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톺아보기] ‘초봉 6천’ 스트레스?...네이버·카카오·넥슨엔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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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톺아보기] ‘초봉 6천’ 스트레스?...네이버·카카오·넥슨엔 무슨일이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6.0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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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에도 '갑질'이? 
정규직이 면접보러 다녀야 하는 넥슨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 과로...인사평가도 문제
업계 경쟁력 위해서라도 문화 바뀌어야
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
연일 터지는 정치·사회 뉴스에 빠져 정작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IT트렌드를 놓치기 일쑤죠. IT기술, 인포테인먼트 소식입니다. 흐름을 놓쳤다간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오피니언뉴스는 매주 주요 IT, 과학기술, 게임 소식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줄 IT뉴스를 주로 다루려합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올 초까지만 해도 프로그래머를 구하지 못해 IT 업계가 ‘사이닝 보너스’ 등을 제공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엔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던 네이버·카카오·넥슨에서 노무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빠른 성장과 보상이 강조되는 구조 속에서 부조리한 근무환경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IT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갑질'이? 

이들 기업이 개발자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들이 가고 싶은 기업 1~2위에 꼽히는 곳입니다. 반면 알려진 이들의 근무 환경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네이버는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 리더의 직무를 정지했습니다.

카카오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서 근로기준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카카오는 ▲ 임직원 116명분의 연차수당·15명분의 연장근로수당 등 총 1억3000여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 직원 18명이 법정 한도인 월 52시간을 넘겨 연장 근무를 했고 ▲ 임신한 직원 10명이 초과 근무 등 5건의 시정조치를 받았습니다. 

해당 근로감독은 카카오 직원들의 청원으로 진행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시 근로 감독은 조사가 시작된 날로부터 1년 이내 기간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합니다.

카카오 개발자 근무일지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는 일부 개발자가 월 최대 313시간을 일하거나 휴일 없이 11일 연속 야근을 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정규직이 면접보러 다녀야 하는 넥슨

여기에 더해 게임업계 1위인 넥슨에서도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넥슨 노조는 지난 1일부터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사측이 기존 게임 프로젝트 중단으로 1년 넘게 새로운 업무를 배정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임금 삭감과 3개월 대기 발령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입니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에 따르면 넥슨과 자회사 네오플은 전환배치팀(R팀) 소속 직원 중 1년 이상 업무에 재배치되지 않은 직원 16명에 대해 3개월의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습니다. 

대상자 16명은 대기 발령 3개월 간 휴업 수당으로 정상 임금의 75%만 받고, 회사가 지원하는 200만원으로 외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대기 발령 기간이 끝나면 회사에 돌아와 면접을 보고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될 기회를 받습니다.

정직원을 상대로 한 대기발령과 면접 기회 제공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넥슨의 특이한 프로젝트 진행 방식 때문입니다. 

넥슨은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직원들을 면접을 통해 뽑아 투입합니다. 넥슨의 정직원들이 면접을 봐서 개별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겁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당 직원들은 다시 다른 프로젝트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를 구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기 벤처 단계에서 빠르게 성장한 국내 IT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확장에 나서며 조직관리 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추기 못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규모는 대기업인데 아직도 규모가 작은 벤처 기업의 사고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한다는 겁니다.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 과로...인사평가도 문제

IT 업체 노조가 다수 속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IT 업계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인 과로에 노출돼 온갖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일명 '갑질'로 통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스트레스까지 헤아린다면 IT 노동자의 고통과 부담은 더욱 크고 깊다"고 강조했습니다. 

수평적이라 평가받던 조직문화가 오히려 ‘성골’로 불리는 초기 멤버 또는 오너와 가까운 ‘이너서클’에 권한을 몰아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넥슨 등 국내 게임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는 요즘, 이들 기업의 근로 환경과 문화는 곧 IT 업계의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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