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부럽지 않네”…편의점, 온라인에 밀린 유통시장서 '독야청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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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부럽지 않네”…편의점, 온라인에 밀린 유통시장서 '독야청청'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1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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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편의점 매출 비중 17%, 백화점 앞질러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신선식품’ 강화
택배 서비스는 기본, 펫보험에 옷 판매까지
기업들 앞다퉈 편의점과 손잡고 서비스 진행 중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편의점 매출만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편의점 매출만 상승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편의점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부분의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 만이 유독 예외다.

마트에서 주로 구매했던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것에 이어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편의점 매출만 상승했다.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8.4%나 성장하며 오프라인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특히 국내 주요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의 매출 비중이 17%로,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매출 비중 15%보다 커 편의점이 처음으로 백화점 매출 비율을 앞질렀다. 

편의점의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내 유통시장에서 편의점 매출 비율은 14.9%로 대형마트(15.2%)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년 전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17.7%, 편의점 비중이 16.0%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편의점이 대형마트의 매출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GS25에서 토마호크스테이크와 티본스테이크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고객이 GS25에서 토마호크스테이크와 티본스테이크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편의점, 장보기 ‘메카’ 됐다

전국적으로 5만개에 달하는 편의점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전국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24시간 내내 영업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접근성이 그 어떤 오프라인 매장보다 뛰어나다. 한밤 중 급체를 했거나 손이 살짝 베였을 때, 출출해서 간단한 음식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그런 편의점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슬세권(슬리퍼+세권 합성어로, 슬리퍼와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가까운 여가 및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의미)’의 중요성이 커지자 그로서리 강화에 나섰다. 사실상 마트의 고유 분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을 본격적으로 키워 1~2인 가구를 사로잡겠다는 것. 

GS25는 현재 채소에 이어 소고기를 업계 최초로 판매 중이다. 지난달부터 판매하고 있는 토마호크스테이크, 티본스테이크는 100년 넘게 미국 소고기 사업을 이어온 그레이터오마하 사(社)의 상품으로, 2017년 백악관에서 열린 우수상품 행사에 소고기 생산회사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이른바 ‘백악관 소고기’로 유명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홈쿠킹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의 니즈에 부합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CU는 대파, 깻잎, 오이맛 고추 등 신규 채소 상품을 도입했으며, 세븐일레븐은 신선식품 통합 브랜드 ‘세븐팜’을 내놓고 채소와 과일, 축산물 등 신선식품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24 역시 “가까운 편의점에서 과일, 채소를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과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운영 채소 종류를 다양화 하는 등 신선식품 구매 고객이 이마트24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CU와 곰표의 컬레버래이션 상품들. 사진제공=BGF리테일
모델이 편의점 CU와 곰표의 컬레버래이션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배송부터 구독 서비스까지…차별화↑

편의점은 과거 가격은 좀 비싸지만 쉽고 빠르게 식품과 일부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택배는 빼놓을 수 있는 필수 편의 서비스가 됐으며 결제 공공요금 수납, 하이패스 충전, 펫보험, 세탁,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으로 변신했다. CU는 올해 업계 최초로 이동형 주택 판매에 성공하기도 했다. 

CU는 커피, 도시락, 삼각김밥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 카테고리를 선택해 월 구독료를 결제하면 최대 3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쿠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 월평균 이용자 수가 지난해 11월 도입 초기 대비 167.9%나 늘었을 정도로 인기다. 

GS25는 최근 ‘패션 공룡’ 무신사와 손잡고 올해 상반기 중 고객이 편의점 GS25에서 현금을 지불하면 무신사 스토어의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GS25는 이미 2018년부터 온라인 쇼핑몰 100여 곳과 손잡고 이 같은 현금 결제 대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 서비스 이용자의 결제액은 320억 원을 넘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GS리테일의 주요 소매 플랫폼에서 무신사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을 판매한다. GS리테일은 적합한 상권 내 GS25와 랄라블라 매장을 선정해 무신사 전용 매대를 구성하고 티셔츠, 드로어즈, 마스크, 립밤 등 기본 패션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무신사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편의점과 손잡고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만큼 소비자 생활 반경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방문 빈도수가 높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카카오톡 지갑 QR’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출입 인증 수단을 확대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카카오톡 지갑 QR 외에도 일반 신용카드, 롯데카드 핸드페이, 엘포인트(L.point) 멤버십 등으로도 입장할 수 있다.

네이버는 CU의 오프라인 판매 거점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 올해 1월 업무제휴(MOU)를 맺었다. ‘스마트 편의점’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상거래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차세대 편의점 모델 개발에 이어 온·오프라인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며 추후에는 CU에서 네이버 인기 스마트스토어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더군다나 편의점은 이용자 대부분이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1981~2000년대생)로, 새로운 서비스·제품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의 반응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편의점과의 접점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일례로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곰표밀맥주는 지난해 5월 초도 물량 10만개가 3일 만에 완판됐다. 현재 하루 평균 판매량은 17만개, 최고 판매량은 26만개에 육박한다. 월 최대 생산량 300만개가 완판돼 다시 구하려면 2주 가량 기다려야 한다. 곰표밀맥주의 연령대별 매출은 20대(43.0%)와 30대(44.4%)가 대부분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의 공급량을 늘렸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여전히 점포에서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제조사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달 말 판매가 재개되는 시점에 맞춰 증량을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 곰표밀맥주를 이을 후속 상품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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