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제타격론…이번에도 대화로 방향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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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제타격론…이번에도 대화로 방향 돌릴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2.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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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차례 정밀타격 검토…트럼프 행정부서 다시 대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개발이 완료되기 이전에 북한을 「정밀타격」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란 전면전을 배제하고 핵시설등 북한의 주요 부위만 수술대에서 메스를 가하듯 정밀하게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미군의 국부적인 공격이라도 북한은 전면전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커지게 된다.

밥 코커(테네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북핵 청문회에서 “북한의 위협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또 며칠전에 한국을 마치고 돌아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12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가진 국방장관회담에서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반드시 격퇴될 것"이라며 "어떤 핵무기의 사용에 대해서도 효과적이며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강경기조로 바뀌고 있다. 매티스 장관이 취임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반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양국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3월 실시하는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훈련 등 한미군사훈련의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올해 훈련에는 미군의 가공할 미국 전략무기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백악관이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해 전임 행정부들과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7일 정책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기 /위키피디아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은 앞서 두차례 검토한 적이 있다. 1994년 1차 핵위기때와 2003년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직후다.

① 1994년 1차 핵위기

제1차 북한 핵 위기는 빌 클린턴 대통령(1993년 1월~2009년 1월) 취임 초기에 발생했다.

1994년 3월 1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 사찰단을 철수시키자,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월 19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한 박영수 대표는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고조됐다. 당시 박영수 대표의 발언은 북에 대한 제재 문제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이 벌어진 와중에 나왔다.

미국은 영변 원자로를 폭격하기 위해 군함 33척과 2척의 항공모함으로 동해에 배치시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전화를 해 “절대 전쟁만은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② 2003년 2차 핵위기

2003년 2차 북한 핵위기는 조지 W. 부시(2001년 1월~2009년 1월) 행정부의 초기였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다.

2002년 10월 3일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한 관리들과의 면담에서 고농축우라늄(HEU: High Enriched Uranium) 개발계획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HEU 계획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HEU 계획을 이유로 제네바 합의에 의한 중유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북한은 12월 12일 중유공급을 전제로 취했던 핵동결을 해제하고 핵시설 가동과 건설을 즉각 재개한다고 맞대응을 했다. 그후 2003년 들어 미국은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했고, 북한은 IAEA 사찰단 추방,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등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상황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았다.

 

두차례의 북한 핵위기가 고조될 때, 미국은 북한 핵시설을 공격할 것을 검토했다. 김영삼 정부 때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고,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만 공격하는 제한적 공격(surgical attack)을 시도했다.

백악관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두 차례의 한반도 핵위기때마다 태평양 주둔 미군 사령관이 백악관에 불려가 ‘one-million, ten-million’을 주장했다고 한다. 즉 미국의 공격이 남북한간 전쟁으로 확전되고, 북한이 재래식 화력을 모두 소진할 경우 1백만명이 사망하고, 1천만명이 부상당한다는 보고였다.

북한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놓고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수많은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국은 한국군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공격시 한국군이 필연적으로 동원하게 된다. 미군이 북한 핵시설만 떼서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군의 동맹국인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재래식 화기가 남한을 향해 불을 뿜을 경우 휴전선에 인접한 수도권에 수많은 사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을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앞서 두차례의 핵 위기에서 클린턴 행정부나 부시 행정부 모두 북한에 대한 정밀타격을 보류했다. 미군의 공격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고, 그 경우 수많은 한국 국민이 살상되는 것을 미국이 감당할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2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과의 충돌로 일어나)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규모 면에서 제2차 세계대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양상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동원되는 병력과 화기 규모를 고려하면 이 전쟁은 1차 한국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처럼 매우 복잡하고, 사상자도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정권의 운명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한반도 긴장 상태가 지난 20년 동안 최고 위험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사망자 수는 40만5,399명이었으며, 한국전에서는 3만6,574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국전 당시 한국인 사망자 수는 수백만 명인 것로 추산됐다.

▲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출동한 미국 항공모함. /위키피디아

2차 대전때 규모의 살상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미국은 어떻게 책임져야 할 것인가. 앞서 두 번의 경우는 6자 회담으로 풀었다. 돌이켜보면 6자 회담이 소용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미국은 당시에 그 길밖에 선택의 방법이 없었다. 부시 행정부 당시 강경파였던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결국엔 대화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그 결과로 북한은 더 강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더멀리 가는 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준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서 최근 다시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론은 미국의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나오곤 했다. 1994년 1차 핵위기때엔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초기이고, 2차인 2003년은 조지 부시 행정부 초기였다. 대통령이 국제정세를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걸린다. 앞서 두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미국의 무력으로 쓸어버리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다가 현지 사령관과 실무 외교관들의 현실론을 듣고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슷한 강성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앞서 클린턴이나 부시 때엔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에 도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북한은 미국 영토까지 발사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두차례의 경우처럼 수많은 한국민이 피를 흘릴 것을 걱정한 시절과 달리 미국이 공격당할 가능성을 높게 볼수도 있다.

국내 정세도 우리에게 불리하다. 앞서 미국에서 선제공격론이 나올 때는 김영삼, 노무현 정부가 확고히 권력을 잡고 국가위기에 대처하고 있을 때였지만, 지금은 대통령 탄핵 국면에다 차기 정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토대가 취약한 상태에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대응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당사국들이 강경 일변도로 길을 재촉하고 있다. 도발은 북한이 먼저했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현재의 국면에서 평화로 가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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