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고"... '갤럭시폰' 아닌 삼성 '노트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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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고"... '갤럭시폰' 아닌 삼성 '노트북' 이야기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6.15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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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패널 텍스트 가독성 떨어진다는 지적
가격은 중화권 제조사 보다↑성능은 '하이엔드' 대비↓
사실상 애플과 삼성의 생태계 경쟁
업무 중심인 노트북 판매 감소시 생태계 약해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삼성전자의 노트북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가 애플 제품과 중화권 제조사의 중저가 제품 사이에서 적절한 자리를 차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품 간 연결성 강화가 최근의 추세인 상황에서 노트북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애플과'제품 생태계' 경쟁에서 삼성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트북 제품으로는 최초로 언팩(제품 공개 행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갤럭시 북 프로 360’과 ‘갤럭시 북 프로’ 2종의 노트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을 공개할 때 언팩 행사를 진행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화상수업 등 노트북 수요가 늘면서 노트북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식 출시한 지 2달이 지난 현재 각종 노트북 리뷰를 다루는 커뮤니티와 유명 IT 유튜버들 사이에서 갤럭시 북 시리즈는 ‘애매하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삼성전자가 앞서 출시한 일반 소비자형 노트북 중 상위 등급인 ‘이온’과 ‘플렉스’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프로’라는 이름이 들어가 소비자들도 기대가 높았다. 그간 삼성전자는 글로벌 노트북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기타’로 분류되며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는 인텔 최신 11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삼성 노트북 중에는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가격은 1.56형과 13.3형 등 패널 크기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에 따라 갤럭시 북 프로가 130만~251만원, 갤럭시 북 프로 360은 181만~274만원이다. 

가격은 중화권 제품보다 높은데 성능은 '최상급' 아냐

애플의 맥북에어 13형 가격은 129만원부터 시작한다. OLED가 아닌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하고 애플이 자체 개발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용이한 M1칩을 채택했다. 

CPU 등 노트북 성능을 검사하는 시네벤치, 긱벤치, 3D마크 결과를 보면 인텔 11세대 코어 (i7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 성능이 M1 탑재 제품과 비슷하거나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갤럭시 북 프로 모델 역시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다만 영상편집이나 그래픽 디자인 등 고스펙 노트북을 사용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프로’라 불릴만한 스펙이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같은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수스, 레노버 등 중화권 제조사의 노트북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고 인텔 코어 i9 등을 탑재한 맥북 프로에 비하면 성능이 낮아 ‘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디스플레이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풀HD화질의 OLED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뛰어난 명암비, 화려한 색감 표현 등이 유튜브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를 시청할 때 만족감을 준다는 평과 함께 텍스트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제기된다. 

유명 IT 유튜버 ‘잇섭’은 이같은 현상을 OLED 특유의 번인(화면 번짐 현상)현상을 늦추기 위해 청색소자의 크기를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문서작업 시 불편하다는 리뷰를 공개했다. 

노트북 마니아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FHD화질을 지적하며 텍스트 가독성, 시인성 등이 떨어진다는 글들이 눈에 띈다. 
  
갤럭시 ‘에코시스템’ 영향은?...애플 아이패드는 사전예약 조기완판

이 같은 갤럭시 북 프로에 대한 평가는 자칫 삼성전자가 구상 중인 ‘갤럭시 생태계’를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을 출시하며 하드웨어간 연결성을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북 언팩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DNA와 PC의 강력한 성능을 결합했다”며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재택근무 수요가 늘어난 요즘 스마트폰과 업무의 중심인 노트북의 연결성이 강화해 이용자 이탈을 예방함과 동시에 하드웨어 제품군 전반에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에코시스템’이라 부르는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와 노트북 등 하드웨어간 연결성에서 노트북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상 애플과 삼성의 생태계 경쟁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노트북 시장에도 소비 양극화가 나타난다”며 “하이엔드 제품과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아이패드
위젯 기능이 추가된 태블릿PC용 OS '아이패드OS15'. 사진=애플

하이엔드 제품에는 애플의 맥북 시리즈가, 중저가 제품에는 레노버, 에이수스 등 중화권 제조사 제품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의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는 비보·오포·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는 아직 노트북 시장에서 진출하지 않았거나 노트북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애플과 삼성만이 노트북, 태블릿, 워치,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대회 2021(WWDC 2021)’에서 연결성을 강화한 iOS15 등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맥북에 탑재한 M1칩을 아이패드5세대에도 적용하면서 태블릿 성능을 끌어올리자 국내 오픈마켓에서는 사전예약 시작과 함께 조기 매진 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같은 M1을 사용하면 태블릿과 노트북 사이에 소프트웨어 최적화해 연결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요즘 기기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이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한 제품에 대한 평가가 브랜드 이미지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이 애플과 비교해 ‘하이엔드’제품군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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