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무한변신]① '5만 점포 시대' 물량 경쟁은 끝났다…너도나도 '리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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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무한변신]① '5만 점포 시대' 물량 경쟁은 끝났다…너도나도 '리뉴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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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공화국’…신규 출점 힘들어져
CU, 편의점 맞춤형 솔루션 제공
GS25, 미래형 편의점 구축에 집중 투자 중
세븐일레븐·이마트24, 프리미엄 전략 펼쳐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음료를 고르고 있다. 사진=pixabay
이제 편의점은 과거 삼각김밥과 컵라면 등 저렴하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방문하던 곳이 아니다. 막 만든 치킨과 핫도그는 물론이고, 집과 자동차도 살 수 있다. 올해 ‘5만 점포’ 시대를 연 편의점 업계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전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실험을 펼치는 중이다. 어떤 모습으로, 왜 변하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올해 국내 편의점은 ‘5만 점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말 기준 5개사 점포수는 브랜드별로 CU 1만4923개, GS25 1만4688개, 세븐일레븐 1만501개, 이마트24 5165개, 미니스톱 2607개를 보유 중이며, 중소 브랜드 및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포함하면 이미 5만 개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2018년 4만 개를 넘어서면서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집 건너 한 집’이 편의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신규 점포 출점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 이에 국내 편의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을 십분 활용해 ‘리뉴얼’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편의점 주치의’ CU·‘스마트한 편의점’ GS25

지난해 점포수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한 CU는 현재 ‘점프업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선보인 ‘클리닉 포 CU’를 개선한 프로그램으로, 상권 변화, 운영 미숙, 시설 노후 등으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맹점들을 위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근처 초·중·고등학교가 많은 곳에 위치한 점포의 경우, 도난 등에 의한 상품 로스율을 파악해 매대 구성을 계산대에서 잘 보이는 방향으로 배치하고, 위쪽에 대형 거울을 설치하는 등의 리뉴얼을 진행한다. 단순히 노후된 매장을 새 매장처럼 바꾸는 것이 아닌 ‘편의점 주치의’처럼 문제가 뭔지 진단을 해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해주는 것.

CU에 따르면 지난 5년간 4500여 점포가 개선 프로그램의 집중 관리를 통해 수익을 높였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400여 점포가 참여해 평균 22.9% 매출이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주변 상권에 맞춰 점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리뉴얼을 단행한 마포구의 한 CU 점주는 “매대 위치를 바꾸고, 조명 개수와 제품 가짓수도 늘리니 그 전에 비해 손님 연령대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BGF리테일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생협력팀을 파견해 현장 정밀 진단을 거친 후 파트별로 집중 관리 및 컨설팅이 이뤄진다. 올해부터는 점주 연구위원제도를 별도로 신설해 가맹점주들의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GS25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편의점에 구축하고,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스마트한 미래형 혁신 점포로 리뉴얼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의 GS25 편의점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GS25는 금융 서비스 공간을 편의점에 구현해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미래형 라이프스타일 편의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GS25 매장의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전자기기를 통해 신한은행 직원과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며,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를 겨냥한 특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 적금을 넣으면 GS25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은행 창구 업무는 MZ세대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다”며 “MZ세대는 편의점의 주요 미래 고객으로서, 24시간 열려있다는 편의점 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금융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GS25는 2025년까지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SEMS, Smart store Energy Management System)을 전 점포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점포에 있는 전기 장비,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원격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 근무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점포의 냉난방기기, 냉장·냉동 장비의 온도, 간판 점등, 실내 조명 조절, 전력 사용 관리 등 매장 전력량을 관제하고, 관리·제어 할 수 있다. 

GS25는 “현재 전개 중인 하이브리드 점포와 같은 미래형 편의점 컨셉에도 필수로 설치되어야 하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 한 것으로, 경영주는 외부에서도 SEMS를 통해 전기 및 기기의 운영 상태 점검, 냉장비 A·S 선제 대응 등이 가능해짐으로써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무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고 밝혔다. 

미래형 편의점의 가장 대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인편의점에도 앞장서고 있다. GS25의 무인 편의점(상시무인점+야간무인점 등)의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전년 대비 110개 점포가 늘어 약 290여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GS25 측은 기존 야간 운영을 하지 않던 점포가 무인 편의점으로 야간 운영을 시작한 경우 일평균 매출이 8.2% 증가해 소비자들의 무인편의점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야간 무인 운영 점포의 야간 시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9% 신장을 보였다.

이마트24 와인/주류전문매장 내부. 사진제공=이마트24
이마트24 와인/주류전문매장 내부. 사진제공=이마트24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거는 이마트24·세븐일레븐

그런가 하면 업계 3, 4위인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점포 차별화에 나섰다. 1, 2위 CU와 GS25의 점포수가 1만5000여 개에 달하고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달 70~80여 개씩 점포수를 늘린 것을 보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속사정이다. 

이마트24는 올해 신규 출점보다 프리미엄 점포 ‘이마트24 리저브’ 매장 확장에 집중한다. 지난 2017년 첫 리저브 매장으로 선보인 예술의전당점 매출이 전에 비해 30% 증가하자 이마트24는 포화상태에 놓여있는 편의점 점포수를 무한정 늘리기보단 '멀리서라도 방문하고 싶은 편의점'을 만들자는 전략을 구상했다. 현재는 약 400여 개에 달하는 점포를 리저브로 운영 중이다. 

리저브 매장은 편의점보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장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카페나 대형 서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원테이블이 편의점 중앙에 놓여있고,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타 편의점 매장보다 넓고, 상품 수도 훨씬 다양하다. 매장에 따라서는 2층 카페도 마련했다. 

또한 스무디킹 숍인숍(매장 안의 또 다른 매장), 애플 정품 액세서리 판매 매장, 와인/주류 전문매장, 농협상품 특화매장, 수입과자 특화매장 등 기존 편의점에서 볼 수 없었던 전문 특화 상품 편의점으로서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실제 리저브 매장의 일 평균 매출은 200만 원 이상으로, 일반 매장 대비 평균 고객수는 54.8%, 평균 매출은 50.7% 높다. 

서울 이마트24 리저브 매장에서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저희 매장은 커피도 손님이 직접 내리고, 다른 편의점에서 필수로 하는 튀김 음식도 하나도 안 한다”며 “물건 수도 마트 수준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달 ‘세븐팜’이라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통합 브랜드를 출시하고 매장 한 켠에 신선 야채, 과일, 축산물, 수산물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1인 가구가 주요 방문 층이라는 것을 토대로 대부분 1~2인용 소용량 상품으로 구성했다. 

세븐팜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세븐일레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된 농산물 판매 코너였지만,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며 이를 신선식품 전략 브랜드로 전환했다. 앞으로 세븐일레븐의 모든 자체 신선식품은 세븐팜으로 일원화 된다.

실제로 편의점 장보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달 10일까지 야채와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76.0%, 71.0% 증가했다. 냉동육류도 1인 가구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같은 기간 110.2%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주요 주택가 상권 400여개 점포를 세븐팜 특화 매장으로 지정하고 전용존을 구성해 운영한다. 올해 100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매장 리뉴얼을 단행하는 이유는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4만7884개에 달하는 편의점 점포수는 인구 1000명 당 1개 수준으로, ‘편의점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2280명당 1개)보다 인구당 점포 밀도가 높다. 

또한 업계는 2018년 경쟁사라도 50m~100m 이내 새 매장 내는 것을 자제하는 자율규제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점포의 신규 출점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신규 출점 여력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래 본다면 예전보다 확장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게 업계의 첫 번째 임무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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