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색슨 동맹 강화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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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 동맹 강화하는 트럼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1.16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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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우호적, ‘EU, 독일 위한 수단’ 비난…캐나다 공장엔 무비판

앵글로색슨족은 17세기 이래 4세기 이상 세계를 지배해왔다. 앵글로색슨의 고향인 영국은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이후 3세기에 걸쳐 세계를 지배했고, 앵글로색슨의 이민자들이 건설한 미국은 20세기 전반에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흑인 이민자의 아들인 버락 오바마 정권을 이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EU를 탈퇴한 영국과의 연대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신에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된 EU와의 관계를 멀리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의 의도는 앵글로색슨 대동맹을 구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상황 전개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가결했다. EU를 탈퇴하면 영국은 고립되는데, 미국과 경제적, 군사적 동맹을 맺으면 EU 탈퇴로 인한 부담을 줄일수 있다. 트럼프도 반세계주의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는 비슷한 배경이 있다. 영국에선 EU 단일시장, 이민자 개방에 따른 에 따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축소에 대한 불만이 브렉시트를 촉발했다. 미국에선 자유무역주의를 반대하는 러스트벨트(녹슨 공업지대)의 노동자 표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공교롭게도 상품의 자유교역,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주창한 나라는 영국과 미국의 앵글로색슨 국가였다. 이들 두나라가 글로벌리제이션을 형성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두나라가 투표에서 글로벌리즘에 반대하는 국가로 둔갑했다. 세계 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영국에 우호적이고, EU를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발언이 EU의 맹주인 독일에 대해 “EU는 독일을 위한 수단(a vehicle for Germany)”이라고 표현했다. 전형적은 EU 때리기이며,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에 대한 공격이다.

트럼프는 15일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선택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위대한 조치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영국 파운드화 약세가 영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의 양자 무역협상이 "양국 모두에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협상이 빠르고 제대로 이뤄지도록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는 더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브렉시트에 적극 찬성한 영국의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이 언론인으로 복귀해 트럼프를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고브에게 "EU를 보라. 그것은 독일이다. 기본적으로 독일을 위한 수단이다. 영국이 거기에서 빠져 나온 것이 잘한 일이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취임직후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밝혀 영국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맺을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방향에 대해 오바마측은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EU 주재 미국대사였던 앤서니 가드너는 “미국이 브렉시트의 치어리더 역할을 하는 것은 최고의 바보 놀음”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영국과 가까워지려 하면서도 EU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두고 있다. 독일에 대해 트럼프는 “EU가 독일을 위한 수단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앙겔라 메르켈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민정책에 대해 강경론자인 트럼프는 메르켈이 주도하는 유럽의 난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민 정책의 결과로 EU를 떠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난민들이 유럽에 쏟아지면 각국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고, EU가 하나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독일이 중심이 된 유럽이 깨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은 발언인 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기간에 세계화를 비난하면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경우 높은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그래픽=김인영

트럼프가 영국과 동맹을 맺어 앵글로색슨의 질서를 재구축하려 한다는 시도는 선거기간중에도 조금씩 비춰졌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나온후인 지난해 8월 24일 미시시피 잭슨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나이젤 페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를 언급했다. 페라지는 브렉시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트럼프를 페라지를 훌륭한 인물로 치켜세웠다.

영국으로서도 굳이 EU의 족쇄에 매어있을 필요가 없다. 유럽 대륙에선 독일 마르크화의 연장인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쓰는데 비해, 영국은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런던은 뉴욕과 함께 세계 2위의 금융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지위를 잃을 것이란 걱정이 있지만, 시장 자유도에서 유럽 대륙의 프랑크푸르트나 파리에 비해 런던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런던 시장이 뉴욕 시장과 교류할 때 국제시장으로의 기능을 유지할수 있게 된다.

영국은 지리적으로는 유럽에 속해 있지만, 대륙으로부터 떨어진 섬나라로 살고 싶어한다. 전통적으로 유럽대륙에 힘의 균형자로서 위상을 정리했다. 나폴레옹 전쟁때 프랑스가 강해지면 프로이센·합스부르크와 동맹을 했고, 두차례 세계대전때 독일이 강해지면 프랑스와 연합했다. 지금 EU는 독일과 프랑스의 연합체다. 영국은 프랑스와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또다른 동맹자를 찾고 있는데, 이는 바로 앵글로색슨이 건설한 나라 미국이다.

미국은 영국을 유럽의 교두보로 여기고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엔 영국을 통해 미국의 정책을 유럽에 반영시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할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러시아를 견제하는 군사적 동맹으로서의 EU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트럼프가 NATO의 중요성에 의문을 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신에 트럼프는 영국을 군사적 동맹으로서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페이스북 사진

트럼프의 앵글로색슨 연합은 캐나다로 이어진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에 대해선 강경한 조치를 쏟아내지만, 유독 캐나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캐나다와는 이민 차단을 위한 장벽도 없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부품공장은 멕시코보다는 캐나다에 밀집해 있다. 미시건주의 건너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인데, 그곳에는 미국 자동차 빅스리와 연관 업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독 멕시코에 공장을 짓겠다는 포드자동차, 도요타 자동차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율을 매기겠다고 겁을 주면서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멕시코보다 많은 공장이 들어서 있는 캐나다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앵글로색슨의 후손이 건설한 동족의 나라다.

트럼프는 국내에선 백인우월주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또 국제적으로는 앵글로색슨의 종족주의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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