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지방대학 위기, 왜 풀기 어려운 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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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지방대학 위기, 왜 풀기 어려운 난제인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5.24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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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지방대학의 경쟁력에 위기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일상화된 얘기다. 대다수 지방대학의 수시면접에서는 학생이 아닌 대학이 지원자를 위해 입학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올해 신입생 충원율에서 비수도권 일반대학은 92.2%, 비수도권 전문대학은 82.7%를 기록했다. 정원 100% 충원은 이제 환상에 가깝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방안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했다. 재정에서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은 폐교 명령을 내리고 그 외 대학은 혁신과 정원감축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게 교육부의 지침이다.

문제는 폐교 및 정원감축에 가장 민감한 대학이 국내 대학 중에서도 유독 지방대학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난제로 떠오른 지방대학의 생존과 경쟁력 

모 매체에 지방대의 위기에 관한 글을 기고한 후 지방대에 근무하는 교수 및 학생들에게 다양한 반론을 들었다. 유능한 총장이 와서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는 조언부터 KAIST, 포스텍, UNIST 등 지방의 연구중심 대학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에 교육 투자를 강화하면 지방대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이른바 ‘서울집중 현상’을 감안하지 못한 이상적인 대안일 뿐이다. 실제로 지방대학을 이끄는 총장은 그 누구보다 대학의 생존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고 있고 해결책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의 한계 그리고 경쟁력이 부족한 지방도시의 악조건 속에서 특성화 방향 도출은 이상론에 가깝다.

KAIST, 포스텍, UNIST를 토대로 지방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조언도 현실적인 편은 못 된다. 교육 투자액을 놓고 봤을 때 포스텍은 수도권의 명문 대학인 연세대의 4배에 가까운 인당 1억 228만원의 금액을 학생 교육에 투자한다. 재정이 튼튼한 연구중심 대학과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거나 비교하면 곤란하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은 언론에서도 많이 거론되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서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조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서울과 지방의 도시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학 서열을 폐지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부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등 첨단학과에 정원 증원을 허용하면서 일부 인문, 예체능 계열이 지방대에서 현재 소리소문 없이 폐과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인공지능, 빅데이터 학과 등이 신설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대학 경쟁력이 향상되기는 어렵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전지전능한 경영자가 와도 지방대의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지방대학 위기는 10년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지방대학 경쟁력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나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대학의 경쟁력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지방도시의 소멸로 이어지기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한계 대학을 구조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발적으로 생존과 경쟁력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지방대학은 정부의 지원이 한층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대학의 역량 평가는 수도권 명문 대학과 지방 대학이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 열악한 조건에 있는 지방대를 위한 차별화된 별도의 평가지표가 지금부터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지방대학 경쟁력은 지방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도시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대학과 모색해야 한다. 2007년 인적자원관리연구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중앙정부가 대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내려와서 도시의 인프라를 살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지방거점 국립대학은 순차적으로 통합하여 선택과 집중을 토대로 정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거점 국립대가 통합하여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공기업도 지방대학을 졸업한 인재 선발비율을 지금보다 대폭 높여 지방대 인재 육성에도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정부, 중장기적으로 지방 도시 경쟁력 고민해야 

지방대학 위기는 10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그 위기가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지방대의 모든 교원들이 합심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지방대를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 후부터 수도권 대학 편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학생일수록 수도권 선호 추세 역시 갈수록 강화되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포커스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에서 서울로 편입하는 학생들을 탓하기도 어렵다. 주요 기업이 모두 서울에 있고 인프라가 수도권에 깔려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지방대학에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들 백약이 무효하다. 지방 도시의 인프라 조성과 경쟁력을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도시의 경쟁력으로 직결되지만 반대로 도시의 경쟁력에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는 요소 역시 대학의 경쟁력이다. 지방은 이미 소멸과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해당 도시의 대학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의 지방대 위기는 늘어가는 서울과 지방의 지역 격차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도시 경쟁력을 외면하고 지방대 경쟁력 촉진을 논하는 건 그래서 탁상공론에 가깝다. 지역 격차를 메우지 못한다면 지방대 위기는 조만간 지방 도시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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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H 2021-05-24 16:26:17
부실대학은 정리되어야 건강한 대학이 살아남아서 제 기능을 발휘하죠;;

지방대 2021-05-26 09:47:34
저출산에 맞춰 대학정원을 빨리 조정해야 한다.
학교는 인재육성하는 곳이지 사업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