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무한변신]③ 외국서도 러브콜…파트너 잘 만나면 年 100개도 '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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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무한변신]③ 외국서도 러브콜…파트너 잘 만나면 年 100개도 '너끈'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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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몽골·말레이시아서 인기 몰이
GS25, 올해 몽골 진출…CU와 만난다
현지기업에 경영노하우 전수& 로열티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
파트너사의 역량에 따라 확장성 달라지는 건 '변수'
지난 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연 CU 1호점 `CU센터포인트점`에서 직원들이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 BGF리테일
지난 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연 CU 1호점 `CU센터포인트점`에서 직원들이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 BGF리테일
이제 편의점은 과거 삼각김밥과 컵라면 등 저렴하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방문하던 곳이 아니다. 막 만든 치킨과 핫도그는 물론이고, 집과 자동차도 살 수 있다. 올해 ‘5만 점포’ 시대를 연 편의점 업계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실험을 펼치는 중이다. 어떤 모습으로, 왜 변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동남아·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한국 편의점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연 편의점 CU는 단숨에 현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개점 열흘 만에 소비자 1만 명 이상이 몰렸고, 현지 세븐일레븐 등 경쟁업체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정도며, 끊이지 않는 방문객들 때문에 교통정리가 필요해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후문이다.  

CU는 연내 말레이시아에 50개 점포를 열 예정이며, 2025년까지 매장 500개를 출점할 계획이다. 이처럼 가파른 확장을 목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이 꼽힌다. 해외 사업 진출의 부담은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CU, 몽골 이어 말레이시아 진출…‘MF’ 덕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말레이시아의 기업 마이뉴스 홀딩스(Mynews Holdings)의 ‘러브콜’을 받은 것은 지난해 5월쯤이다. 해당 기업은 1996년부터 로컬 편의점 브랜드 ‘마이뉴스닷컴’을 530여 개를 운영 중인 오래된 편의점 전문기업이지만 만년 2위였다. 일본계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2400여 개 점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집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마이뉴스 홀딩스는 타개책으로 ‘한류’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열풍으로 K-푸드 선호도도 동시에 높아지자 한국의 편의점을 말레이시아에 들여오기로 한 것.

마이뉴스 홀딩스는 점포수 기준 국내 편의점 1위인 CU와 손을 잡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직접 한국을 찾아 BGF리테일 측과 협상을 이어나갔으며 수 십여 차례 화상회의로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CU는 말레이시아에 직접 진출 대신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간접 진출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란 기업이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브랜드 사용 권한과 운영 노하우 등 전반적인 경영 시스템을 다 전수해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해외 사업 진출에 대한 투자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로열티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어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현지 기업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진출국의 시장동향, 법률분쟁, 상권 분석 등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CU는 지난 2018년 8월 몽골에 진출해 점포 수를 110여 개로 확장하며 몽골 편의점 업계 1위에 올라 있다. 몽골에 진출한 방식 역시 현지 기업 센트럴익스프레스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덕분이다.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몽골 최대 규모의 광산 및 풍력발전 프로젝트 독점 공급 업체인 프리미엄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로, 2015년 몽골 최초의 편의점을 선보이며 유통업에 진출했다. 몽골 편의점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30년 편의점 운영 노하우를 갖춘 BGF리테일 측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CU는 향후 2022년까지 300개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CU, GS25의 해외 진출 현황. 자료=각 사
국내 편의점 CU, GS25의 해외 진출 현황. 자료=각 사

GS25도 MF로 몽골 진출…CU랑 맞붙나

CU의 라이벌 GS25도 최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점포를 열었다. 니스렐점, 초이진점, 파크오드몰점 등 3개 매장을 동시에 열었으며, 특히 니스렐점은 몽골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칭기즈칸 광장과 정부 청사, 의사당 등이 밀집한 곳에 있어 카페형 인테리어와 특별 주류 구색이 강화된 플래그십 스토어로 콘셉트를 강화했다. GS25 관계자는 “2025년까지 몽골 내에 500개 점포를 여는 게 목표”라고 했다. 

GS25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현지 기업은 숀콜라이 그룹으로, 몽골 내 주요 산업별로 굵직한 자회사 12개를 보유한 재계 2위 그룹이다. 특히나 몽골 내 주류·음료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사도 보유해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향후 GS25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GS25는 몽골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드라마 방영, 공식 모바일 앱 론칭 등 현지 마케팅도 동시에 진행한다. 양사는 몽골이 40대 이하 젊은 세대 인구 구성비가 전체 인구의 70%에 육박하는 특성을 고려해 편의점 채널에 적합한 상품 구색·제휴·마케팅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할 계획이다. 

특히 몽골에서 K-드라마 등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토대로 GS25가 배경인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를 지난 18일부터 몽골 NTV에서 방송했다. 또 몽골 GS25 공식 모바일 앱 ‘GS25MN’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론칭을 마쳤으며, 우리동네딜리버리, 반값 택배 등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생활 서비스 플랫폼을 현지에 맞는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미 CU가 몽골 편의점 업계 1위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인 만큼 GS25와 CU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맞붙게 됐다.

GS25는 2018년 초 베트남 손킴그룹과 손을 잡고 지분 30%를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GS25는 올해 3월 베트남 100호점을 오픈하며 외형 확장에 본격화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베트남 진출하기로 하고 현지 유통사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계획이 백지화돼 결국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 CU는 베트남 진출을 다시 도전하기 보다는 다른 나라를 물색하겠다는 입장이다. 

CU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베트남 시장에서 GS25와 승부를 겨뤄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린 반면 GS25는 몽골에서 점포 3개를 동시에 개점하고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선의의 경쟁은 할 것 같다”며 “국내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실적이나 선호도가 기업에게는 자존심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사 경영 능력이 ‘관건’

편의점 업계 외에도 많은 요식업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선택한다. 치킨 브랜드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그룹이 마스터 프랜차이즈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BBQ는 전세계 57개국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해외 5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BBQ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제너시스비비큐글로벌(비비큐글로벌)’을 통해 해외사업을 전개한다. 이밖에도 교촌치킨, 두끼떡볶이, 카페베네, 마포갈매기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영토 확장을 꾀한다. 

하지만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이 국내 기업들에게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파트너사의 역량에 따라 해외 매장의 서비스, 상품 품질, 브랜드 이미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파트너사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면 현지서 성공하기 힘들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운영 방식과 노하우를 다 전달해도 파트너사 역량이 부족하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선생님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학생이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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