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불가리스' 사태에 결국 사퇴…여론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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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불가리스' 사태에 결국 사퇴…여론은 싸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0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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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회견을 열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사태를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4일 홍 회장은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본사 3층 대강당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태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과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에게 심려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최근 사퇴 수습을 하느라 이런 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홍원식 회장은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당시 남양유업은 대표 및 임직원이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홍 회장은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9년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 역시 임직원에게 사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홍 회장의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었던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중순 보직해임됐다. 불가리스 사태 책임 외에 고급 외제차를 빌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보직해임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사퇴 발표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태가 회장 단 한 사람만의 문제는 절대 아닐 것" "사퇴를 하면 뭐하나 10년 가까이 한 짓이 있는데" 등 비난 여론이 거세다. '백미당' 등 남양유업 사명과 로고를 아예 드러내지 않은 신규 브랜드 론칭 정보 등도 꾸준히 공유되는 실정이다.

불가리스 품절 사태로 남양유업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주식으로 돈 좀 벌었으니 기분좋게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14일 오전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하고 대형마트 등에서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등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이날 오후 "인체 연구가 수반되지 않아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의 실험은 개, 원숭이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 데다 세포 단위의 실험으로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인간에게 유의미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15일 식약처가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이 ‘질병의 예방ㆍ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지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16일 남양유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부정거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정황이 있는지,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릴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거래소 조사가 마무리된 뒤 추가 조사 여부나 고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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