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칼럼] 시대 안맞는 삼성생명法...오히려 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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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칼럼] 시대 안맞는 삼성생명法...오히려 규제 풀어야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1.05.12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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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법안은 과잉입법...규제 강화할 때 아냐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방식 완화할 시점..외국 예 거의 없어
삼성전자 주가 오를때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 팔아야하나
세계적 눈높이로 '규제의 틀' 바꿔야...처분적 법률 신중해야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삼성이 끊임없이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총수에 대한 수사와 재판 그리고 충수 수술, 총수 일가의 상속과 미술품 기증, 총수에 대한 사면 논란에 이르기까지 삼성은 뉴스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삼성 이슈들

삼성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삼성 주식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 삼성 관련 종업원이 우리 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없어선 안될 존재다. 

뿐만 아니다. 삼성은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각종 ‘특혜 제공’을 약속하면서 자국으로 삼성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어서일까? 너무 잘 알아서일까? 분명 좋은 점, 긍정적인 면도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삼성에 입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일텐데, 왜 공과(功過)중 과(過)에만 주목해 복잡한 규제로 옥죄려 하는걸까? 삼성생명을 겨냥하고 있다는 소위 삼성생명법(안)이 그렇다. 

삼성생명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니

현행 보험업법에 의하면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은 자회사인 삼성전자 주식등을 총자산의 3%이상 보유할 수 없다(「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 제6호). 또한「보험업법감독규정」은 ‘총자산의 3%’ 비율 계산시, 자회사 주식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보험업법감독규정」 <별표11. 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

그런데 자산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첫째, 자산운용비율 산정시 분모인 총자산을 시가로 표시하고 있으니 분자인 자회사 주식 역시 시가로 평가해 통일성을 기해야 하고 ▲둘째, 주식과 같이 가격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의 경우 '특정자산에 대한 편중 투자로 인한 위험 전이의 방지'라는 자산운용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산의 현재 가치를 반영하는 시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셋째, 현행 취득원가 평가방식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과다하게 보유,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특혜를 허용하는 것이란 논리다. 따라서 보험회사의 대주주 및 자회사의 주식 등의 평가는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에 의하도록 「보험업법감독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비판에도 금융당국이 「보험업법감독규정」을 개정하지 않자, 아예 금융위원회 소관의 ‘규정’이 아닌, 국회 소관의 ‘법률’에 시가 평가를 명시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법에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상의 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고,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는 보험회사에 대해 5년이내에 실행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매각하되, 실행계획 위반시 이행강제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등의 소위 삼성생명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원가는 5444억원이고, 주당 8만2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가는 41조6688억원 이상이다.

현행 방식인 취득원가로 평가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생명 총자산(336조5693억원)의 0.16% 수준인데, 삼성생명법이 통과돼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생명 총자산의 3%인 10조970억원을 초과하는 3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안)이 과잉입법인 이유는

삼성생명법(안)에 반대하는 입장도 분명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행 취득원가에 의한 평가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첫째, 보험회사의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한도 규제의 목적은 대주주 등에 대한 부당지원 방지에 있는데 그 목적은 취득시점에 규제를 통해 달성될 수 있고, ▲둘째, 시가 변동에 따른 주식 등의 시가 변동과 실제 투자금은 무관한 만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셋째, 장기계약이라는 보험계약의 성격상 단순한 자산가치 변동에 따라 규제 준수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넷째, 오랫동안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법령의 개정으로 인해 갑자기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한 자산이 되고, 그 초과분이  매각대상이 되는 것은 재산권 침해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시장을 혼란하게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52주동안 고가 9만6800원, 저가 4만72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삼성생명이 삼성생명법(안)의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총 자산의 3% 비율 범위내로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 바로 문제가 생긴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거나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감소하면 자산운용 3% 비율을 초과하게 되는 우연적인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연적인 결과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여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할 것이다. 

더욱이 보험회사가 자회사 주식의 시가 변동에 따라 3% 기준에 초과하지 않게 자회사의 주식을 사고 판다면, 오히려 자회사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보험회사의 자산 운용이 불안정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또 보험회사의 전체 유가증권 투자 비율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회사 주식에 대한 3%의 제한은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가로 평가하게 되는 경우 총자산의 3%는 극히 적은 비율이다. 그리고 다른 보험회사는 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보유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아무리 우량하고 수익성이 좋다고 하더라고 그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보험회사에 비해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의 건전성이나 수익성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된다.

또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0%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경영권은 국내 기업이나 국민이 가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개정안은 5년 이내에 초과분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 과징금 등을 부과하고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이는 소급 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는 시비를 면하기 어렵다. 수십 년동안 적법하게 보유해 왔던 주식을 삼성생명법이라는 법률 하나를 개정해 강제로 매각하게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굳이 현행의 평가방식을 바꾸어야 할까? 지배력 강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살피고, 그 부정적인 면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분석· 검토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자산운용비율 규제도 시대에 안맞아

법치주의 원리는 국가권력이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의 부분원칙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어야 한다.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당초 대주주 등 계열사 발행주식의 취득을 규제한 취지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및 특정 주식에 대한 편중을 방지함으로써 건전한 자산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산운용비율에 대한 규제는 적합한가?

자산운용의 건전성은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통해 이룰 수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보험회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지분이 많고, 소액 주주들도 많은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감사 선임시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3%이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맞는 감사를 앉히기도 어렵게 되었다. 자산운용비율 규제는 더 이상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보험회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예가 없다. 

침해의 최소성 관점에서도 총자산의 3%라는 제한기준은 설득력이 약하다. 초과분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 과징금 등을 부과하고,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도 앞에서 말한대로 불합리해 보인다..

자산운용비율에 대한 규제를 통해 얻어지는 자산운용의 건전성과 규제를 통해 침해되는 사유재산권과 기업 경영 자유의 정도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규제를 완화해야..처분적 법률 피해야

삼성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에게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 또는 독특한 가치관에 입각해 우리나라 특유의 규제로 묶어서는 안된다. 처분적 법률로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환경하에서는 기업이 성장을 지속할 수가 없다.

국수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눈높이로 규제의 틀을 바꾸고 완화해야 한다. 잘못은 바로잡도록 하되, '한국기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기죽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건강하게 잘 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게 맞다. 규제의 왕국에서는 성장은 물론, 생존도 어렵다.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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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1-05-14 06:57:28
요즘은 자산을 취득원가평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시가평가를 하되 장기보유자산, 잠시보유자산등으로 나눠어 규제해서 자산운용상의 불이익이 없게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사실 보험사가 고객돈으로 산 주식을 보유하고 의결권 행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