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가입, ‘실명’이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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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가입, ‘실명’이 꼭 필요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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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놓고 공정위·개보위 의견 엇갈려
공정위 "주소 정보 기입은 제외…이름은 필요해"
개보위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과도한 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는 가운데, 당근마켓 가입 시 실명을 작성해야 할지 다음 달 안에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사진제공=당근마켓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는 가운데, 당근마켓 가입 시 실명을 작성해야 하는지 다음 달 안에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사진제공=당근마켓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사용자 보호 조치를 이유로 입법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조만간 구체화 된다.

당근마켓 등 개인판매자와 거래하기 위해 플랫폼 가입 시 실명을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 다음 달 안에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5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C2C(개인 간 거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판매자 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의무적으로 확인(수집)하도록 하고, 개인 판매자-소비자 간 분쟁 발생 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개인 판매자 정보를 소비자에게 주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당시 공정위는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개인 간 거래에서 판매자가 잠적하는 등 거래 사기가 일어났을 때 중개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개업체가 회원들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봤다. 또 사기 사건이 일어나면 업체가 구매자에게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이용자들은 플랫폼 가입 시 이름·주소 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는 중개서비스라는 본질적 기능 수행엔 개인 판매자의 연락처 및 거래정보만으로 충분하다며, 성명과 주소를 추가 확인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개보위는 전화번호나 닉네임만으로 가입 가능한 온라인 거래중개 플랫폼이 증가하는 상황에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 판매자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위험이 커지고, 향후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사업모델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공정위는 주소 정보는 제외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주소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며, 인증수단이 없어 진위 확인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할 때 확인·제공 대상 정보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름’ 수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 간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정보 확인 의무 자체를 없애는 건 소비자보호가 크게 미흡해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포폰 등이 중고거래 사기에 활발히 쓰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 절차를 밟거나 법원에 소송을 내려면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고, 성명과 전화번호 등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주장과 달리 실명 정보 없이 전화번호나 닉네임만으로도 분쟁 조정과 소 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등 분쟁조정기구가 당사자의 실명 정보를 확인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쟁 조정 신청 시 피신청인 실명을 몰라도 상담이 가능하며, 2019년 기준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사건 중, 98.7%(1082건)가 분쟁 조정 전에 종결됐다. 사실상 실명이 필요 없는 단계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마무리된 것이다. 

소 제기도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이동통신사에 사실 조회나 문서 제출 명령 등을 신청할 수 있어 성명, 주소 등을 알 수 있다. 플랫폼이 개인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직접 조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름 수집을 두고 공정위와 개보위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일주일에 5번 이상 당근마켓에 접속하고 실제 거래도 2~3번은 한다는 영등포구 거주 직장인 A씨(30)는 “어차피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경우나 입금을 해야 할 때 이름과 계좌, 주소 등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가입 시에도 이름을 플랫폼에 제공하는 까닭을 모르겠다”며 “만약 대면으로 거래를 한다면 이름이나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만날 장소만 정해서 물건 받고 돈만 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소비자의 정보를 줘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A씨는 “당근마켓은 네고(협상)도 많고 일단 메시지를 보내서 서로 가격을 맞춰가는 과정도 잦은데 그 때 판매자가 기분 나빴다고 하면 당근마켓이 내 이름과 주소를 그쪽에 준다는 것 아니냐”며 “서로 분쟁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기준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개정법안을 발의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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