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변동성 확대, 위험자산에 불똥...기피 현상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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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변동성 확대, 위험자산에 불똥...기피 현상 '뚜렷'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2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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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밈 주식·밈 코인까지 일제히 올랐지만 최근 분위기 반전
스팩·IPO 시들해지는 등 위험자산 기피현상 뚜렷
가상화폐 변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번질지 여부에 주목 
가상화폐 시장이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시장이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해 전례없는 유동성 잔치 속에서 '넣으면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 주식부터 원자재까지 일제히 고공행진을 펼쳐왔으나, 최근에는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위험자산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던 가상화폐의 변동성 큰 모습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또다른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의 향후 전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험자산 '붐'...180도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는 '붐'이 일어났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은 물론, 주식시장의 활황을 틈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상장, 기업공개(IPO) 시장도 전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게임스톱이나 AMC엔터테인먼트 등 대표적인 '밈' 종목들이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상황이 무색하게 구리부터 목재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 원자재 시장에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위험자산의 대표주자인 암호화폐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6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올 초 대비 2배 가량 뛴 것이다. 장난 삼아 만들어진 도지코인 역시 고공행진을 펼치며 어느새 주류 가상화폐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탄탄한 대기업 주식이나 원자재부터 시작해 밈 주식, 밈 코인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이 오르며 최근까지도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상당히 뚜렷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위험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순식간에 주저앉으면서 180도로 달라졌다. 

가상화폐 시장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변심과, 세계 각국의 규제 강화 목소리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고, 냉랭한 분위기는 여타 위험자산까지 옮겨갔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트업 리더들에게 스팩은 매력을 잃고 있다"며 "기업가들은 동종 업체의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자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금 조달과 관련해 경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플로리다대학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초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 거래를 완료한 44개 기술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 평균 1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기업들의 절반 이상은 20% 이상 하락했다.  

IPO 시장의 열기도 시들해졌다. 플로리다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IPO에 나선 77개 기술기업들의 주가는 거래 첫날 종가에 비해 17일 종가 기준 10.7% 하락했다.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를 추적하는 펀드인 르네상스 IPO 익스체인지 트레이디드 펀드는 최근 고점대비 23%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보이던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방향을 틀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현물 기준으로 지난 10일 톤당 1만724.5달러까지 올랐던 구리 가격은 21일 기준 톤당 1만11달러에 거래되며 하락세로 방향을 전환했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5일 3266선까지 올라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1일 기준 2869선으로 약 2주만에 10% 이상 하락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7일 4238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현재까지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4155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붕괴, 월가의 위험욕구 변화 이끌어

그간 고공행진을 펼쳐오던 위험자산들이 순식간에 방향을 튼 것은 가상화폐 시장의 휘청거림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모트캐피털의 마이클 크래머는 "비트코인의 최근 붕괴는 월가의 위험욕구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아마도 (위험자산에 대한 욕구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역시 위험자산인 만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금융투자사이트인 모틀리풀은 "역사적으로 볼 때 가상화폐와 S&P500 지수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며 "이는 가치 변화와 방향성이 관계가 없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식시장은 시장 내 또다른 우려 요인인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단순히 가상화폐의 약세가 전체 주식시장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은 블룸버그통신 칼럼을 통해 "비트코인이 3만~4만4000달러에서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자산에 문제가 생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답은 좁게 생각한다면 '아니오'지만, 자산의 복합적인 소유, 레버리지 등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다소 복집해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주식 등 위험자산과는 공식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로는 주식시장에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재정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전염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매도하고 싶은 자산을 매도할 수 없는 경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거나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종종 다른 속성을 가진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이같은 경우에는 가상화폐의 위험성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는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나마 좋은 소식은 많은 은행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변동성이 급증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주식시장의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위험자산 기피 현상에 따라 변동성이 큰 모습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는 "재미있는 것은 시장이 비트코인의 향방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주식시장이 비트코인에 의해 흔들린다면 주식시장 역시 평탄하지 않은 곳에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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