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코로나 반사이익' 호실적에도 웃을 수 없는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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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코로나 반사이익' 호실적에도 웃을 수 없는 속사정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5.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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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저효과 발생…제자리로 되돌아가는 단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기존 고금리 상품 금리 부담
실손보험 적자 해결·RBC 개선은 과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거두고도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저금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실손보험 적자 해결과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5개 생보사(삼성·한화·교보·신한·오렌지라이프)의 올해 1분기 실적은 1조9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4990억원 대비 293% 증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실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는 장기금리나 주가 등이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비해 올해 1분기에는 금리도 오르고 주가도 회복돼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효과가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격히 좋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각 사 취합
자료=각 사 취합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73.2% 증가한 1조8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특별배당과 변액보증준비금 관련 손익 개선으로 이차익이 증가한 결과다.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제외한 순이익은 4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6% 증가했다. 

이와 함께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는 1분기 3840억원으로 전년 동기(3210억원) 대비 19.6% 증가했다. 신계약 가치란 계약 체결 후 전체 보험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을 계산해 장래이익으로 환산한 가치를 말한다.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전년 동기(6921억원) 대비 2.2% 줄어든 6771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APE란 신계약 체결시 보험료를 1년 단위의 연납으로 바꾼 개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건강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이루어 낸 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역시 올해 1분기 세 자리 수 성장을 기록했다. 한화순익의 당기순이익은 1941억원으로 전년 동기(478억원) 대비 306.1% 증가했다. 한화생명도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금리와 주가 상승에 따라 변액보증준비금 환입이 발생했다. 각각 삼성생명 360억원, 한화생명 330억원이다. 

교보생명의 증가세도 가팔랐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49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9%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영업수익이 증가하는 등 보험 본연의 이익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영업비용이 크게 감소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며 "또 지난해 1분기 대비 주가가 반등했고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펼쳐지며 변액보증준비금 부담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각각 728억원(83.6% 증가)과 1077억원(81%)의 1분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양사 합병에 대한 인가를 받았다. 양사 통합법인은 7월 1일 출범 예정이며, 향후 출범 시 업계 4위의 대형 생보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생보사들이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보인 가운데 실손보험 보험료는 계속해서 인상될 전망이다.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0% 안팎을 기록했다. 보험료 납입액에서 사업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보험금 지출에 쓸 수 있는 보험료가 100이라면 실제 보험금 지출액은 120이었다는 뜻이다. 

이에 주요 보험사는 올해 연말에도 금융당국과 협의해 지속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BC 개선도 숙제로 남아 있다. 한화생명의 RBC는 작년 1분기 245.6%에서 올해 1분기 205%로 낮아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인 150%를 웃돌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는 크게 떨어진 수치다.

저금리 상황의 장기화 또한 보험업계에는 독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서 실적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오른건 아니라 우려가 된다"며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됐기 때문에 과거 고금리로 팔았던 상품을 운용해서 금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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