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빛보는 ‘백신 효과’...마스크 벗는 세계 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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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빛보는 ‘백신 효과’...마스크 벗는 세계 각국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1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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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공연 재개가 허용되자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공연 재개가 허용되자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완화할 때가 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한 말이다.

파우치 소장은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며 마스크 착용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조심스러웠던 파우치 소장의 낙관적 발언에 해외 주요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는 백신 접종 가속화에 전력을 다해온 미국에서 '백신 효과'가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 , 빠르게 규제 완화..백악관 고문 "코로나19 거의 도망갔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152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USA투데이는 이를 전하며 "이는 불과 한달 전에 비해 40% 이상 감소한 것"이라며 "연초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급감한 것은 그간 주력해온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앤디 슬라빗 백악관 코로나19 수석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백신 접종 캠페인 덕분에 코로나19 유행병이 거의 도망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의 58%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마쳤고, 35%는 완전히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타 국가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접종률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까지 성인의 70%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을 비롯해 미 전문가들은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미국 각 지역은 빠르게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주정부들은 백신접종 캠페인이 진행됨에 따라 기업이나 상점에 대한 모든 규제를 해제하는 것에 더 가까워졌다"며 "아직 완전히 경제를 재개하지 않고 있는 많은 주들도 백신 접종률이나 다른 지표를 근거로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워싱턴D.C의 경우 오는 21일까지 대부분의 사업장과 공공장소에 대한 각종 제한을 해제하고, 술집과 나이트클럽, 스포츠경기장 등에 대한 규제 또한 6월11일에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과 워싱턴 구단은 "이달 15일부터 내셔널스파크 수용 가능 인원의 36%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오는 6월 12일부터는 100% 관중 입장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주정부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규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조만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ABC뉴스에 출연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정을 완화할 때가 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실내 마스크 규정을 완화할 때가 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백신 접종이 증가하고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CDC는 지침을 갱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및 유럽 등도 잇달아 규제 완화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 역시 코로나19 규제를 빠른 속도로 완화하는 추세다. 여기에도 역시 백신 접종 가속화가 배경에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는 17일부터 규제를 추가적으로 완화한다"며 "중등학교의 마스크 착용 권고를 없앤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마스크 착용이 권고사항이 아니다. 대학생들은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조심한다는 전제하에 포옹도 할 수 있게 된다.

오는 6월21일에는 한 차례 더 봉쇄 조치를 완화해 1미터 이상 거리두기 규정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최근 전체 성인의 3분의 2가 넘는 인구가 1차 백신 접종을 마쳤고, 34%의 인구가 2차 접종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 이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했다. 

독일의소리(DW)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독일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거나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돼 면역력이 형성됐다고 여겨지는 이들은 야간 통행금지나 사적모임 제한 규정을 받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상점과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10월 발동된 코로나19 국가경계령이 6개월만에 해제됐다. 지난 9일 기준 야간 통행금지와 지역간 이동제한 등 국가경제령이 모두 해제됐다.

이탈리아 역시 EU와 영국, 이스라엘 관광객에 한해 조건부로 의무 격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규제 완화를 통해 관광산업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관광업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리스 역시 지난 8일 해수욕장을 재개장했다. 그리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고, 1회라도 백신 접종을 한 인구가 12%에 그치지만, 여름을 앞두고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고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접종률 1위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치료중인 환자가 1000명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3월21일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1차 백신 접종률이 62%를 넘어섰으며,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친 비율 또한 58% 수준이다. 대부분의 방역 제한 조치를 이미 완화한 이스라엘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불균형은 문제...미국 역시 접종속도 떨어져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및 유럽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가속화에 따라 코로나19 규제가 빠르게 완화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인도, 일본 등에서는 대조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 지난 7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일 기준 7760명의 신규 확진자를 추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7000명대를 넘어선 것 역시 지난 1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대조적인 움직임은 백신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해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들 국가의 경우 백신을 구하지 못하거나, 혹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현상으로 인해 접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아랍권 언론인 알자지라는 "신속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가동한 많은 부유한 나라들은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반면, 코로나19는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국가에서 극심한 코로나19 상황은 변이 바이러스 등이 재차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국가에도 우려를 안기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아졌다는 자신감으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접종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된 만큼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한달간 1차 백신 접종 속도는 60% 가량 떨어졌다"며 "전염병 퇴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면역을 향한 길이 순조롭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일부 주에서 백신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는 백신접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6명의 주지사들과 회담을 통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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