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등 돌린 서학개미들..정작 산 건 코인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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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 등 돌린 서학개미들..정작 산 건 코인베이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1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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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머스크 리스크 피해 테슬라에 등 돌려
코인베이스 역시 비트코인에 연동
머스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해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에 대해 순매도로 돌아섰다. 사진=연합뉴스.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에 대해 순매도로 돌아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암호화폐에 대한 잇단 '입방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지친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에 등을 돌렸다.

테슬라 주식은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상당기간 인기를 끌었던 주식이지만, 최근 한달 동안에는 테슬라 주식에 대한 매도 물량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서학개미들이 선택한 것은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였다. 하지만 코인베이스 역시 머스크의 '비트코인 배신'으로 내리막길을 이어가는 등 여전히 머스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한달간 서학개미들 테슬라 매도 우위

한국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10억9349만달러 규모를 매도하고, 10억7860만달러 규모를 매수했다. 순매도 금액은 총 1589만달러 규모다. 

테슬라 주식은 서학개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 중 하나였다. 지난해 무려 750%의 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펼친 덕에 너도 나도 테슬라 주식에 올라탔고, 테슬라 주식은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에 줄곧 이름을 올려왔다. 

최근 1년간(2020년 5월17일부터 2021년 5월16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서학개미 역시 테슬라였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인 '서학개미'라는 말도 사실상 테슬라와 함께 만들어졌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해외 주식 열풍을 주도했던 테슬라가 최근 서학개미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올 초 이후 미 증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고, 지난 한 해동안 고공행진을 펼쳐온 테슬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면서 제자리 걸음을 걷던 테슬라 주식은 최근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테슬라 차량 구매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돌변하고, 이후 비트코인 매각과 관련한 아리송한 언급들을 늘어놓으면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1월 한 때 900달러를 터치했던 테슬라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576달러까지 하락했다. 순식간에 35%가 급락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한달간 테슬라 주식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자 이에 지친 서학개미들도 매도에 동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한 달간(4월17일부터 5월16일 기준) 국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인베이스였다. 이 기간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은 1억809만달러 규모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해외 주식 중 최대 순매수 규모다. 

코인베이스가 지난달 14일 상장했으니, 서학개미들은 상장 초기부터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거 매수한 셈이다.

문제는 코인베이스 주가도 머스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형 암호화폐를 비롯해 108개의 알트코인을 취급하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특히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중이 큰 비트코인의 가격에 연동되는 성격을 보인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차량결제 허용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했고, 이후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매각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트윗에 '정말이다(Indeed)'라고 반응하는 등 비트코인 가격을 주저앉히는 발언을 이어왔다.

이에 불과 한 달 전인 4월13일 6만37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한 때 4만2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후퇴하자 코인베이스 주가 역시 맥없이 주저앉았다. 코인베이스는 17일 종가 기준 248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상장 당시 기준가격(250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상장 당일 종가(328.28달러)와 비교해도 약 한달 만에 20% 급락했다. 

결국 서학개미들은 머스크 리스크를 피해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지만, 코인베이스를 매수하면서 여전히 머스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테슬라 주가 추이.
테슬라 주가 추이.

테슬라 전망 '구름'...코인베이스는 비교적 '맑음' 

전문가들은 테슬라 주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 전문 업체인 시킹알파는 테슬라에 대해 "최근의 급락세 이후에도 밸류에이션상 큰 매력이 없다"며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는 여전히 동종 업체들에 비해서는 유리한 점이 있지만, 향후 3~5년 이내에 이같은 입지도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신생 스타트업이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테슬라는 아직까지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될수록 입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시장에서도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발표한 4월 테슬라 차량의 중국 판매량은 3월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 정부의 테슬라 차량 군사지역 출입금지 조치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테슬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던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매출이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을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4월 판매 수치에는 테슬라와 관련한 모든 악재들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5억달러 이상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그만큼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확신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코인베이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코인베이스는 향후 6~8주 안에 도지코인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브스는 "코인베이스가 도지코인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하는 하락세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업증명(PoW) 방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더리움을 통한 수익 회복 기대감도 나왔다. 

미국 투자회사 KBW의 카일 보이트 애널리스트는 "기존 고객층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며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곧 PoW에서 PoS로 전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2023년까지 1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CFRA리서치의 크리스 카이퍼는 코인베이스의 목표주가는 400달러에서 375달러로 소폭 낮췄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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