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①'머스크 충격'속 투자자 보호 뒷전인 '암호화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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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①'머스크 충격'속 투자자 보호 뒷전인 '암호화폐 시장'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1.05.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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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거래소- 정부, 암호화폐를 대한 시각 너무 달라
'벼락거지'된 2030세대, 자산 증식 위한 절박감으로 바라봐
거래소 업계, 투자자 보호위한 제도권 편입을 기대해
정부, 국제적 합의전 먼저 투자자보호책 생각없어...엄포만
변동성 확대따라 투자자 위험도 커져...'코인런'에 속수무책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지난 3월 25일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이 시행됐다. 당장 ‘암호화폐’ 업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지만, 몇 가지 크고 작은 논란만 있을 뿐 폭풍전야의 고요한 상태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금법에서는 ‘가장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독자들의 이해의 편의를 위해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함.)

정부의 인식을 재연출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암호화폐는 내재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거래소 등록 기한인 9월이 되면 암호화폐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암호화폐 투자광풍과 관련,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정부가 다 보호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과한 발언은 2030 세대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2022년부터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 22%의 과세(소득세법)를 시작하겠다는 것도 논란이다.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보호는 해줄 수 없고 세금은 가져가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던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으로 인한 혼선과 논란이 이번에 재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관되게 ‘암호화폐 전면 금지’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제도화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에서는 지난 4월 14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됐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기대를 키우고 있는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주요국 중앙은행, 한국은행 총재는 암호화폐의 가치를 부정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이다. 

무릇 법과 제도라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욕망을 권리 관계로 객관화하고 이를 조율하는 것인데, 법제도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욕망과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하겠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12일(뉴욕 현지시각) 자사의 자동차 결제와 관련, 돌연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12일(뉴욕 현지시각) 자사의 자동차 결제와 관련, 돌연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 종류의 참여자...그들의 각기 다른 입장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는 세 종류의 참여자가 존재하고 있다. 각 참여자는 한 배를 타고 있지만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전진하려 하는 형국이다. 세 참여자인 ▲정부 ▲거래소 업계 ▲투자자다. 이들이 각자 암호화폐 투자광풍과 법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를 바탕으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투자자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을 불러온 주체는 2030 청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분노와 이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2021년 현재를 사는 청년들은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며 부를 축적하는 꿈을 꿀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등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인 청년들에게 유일한 희망으로 주식과 암호화폐가 있는 금융시장을 쳐다보고 있다. 

이런 청년들중 일부는 최근 부모찬스를 보태어 ‘영끌’로 부동산을 매수했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부모찬스도 쓸 수 없는 청년들은 더욱 더 암호화폐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두번째 참여자로, 소위 ‘어른들’과 정부는 2030 청년들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는 이런 청년들을 질책하기에 바쁘다. 정부가 진정한 ‘어른들’이 되고 싶으면,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훈계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일을 방치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투자처를 제공하고,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자산을 불려나갈 방법을 알려주는데 좀 더 힘을 썼어야하지 않을까. 말로는 미래세대를 위한다고 하지만, 그 미래세대가 느끼는 불안감과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어야 한다. 

또다른 참여자로, 최근 투자광풍의 수혜를 입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 업계는 정부에 ‘규제’를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 사업자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실명거래, 자금세탁방지 등 의무를 부과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는 이에 더해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여신전문금융업법)이나 증권사(자본시장법)의 경우처럼 가상화폐 산업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발전을 장려하는 ‘업권법’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이 법에서 암호화폐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해 ‘제대로 규제’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내심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권내로 편입시켜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 금융위원회는 ‘업권법’을 만들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당장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신고의무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등록이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25일을 시한으로 신고를 마치지 못하면 폐업을 해야 한다. 

신고 수리의 요건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가능 입출금계정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이 요구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가능 입출금계정’을 받는 일이다. 

현재 시중은행과 제휴가 맺어져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농협은행), 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대 거래소뿐이고,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는 규제가 느슨하다고 생각되는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제휴 요청을 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큰 사업임에도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를 꺼리고 있는데는 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은행이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검증 결과를 토대로 실명확인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은 책임을 회피하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암호화폐 제도화에 부정적인 언급만 하고 있다.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 투자자 피해만 

정부의 입장을 요약하면, 암호화폐 거래를 감독하고 규제하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아직 없어 우리가 먼저 입장을 정하기 곤란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감독·규제하겠다고 나설 경우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제도권내로 편입되었다고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공무원다운 발상으로 보인다. 

실상을 보면, 지난 4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기록해 유가증권시장(KOSPI)의 일평균 거래대금 10조원을 훌쩍 넘어 섰다. 투자자도 300만 명이 넘는다. 900만 명에 달하는 주식 투자자수에는 못 미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되었다. 

거래대금과 이용자가 늘어나고 암호화폐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니, 이때를 틈타 암호화폐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등 범죄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특별단속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태이나 관계기관의 전문성이나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크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12일 뉴욕에서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국내 투자자들은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특히 은행이 위험할 때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인출을 시도하는 뱅크런과 유사한 코인런이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최근 ‘비트소닉’ 거래소가 현금 인출을 거부하고 있지만 형사 고소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은행의 경우는 중앙은행의 긴급자금, 예금자보호법으로 뱅크런을 어느 정도 방지하고 있고, 전체 예금액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두는 지급준비율 제도를 통해 현금 인출을 보장하는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정 비율의 현금을 유보해두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갖추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보관·보고하게 하는 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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