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⑰ 1세기를 이어가는 '꿈의 공장' 디즈니
상태바
[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⑰ 1세기를 이어가는 '꿈의 공장' 디즈니
  • 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 승인 2021.06.22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월트디즈니가 형 로이와 함께 헐리우드에서 첫 스튜디오 Disney Brothers Cartoon Studio를 설립한 것은 1923년이었다.

초창기 단편 만화영화들의 실패가 이어졌지만 1928년 증기선 윌리 시리즈에서 미키마우스가 처음 등장하면서 꿈의 공장 디즈니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월트 디즈니가 1966년 사망하고 1980년대 재정적인 위기도 겪었지만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디즈니는 꿈의 공장으로서 영역을 확대하고 더 많은 컨텐츠를 공급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고부동한 선두 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은 후발주자지만 디즈니사의 컨텐츠 플랫폼(OTT)인 디즈니+는 지난 4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1억 360만명으로 1억명을 돌파했다. 막강한 컨텐츠 보유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빠르게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애플 TV+, 기존 HBO MAX와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판데믹은 컨텐츠 플랫폼 기업들에게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일상 생활에서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이 모두 강한 디즈니

디즈니는 OTT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디즈니랜드 등 놀이공원 시설의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피해가 함께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재개가 기대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기반의 디즈니랜드, 극장에서의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분야의 부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디즈니사의 컨텐츠 플랫폼(OTT)인 디즈니+는 지난 4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1억 360만명을 기록하며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컨텐츠 기업 디즈니의 강점은 100년전 출발 시점에서 현재에 이르는 동안 끊임없이 강화되고 확장되어온 결과다.

디즈니의 경영전략을 다룬 디지니 웨이(The Disney Way)에서는 핵심 경영전략을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하라(Dream, Believe, Dare, Do)”로 요약한 바 있다.

월트 디즈니가 생쥐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한 캐릭터 미키 마우스에서 마블의 세계관속 영웅들에 이르기까지 꿈을 현실에서 창조해온 경험이 디즈니의 역사가 되고 있다. 그 100년의 여정 속에 디즈니의 성장을 가능케 한 결정들이 존재한다.

1923년 첫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흑백 단편영화에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는 형태의 작품을 출시하던 디즈니는 1928년 미키마우스를 처음 등장시킨 '증기선 윌리'라는 작품을 출시한다. 이 '증기선 윌리'는 소리가 함께 한 첫 만화영화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성공으로 재정적인 여유를 확보한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를 신문 연재 만화에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면서 회사의 체제도 Walt Disney Productions, Limited. 라는 법인 형태로 바꾸게 된다.

'미키마우스' '백설공주'로 거둔 성공 신화

디즈니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로 장편영화에 도전한다. 그 이전 미키마우스의 영화를 포함, 모든 만화영화는 실사 영화의 상영 전에 잠깐 주의를 끄는 용도로 제작되었던 10분 미만의 단편이었다.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장편 만화영화는 3년의 제작과정을 거쳐 1937년 12월 첫 상영한 이후 총 수익 800만달러를 거둬 당시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에 등극하게 된다. 당시 제작비는 150만달러였다. 이후 여러 차례 재상영되었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된 역대 최고 흥행영화 10위에 올라있다. 이 흥행성공으로 디즈니는 1940년 기업 공개를 단행한다.

2차대전을 지나고 난 뒤 디즈니의 장편만화영화가 재개되면서 흥행돌풍도 이어갔다. 신데렐라(195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 피터팬(1953)이 출시되었고 실사영화였던 로빈후드(1952) 등이 출시되었다.

만화영화의 흥행 속에 디즈니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이어 갔는데, 1954년에는 ABC 방송을 통해 디즈니의 첫 TV시리즈를 시작했고, 디즈니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1955년 7월 공식 개장한 디즈니 랜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로 출발해 확장과 개선을 거듭하며 전세계 놀이공원의 표준이 되었다.

ABC방송을 통한 TV시리즈와 실사영화 메리포핀스(1964) 등으로 활력을 이어가던 디즈니는 1966년 월트 디즈니가 폐암 합병증으로 사망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월트 디즈니 사후 동업자였던 형 로이 디즈니가 경영을 이어가면서 1971년에는 플로리다주에 디즈니 월드를 개장했고, 정글북(1967)등의 장편 애니메이션도 출시되었다. 하지만 로이 디즈니도 1971년 사망하고 디즈니 형제 이후의 디즈니 시대가 열리게 된다.

장편 만화영화로 로빈후드(1973), The Fox and the Hound(1981) 등이 출시되었고 최초로 외부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와 협력한 뽀빠이(1980), 용사냥꾼(1981) 등도 발표한다. 1982년에는 디즈니 월드의 두번째 테마파크인 EPCOT이 완공되었고 1983년에는 첫 해외 테마파크인 도쿄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경영 성과는 점차 악화되어갔으며 1984년에는 디즈니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어어졌고, 결국 파라마운트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가 디즈니의 CEO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5월 13개월만에 재개장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디즈니랜드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인용 영화제작과 공격적 M&A로 입지 강화

마이클 아이스너는 기존 디즈니의 가족영화만 제작하던 전통을 깨고 성인용 영화제작사인 터치스톤 픽처스를 설립한다. 터치스톤에서 굿모닝 베트남(1987), 죽은시인의 사회(1989), 프리티 워먼(1990) 등의 히트작을 발표한다. 이어 과거 히트 영화에 대한 비디오 출시를 시작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디즈니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이 당시 디즈니는 돈 심슨,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과 제휴(1991), 와인스타인 형제의 미라맥스 인수(1993), 미국 3대 방송사의 하나인 ABC 방송 인수(1995), 케이블 TV 전용 스포츠 채널 ESPN 인수(1996)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확장을 바탕으로 아이스너 체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순항했으나 공동창립자의 아들 로이 E. 디즈니와의 불화 등으로 2005년 CEO가 밥 아이거로 교체되고 이후 공격적인 디즈니의 확장은 더욱 가속화된다.

2006년에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제작한 픽사를 인수했고, 2009년에는 헐크, 스파이더맨 등 5000여종의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에도 2012년 루카스 필름 인수, 2017년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초기 디즈니 형제의 흑백단편 만화영화에서 장편만화영화, 실사영화, 테마파크와 TV시리즈, 성인용 영화, 마블 캐릭터와 스타워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탄생하고 산업화한 엔터테인먼트와 컨텐츠는 디즈니와 함께 성장해왔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가총액 3000억달러의 디즈니가 탄생한 것이다.

OTT를 기반으로 컨텐츠 유통에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디즈니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