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신고가 찍는 '원자재'...글로벌 기업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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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신고가 찍는 '원자재'...글로벌 기업들 '비명'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1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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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운임비용도 급등세
기업들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비용상승 부담 전가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 엇갈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사진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구리. 사진=연합뉴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사진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구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구리부터 목재, 철광석, 옥수수까지 대부분의 원자재들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원자재들도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들의 비용상승 압박으로 연결되면서 이것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기업들은 가격 전가

23개 원자재 글로벌 가격을 추적하는 블룸버그 상품스팟지수는 이달 들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지난해 3월 이후 70% 이상 상승했다. 

24개 원자재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S&P GSCI(S&P 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현물 지수는 올해 들어 26% 급등했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대부분 고공행진을 펼쳤다. 

구리 가격은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361달러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만달러를 넘어선 것 역시 2011년 2월 이후 10년 3개월만에 처음이다.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0달러를 넘어섰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목재 가격은 주택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1천보드피트당 1600달러를 넘기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도 예외는 아니다.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7.7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지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인 경기회복'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TD 증권의 상품전략팀장인 바트 멜렉은 "세계 경제 강국들의 동시적인 회복세 속에서 상품에 대한 수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강력한 수요 회복과, 코로나19 위기 후 세계 각국의 막대한 재정지출, 공급부족 등 수급적인 측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초대형 투자 등이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이들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운송 비용도 크게 올랐다. 

세계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0일 기준 3254로 2010년 이후 약 1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이후에는 700% 이상 올랐다. 

각 생산단계별로 원가가 모두 오르다보니 기업들 역시 심각한 비용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추세다. 

스티브 캐힐레인 켈로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수년동안 이런 유형의 인플레이션을 보지 못했다"며 "재료비, 인건비, 운송비 등 모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프록터앤드갬블(P&G) 역시 최근 유아용품부터 여성용품 등의 제품 가격을 9월부터 한 자릿수 중후반대 퍼센티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존 모엘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제까지 봐 온 것들 중 가장 큰 폭의 원자재 비용 상승 중 하나"라며 "우리의 전반적인 목표는 비용 상승 부담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P&G의 경쟁사이기도 한 킴벌리-클라크는 6월부터 화장지, 아기용품, 성인용품 등의 가격을 한자릿수 중후반대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낙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펼치다보니 기업들의 소비자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월풀의 CEO인 마크 비처는 "매장 전체 제품에서 가격이 올랐다"며 "중요한 것은 아무도 놀라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역시 "경제가 상당한 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격을 올리고 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버핏 회장은 "이것은 정말 빨간 불"이라며 "우리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여전히 시작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대비 6.8% 급등해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6.5% 상승)를 뛰어넘었고, 3월 상승률(4.4%)도 넘어섰다. 이는 2017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4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9% 상승했다. 물론 이것 역시 7개월만에 최고 수준이지만, PPI와의 격차는 극심한 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앤뉴질랜드은행의 레이먼드 영 이코노미스트는 "CPI와 PPI 차이는 중국 경제 회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생산업체들의 투입 및 생산가격의 급격한 차이는 비용이 아직 완전히 전가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극심한 비용상승 압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세계 소비자들에게 전가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우려로 끝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장 역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단정짓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시어링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반등이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향후 몇 달 동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점점 불편하게 읽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12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와 14일 소매판매 통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NBC는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현재 상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향후 전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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