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탄력 받은 중국의 '백신외교'…미국과 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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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탄력 받은 중국의 '백신외교'…미국과 충돌 불가피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5.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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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의 시노팜 긴급사용 허가로 백신외교 탄력 받을 듯
추가 백신 개발 속도내는 중국, 자국산 백신 영향력 강화 목표
대만 백신 공급 놓고 미중 백신외교 갈등 첨예화
중국의 다각적인 백신외교…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존재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외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자국 개발 백신이 저렴하고 보관이 용이하다고 홍보하며 자국산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백신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받아온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후에는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해 공헌하겠다는 '백신 공공재'를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시노팜, 시노백 등 자국이 생산한 코로나 19 백신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80여 개 국가와 3개 국제기구에 백신을 지원하고 50여 개국에 백신을 수출하면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지우기에 나섰다. 

WTO, 中 시노팜 긴급사용 허가... 탄력받은 백신외교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지난 5월 8일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중국은 WHO에 의해 안전, 효능 및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받은 6번째 백신 보유국이 됐다. 

중국은 자국산 백신을 80여개 국가에 제공하며 백신외교를 강화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은 자국산 백신을 80여개 국가에 제공하며 백신외교를 강화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WHO의 긴급승인으로 시노팜 코로나19 백신은 비서구권 국가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처음으로 향후 ‘코백스 페실리티(이하 코백스)’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은 앞으로 자국산 백신의 전세계 보급을 훨씬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편 WTO의 중국 코로나19 백신 긴급 승인을 두고 친중파로 알려진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과 중국 정부와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뉴욕타임즈는 WTO의 이번 결정이 중국이 자국 백신을 앞세워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백신외교’에서 또 하나의 대승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WHO가 지난 8일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중국은 WHO에 의해 안전, 효능 및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받은 6번째 백신 보유국이 됐다.  사진=BBC홈페이지 캡처.
WHO가 지난 8일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중국은 WHO에 의해 안전, 효능 및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받은 6번째 백신 보유국이 됐다. 사진=BBC홈페이지 캡처.

추가 백신 개발 속도내는 중국, 자국산 백신 영향력 강화 목표

중국은 WTO 승인을 받은 시노팜 백신 이외에 시노백 등 기타 중국 자체생산 백신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WTO 승인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개발 완료돼 중국 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허가를 받은 백신은 시노팜과 시노백의 불활성 백신, 칸시노와 군사과학원 부속 군사의학연구원이 공동개발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 그리고 안후이페이즈와 중국과학원 미생물연구소의 단백질 기반 백신 등 5종류에 이른다.

중국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진행중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도 멕시코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바이오제약사 워썬생물이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 ARCoV가 멕시코에서 3상 임상 시험을 시작할 것”이고 밝혔다. 임상실험이 성공할 경우 중국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mRNA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3번째 국가가 된다.

중국은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10여 개 개도국과 기술 이전 및 협력 생산을 전개하면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를 선언한 것과 관련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중국에서 이미 개발 완료돼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허가를 받은 백신은 5종류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중국에서 이미 개발 완료돼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긴급 사용허가를 받은 백신은 5종류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대만 백신 공급 놓고 美·中 백신외교 갈등 첨예화

한동안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대만이 갑작스럽게 지난 일주일 7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급하게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과 독일은 물론 국제 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등과 동시 다발적으로 공급 계약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아오 비-킴 미국주재 대만 대사는 이날 “미국 정부가 해외로 보내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일부를 대만으로 들여오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이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급하게 부족한 백신 확보에 나섰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대만이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급하게 부족한 백신 확보에 나섰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대만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추진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17일 자국산 백신을 대만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대만 정부는 올 2월부터 독일 측과 500만회분에 이르는 백신 공급 협상을 벌였지만 독일 정부가 돌연 협상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독일 측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수입을 두고 중국정부와 대립해 왔다. 

대만 정부가 중국산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미국 및 서구권 백신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 관영 매체들은 대만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코로나19를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만 정부가 중국의 백신 제안을 거부하고 미국이나 서구권 백신을 선택할 경우 양안관계는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2011년 문을 열었던 주 대만 경제문화판사처를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의 다각적인 백신외교…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존재

중국은 대규모 경제 지원을 통해 진행해온 일대일로 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봉착하자 자국산 백신 지원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올해 1월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며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상반기 진행한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의 순방에서도 백신 지원을 약속하며 백신외교를 강화했다. 

중국 올림픽위원회는 지난 3월 12일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IOC는 중국측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중국 백신이 일본에서 사용되도록 승인되지 않았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국가간 백신여권 도입시에 중국백신의 허용여부 등은 중국이 향후 백신외교로 풀어야 하는 주요 문제로 남아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국가간 백신여권 도입시에 중국백신의 허용여부 등은 중국이 향후 백신외교로 풀어야 하는 주요 문제로 남아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주석이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전화를 걸어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자국 백신을 활용한 백신외교는 전세계적으로 백신 부족 현상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고 미국이 백신외교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만큼 중국의 백신외교 영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만의 백신 공급 여부, 중국산 백신의 WTO 추가 승인 그리고 중국 백신을 공급받은 국가들의 백신 사용 여부, 향후 백신여권 도입시에 중국백신의 허용여부 등은 중국이 앞으로 백신외교로 풀어야 하는 숙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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