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이준석 돌풍’에 ‘586 세대교체론’으로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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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이준석 돌풍’에 ‘586 세대교체론’으로 응답해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교수
  • 승인 2021.05.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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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예비경선 결과, 이준석 1위로 컷오프 통과
기득권해체 원하는 시대 목소리 반영된 결과
이준석 현상, 민주당내 개혁진영에 자극제 될 수 있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내년 대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여의도 정가는 ‘이준석 돌풍’으로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에 부는 ‘이준석 돌풍’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포함하여 여의도 정치권 전반을 내동댕이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지금 여의도는 ‘이준석 돌풍’이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세대교체’, ‘기득권 해체’ 등 정치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정치개혁의 신호탄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여러 가지 한계로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견제심리가 서로 교차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민여론이 예상했던 대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보란 듯이 1위를 차지했다. 30대 나이에 한 번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는 ‘0선’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세대 반란’을 일으키며 50~70대의 4·5선급 중진들과 맞서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당 안팎의 전문가들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의 세기와 강도를 볼 때, 그의 돌풍이 본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신진인 초선의 김웅·김은혜 후보가 컷오프되면서 세대교체를 열망하며 이들에게 줬던 지지가 이 전 최고위원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신진 단일화를 이룬 이 전 최고위원이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초·재선 의원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8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표 예비선거결과, 이준석 후보가 1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표 예비선거결과, 이준석 후보가 1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제1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면서 ‘이준석 돌풍’을 이어가자 민주당은 변화와 혁신 이미지를 야당이 선점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담감을 내비치며 위기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준석의 바람이 지금은 국민의힘에 몰아치고 있지만 이 변화의 바람이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게도 거세게 몰아칠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위기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돌풍을 정말 놀라면서 보고 있다. 한편으론 부럽고 또 무서운 현상”이라며 “과연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다면 대한민국 정치가 어떻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의 빠른 변화에 대해 굉장히 부럽게 보고 있다. 또 초선 의원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며 “국민의힘 이미지 자체가 낡고 고루했지만 새 변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굉장히 유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이준석 돌풍’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우선 ‘이준석 현상’이 나오는 배경과 의미를 여러 실마리를 통해 찬찬히 살펴보고, 대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4일 전당대회 홈페이지에 올린 ‘손편지’를 통해 “오만한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독선과 아집을 부수고, 그들이 독점해온 우리 사회의 많은 권한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하고 그들과 소통하겠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런 소신은 ‘이준석 신드롬’이 여야(與野) 공히 뻔한 586 기득권 정치, 효능감 제로의 기성정치, 낡은 꼰대정치에 대한 미래세대의 실망, 반감, 저항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소신이 586 운동권이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겨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586중심의 민주당 질서에 대한 2030세대의 반감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로 확인된 바 있다.

물론 ‘이준석 돌풍’을 극단적인 페미니즘운동에 대한 반감과 연관시켜, ‘이대남’(20대 남자) 등 젊은 남성층의 지지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한 때 지나가는 바람’으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아바타’이기에 ‘계파정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시각의 가능성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준석 돌풍’에서 놓치지 말고, 제대로 봐야할 것은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고 있는 586세대의 기득권에 대한 ‘세대교체’와 ‘기득권 해체’를 바라는 시대정신일 것이다. 

586 기득권 해체와 세대교체를 모토로 하는 이준석의 급부상은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더민초’의 좌절과 비교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초선들의 자성과 분투가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뒤 ‘조국 사태 사과’를 주장하며 반성문을 낭독했던 민주당 초선 5명은 친문 강경파의 무자비한 문자테러와 따돌림에 의해 진압당했다.

지난 5.2 전당대회에서 송영길(5선) 홍영표(4선) 우원식(4선) 등의 중진 공세에 민주당 초선들은 감히 도전장을 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586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패밀리적 관계로 구축된 민주당의 위계질서는 ‘집단주의적 원팀’을 강조하기에 정치신인들의 도전과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게 다반사다. 이런 폐쇄적이고 위계서열중심의 집단주의문화는 민주당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막고 그토록 욕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조직질서와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의 역동성의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는 친문(親문재인 대통령)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전재수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데 대해 “굉장히 부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속도 좀 쓰린 측면이 있다”며 “역동적이고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게 얼마 전까지는 우리 당, 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언제 저게 저기로 갔지?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준석 돌풍에 대해 “무섭다”며 “만약에 우리 당이었으면 어땠을까. 국민의힘이 언제 저렇게 괄목상대해졌을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일 치러진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는 송영길, 홍영표, 우원식 후보 등 중진 의원들만 나섰다”며 “불과 한 달 전에 우리 당 전당대회를 보면 굉장히 비교가 되지 않나”라고 했다. 그리고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좀 보수적이고, 고루하고, 포마드 바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우리보다 훨씬 더 젊고, 변화한 이미지가 돼가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바뀌지 않으면 뒤처지겠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민주당 지도부와 초선의원들은 ‘이준석 돌풍’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국민의힘에서 불고 있는 ‘이준석 바람’이 민주당이 ‘구태 꼰대 정당’ 이미지로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여 ‘이준석 돌풍’을 빨리 차단하려고 하는 잔머리는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된 ‘586의 기득권의 폐해문제’를 공론화시켜 드러내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에서 “586 세대교체론”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586세대의 기득권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는 ‘불평등의 세대’를 쓴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 교수다. 그는 2019년 8월 1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규직 중심의 조직노동계와 유착한 586운동권 그룹의 기득권적 태도를 통계를 통해 학술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586 세대가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기회와 특권으로 후속세대에게 분배돼야 할 부와 권력을 지난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이제는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정규직 노조와 자본이 연대해서 하청과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구조다. 1% 대 99%가 아니라 20%가 80%를, 또는 50%가 50%를 착취하는 사회”라고 진단하면서 586세대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IMF 위기 속에서도 상위소득 10%의 상층조직노조는 임금소득을 19%씩이나 올리면서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더욱 벌리고, 고통분담을 회피하면서 민주화의 과실을 독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노동계와 연계된 586 운동권이 민주화의 과실을 독점하고 고통분담을 외면한 채 상위소득 10%를 견제하지 않고, 충실히 그들의 기득권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잠정적 결론으로, 남녀 성별을 떠나 2030세대가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페미니즘정책’ 때문이 아니라 집권당을 이끄는 ‘586 운동권의 불공정과 기득권 수호정책’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보는 게 적절하다.

따라서 대안도 586 운동권의 기득권 타파의 연장선상인 세대교체론에 기초하여 부동산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상식적이다. ‘노사정 고통분담론’에 기초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와 ‘징벌적 과세주의’를 중단하고 ‘주택소유 제한에 대한 국민적 합의마련’이 그 핵심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왜 ‘586 세대교체론’을 당의 핵심기치로 내세워야 할까? 그 근거는 많다. 지난달 민주당이 20~3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조사 결과 민주당을 의인화한 이미지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무능한 40-50대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략기획국은 키워드로 볼 때 ‘촛불’ ‘등대’에서 ‘위선적’ ‘내로남불’ ‘무능력’ 쪽으로 바뀌었다는 자체평가를 내놓았다. 이러한 인식에서 봐도 권력엘리트의 교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당선은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족적이 될 것이며, 동시에 우리 민주당엔 충격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이제 국민의힘과 혁신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에서 ‘이준석 돌풍’에 대한 화답으로 ‘586 세대교체론’이 공론화되기를 기대해본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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