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실패한 중국의 對 호주 '무역보복'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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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실패한 중국의 對 호주 '무역보복' 1년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1.05.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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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중수출 약 8조7천억 감소
대체 시장 확대로 상당 부분 상쇄  
로위연구소 “중국의 경제적 압박 전략 실패”...
“호주 정책 완화, ‘본보기 메시지’ 별 효과 없어”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5월로 중국의 대호주 무역보복 조치가 시작된지 1년이 지났다. 이번 조치이후 호주의 대중국 교역 손실(value of lost trade)은 약 100억 호주달러(한화 약 8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호주는 그동안 대중국 무역보복에 따른 대체 시장을 찾으면서 상당 부분 상쇄(offset) 시키고 있다. 현재까진 양국의 교역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DFAT) 2017~2018년 통계에 따르면 ‘호주-중국 교역량’은 1946억 호주달러(한화 약 169조원)로 호주 전체 교역 중 약 4분의 1(24.4%)를 차지했다. 2~4위는 일본(9.7%), 미국(8.8%), 한국(6.5%) 순이었다.
 
2020년 5월 중국은 호주산 보리(barley)에 80% 관세를 부과하며 대호주 무역 제재의 서막을 열었다. 호주와 중국은 지난 2015년 자유무역협정(China-Australia Free Trade Agreement)에 서명했다. 그러나 양국의 외교 관계 악화로 시작한 중국의 대호주 무역 제재는 보리를 시작으로 포도주, 랍스터, 목재, 석탄 등 여러 상품으로 확대됐다. 

서호주 쿨린(Kulin)의 보리 경작자 그래엄 로버트슨(Graeme Robertson)은 1년 전 막 수확을 끝낸 시기에 중국의 80% 관세 부과가 발표됐을 때 비즈니스가 망했다는 공포심을 가졌었다.  중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보리 수출 가격이 부분 폭락했지만 호주는 사우디 아라비아 등 대체 시장을 찾으며 1년 후 상당히 회복했다.  

2017~2018년 호주 국가별 교역 현황. 자료=호주 외교부.
2017~2018년 호주 국가별 교역 현황. 자료=호주 외교부.

호주 통계국(AB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호주산 보리는  단지 3만3000톤이 중국에 수출됐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가  150만톤의 호주산 보리를 수입하며 최대 시장이 됐다.   

서호주 보리 농가들은 올해 거의 기록적인 풍작을 거두었다.  로버트슨은 “한 나라(시장)가 닫혔지만 다른 나라가 열렸다. 이제 자신감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호주산 석탄에 대해 ‘비공식 수입규제(informal import restrictions)’를 발동했다. 중국 수출이 제로가 됐지만 인도 수출이 크게 늘었다. NSW 석탄수출항인 뉴캐슬(Newcastle)을 떠나는 수송선 5척 중 1척이 중국행이었지만 현재는 제로다. 지난 2019년 호주산 석탄의 대중국 수출은 137억 호주달러(한화 약 12조원)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0월까지 약 47%가 격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는 중국대신 동남아시아로 석탄 수출을 늘려 중국 피해를 줄이고 있다.  

자원부장관 출신인 이안 맥팔레인(Ian Macfarlane) 퀸즐랜드 자원위원회(Queensland Resources Council) 위원장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no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는 교훈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수출 시장 다변화로 중국의 호주산 고가품 수입은 줄었다. 가격에 민감한 시장(price-sensitive markets)에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와인과 랍스터 등 프리미엄 수출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호주 와인 생산자는 작년 11월 최대 122% 관세 부과로 대중국 수출이 사실상 봉쇄됐다. 중국 본토 시장으로 수출이 8억6900만 달러로 24% 격감했다.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호주의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호주의 대중 소고기 수출도 전년대비 24% 줄었다. 사진 출처=farmonline.com.au 캡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호주의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호주의 대중 소고기 수출도 전년대비 24% 줄었다. 사진 출처=farmonline.com.au 캡처.

호주산 소고기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중국은 라벨링(labelling)과 화학물질 잔류(chemical residue)를 문제삼았다. 작년 대중국 수출 물량이 28%(액수로는 35%) 폭락했다. 대신 북미와 러시아 시장 수출이 늘고 있다.   

중국의 대호주 무역 제재가 시작된 후 12개월이 지나면서 호주 수출업자들은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대체 시장을 찾아 손실을 줄이려고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올 들어 호주산 주력 광물 자원인 철광석과 LNG 수출 가격이  급등했다. 철광석은 작년 미화 60달러 미만에서 최근 미화 200달러를 넘었다. 이같은 광물 수출 호황으로 제제 품목에서 수출 감소가 전체적으로는 상쇄 효과를 보이고 있다.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호주의 1위 농산물 수출 시장이다.

호주산 석탄도 중국의 무역 제제 품목에 포함됐다. 사진=호주 abc 뉴스화면 캡처.
호주산 석탄도 중국의 무역 제제 품목에 포함됐다. 사진=호주 abc 뉴스화면 캡처.

호주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경제학자인 롤란드 라자(Roland Rajah) 국제경제담당자는 “중국의 대호주 경제적 압박(economic coercion) 전략은 실패했다. 중국의 목적이 호주에 경제적 타격을 주면서 호주의 정책을 바꾸고(완화하고) 중국에 맞서는 다른 나라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다면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은 모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양국 관계의 앞날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수출 기업들은 관계 악화의 여파를 우려하며 호주 정부가 중국에 대해 과도하게 자극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협상과 외교력을 동원해 최악의 상태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막으라고 스콧 모리슨 정부에게 주문하고 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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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내놔 2021-05-31 20:19:25
골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