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日정부, 코로나 확산 속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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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日정부, 코로나 확산 속 갈팡질팡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5.09 23: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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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선언에도 악화 일로인 코로나 상황
스가 총리, 갈피 못 잡고 골치 아파해
고베시, 코로나 집단 사망 사실 은폐 의혹 드러나
홋카이도의 이해하기 힘든 코로나 대응으로 비판 봇물
도쿄올림픽 개최 반대 서명에 10만여 명 동참
바흐 IOC 위원장을 조롱하며 비판하는 보도 쏟아져
아베 전 총리가 방송에서 한 발언이 논란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도쿄올림픽을 약 70여 일 앞둔 가운데, 긴급사태선언을 내렸음에도 일본의 신형 코로나 상황은 개선의 여지는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을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올림픽 개최 반대 서명에 많은 일본인이 동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많은 일본 언론은 해외의 언론 보도를 인용해 도쿄올림픽 개최를 비판하는 한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조롱하는 표현을 기사 제목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편, 오랜만에 방송에 얼굴을 드러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올림픽 개최에 관해 언급한 내용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일본은 긴급사태선언 후에도 신형 코로나 감염자 수의 증가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오사카에서는 확진자 10명 중 1명만 입원이 가능한 심각한 상황인 것은 물론, 자택 대기 중에 사망하는 확진자까지 잇따르며 사실상 의료 붕괴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요미우리신문’은 고베시의 한 요양 시설에서 100명이 넘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그중 1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도 고베시가 공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7일, 일본의 언론 매체인 ‘AREA dot.’은 고베시의 한 전문학교에서 약 30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도 공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학교 측에서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교직원과 학생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한편, 후생노동성은 7일 현재, 신형 코로나로 인한 중증 환자가 역대 최다인 1131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게다가 도쿄도는 보육 시설에서의 집단 감염마저 잇따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일본 정부도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당초 5월 11일까지였던 긴급사태선언을 5월 말까지 연기하는 한편,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방침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의 상황 파악 인식이 무른 데다, 타개책도 보이지 않는 긴급사태선언 연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일 긴급사태선언으로 기대한 만큼 감염자 수가 줄지 않았다며, 이에 긴급사태선언을 연장할지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한편, 선언 기간을 연장하자는 절충안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오사카의 확진자 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엄중한 감염 상황’이라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지사의 발언을 자막과 함께 지난 6일 보도하고 있는 TBS의 밤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 화면 캡처.
현재 오사카의 확진자 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엄중한 감염 상황’이라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지사의 발언을 자막과 함께 지난 6일 보도하고 있는 TBS의 밤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 화면 캡처.

이런 상황에 대다수의 일본 국민과 언론은 도쿄올림픽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런 비판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쿄올림픽 강행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어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빈축을 사고 있다.

우선 홋카이도의 삿포로의 경우 지난 2일, 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한편, 6일에는 3명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빠져있다. 그런데도 지난 5일, 도쿄올림픽을 위한 테스트 마라톤 대회를 강행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후에 홋카이도가 일본 정부에 신형 코로나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6일 방송한 TBS의 정보 방송인 ‘고고스마’에 출연한 히가시고쿠바루 히데오 전 미야자키현 지사는 “마라톤 대회 때문에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국가에 요청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회가 끝난 순간 요청을 했으니까”라며 꼬집었고, 일본 언론에서도 비슷한 논조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바흐 IOC 위원장은 오는 1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7일 일본의 언론 매체인 ‘닛칸 겐다이’는 일본 국민의 약 70%가 반대하는 올림픽을 일본 정부가 ‘코로나를 이겨낸 증거’라며, 바흐 위원장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올림픽 취소 요구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도쿄도지사 선거에 3번 출마했던 우츠노미야 켄지 변호사의 호소로 시작된 ‘도쿄올림픽 개최 중지 서명’에 6일 저녁까지 10만 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동참했다.

그리고 6일부터는 바흐 IOC 위원장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 5일, 미국의 유력 언론인 ‘워싱턴포스트’가 바흐 IOC 위원장을 ‘바가지 씌우는 남작’이라고 조롱하며 올림픽 개최국을 먹잇감으로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고 비난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보도 이후, 일본 언론의 올림픽 관련 기사에는 ‘바가지 씌우는 남작’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단기 집중”에서 긴급사태를 오는 31일까지 연장・확대방침, 아이치와 후쿠오카도 추가했다. 지난 6일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 9’. 사진=NHK 화면 캡처
일본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단기 집중”에서 긴급사태를 오는 31일까지 연장・확대방침, 아이치와 후쿠오카도 추가했다. 지난 6일 NHK의 밤 메인 뉴스 ‘뉴스워치 9’. 사진=NHK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IOC는 6일,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에 화이자사의 신형 코로나 백신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마루카와 타마요 올림픽 장관과 일본올림픽 위원회의 야마시타 야스히로 회장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많은 일본 국민은 그렇게까지 해서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방송된 BS후지의 메인 뉴스인 ‘프라임뉴스’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스가 총리와 코이케 유리코 도쿄 지사를 포함해 올 재팬으로 대응하면 어떻게든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러한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지난 5일,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는 이런 아베 씨의 정신 승리 같은 발언에 네티즌들의 “뭘 인제 와서”, “무책임하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렇듯 일본 정부와 IOC가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먼저 올림픽 포기를 선언한 쪽이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며,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70여 일 남은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올림픽 개최여부에 대해 일본 정부나 IOC어느쪽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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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lee 2021-05-10 00:14:34
김재훈 소장님...ㅋ
일본 어디에서 거주중이신지 모르나 부디 이 역병에서 안전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