까운 ‘역대급’ 인상 소문에 지난 6월 30일에는 가격이 오르기 전 마지막 샤넬백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은 물론, 백화점 앞에 텐트를 치며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평소에도 샤넬 매장의 ‘오픈런’ 현상은 유명하지만,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2~3배 더 많은 고객이 몰렸다.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최대 12시간이 넘도록 백화점 앞에서 대기했다.

샤넬 측은 매년 두세 차례 3~5% 가량의 가격을 올려왔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에 19 플랩백 미디움의 가격을 629만원에서 643만 원으로 2.2% 올렸고, 2월에는 트렌디 CC백을 631만원에서 668만원으로 5.9% 인상한 바 있다. 이번 인상까지 6개월 간 벌써 세 차례 인상이다. 212만 원이나 오른 제품도 있다.

문제는 넘치는 수요에 부족한 공급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리셀러’ 문제다. ‘업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인기 많은 제품을 구해 구매가격에 플러스 알파된 가격, 즉 ‘플미’(프리미엄)를 붙여 다시 판매한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오픈 전 날부터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 훨씬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선점할 수 있다. 

샤넬은 특정 마니아층이 뚜렷하게 존재하고, 결혼 예물로도 인기가 많기 때문에 타 명품보다 더욱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제주신라호텔에 샤넬이 팝업 부티크 스토어를 한시적으로 오픈하자, 샤넬백을 구하기 위해 제주도 원정까지 간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업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물건을 되파는 과정에서 제품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여 시장을 교란시키고 그 과정에서 업자들은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다.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탈세 문제도 얽힐 수 있다. 

현행법상 판매자가 인맥과 자금력을 동원해 얻어낸 특권으로 제품을 얻은 게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되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중고거래라도 반복적으로 영리를 추구한다면 신고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업자들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만큼 샤넬 측에서 이들을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리셀 제품은 교환·환불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정품을 모방한 모조품을 속여 팔아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명품 브랜드는 연초에 가격을 조정하지, 중반에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일이 거의 없다”며 “샤넬은 지난 2010년대 초중반부터 유독 국내 시장에서만 과하게 가격을 인상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 않아 ‘갑질이 아니라 값질’을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품질에 관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50만 명이 가입해 있는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소비자는 “A/S 접수하려고 해도 웨이팅을 하라고 하는데, 무슨 가방을 1000만 원에 파는지 아이러니다”며 “그 가격을 주면서 가방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몇 시간 씩 매장 밖에 세워놓고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샤넬 측의 서비스 정책이 황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 다른 소비자도 “회사 월차까지 쓰고 새벽에 일어나 5시간을 기다려 겨우 매장에 들어갔지만 인기 제품은 하나도 없고 퀄리티도 기대 이하”라며 “리셀러, 고객 서비스, 퀄리티 등 전반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샤넬 살 일은 없을 듯”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샤넬 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샤넬코리아의 매출은 9295억 원, 영업이익은 1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코로나 상황에도 전년(1109억 원) 대비 34.4%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1068억 원으로 전년(810억 원)보다 31.7% 늘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샤넬이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수요가 넘쳐나니 한동안 샤넬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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