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단계 넘어선 '도지코인'...투자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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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단계 넘어선 '도지코인'...투자 가치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0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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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 도지코인, 올 들어 8000% 급등
변동성 크고 투자가치 없다는 전문가들 평가 이어져
거품 상징인 도지코인 강세는 전체 시장에 대한 우려로 연결될수도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도지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장난으로 시작됐던 도지코인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더이상 장난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게 됐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각종 규제의 벽으로 인해 주춤한 상황에서도 도지코인은 지난달 19일의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의 '광풍'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올 들어 8000% 폭등한 도지코인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장난삼아 만들어진 암호화폐다. IBM 출신인 빌리 마커스가 비트코인을 풍자하기 위해 도지코인을 계획했고, 이 계획을 인터넷 상에 올리자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의 잭슨 팔머가 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던 캐릭터 시바견이 도지코인의 마스코트로 사용된 점만 보더라도 이것이 애초에 진지한 목적으로 탄생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장난'이었던 당초 목적과는 달리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도지코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도지코인은 올해 0.5센트 수준에서 거래를 출발한 후 4월19일 기준 42센트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최고점 수준까지 무려 8000% 이상 오른 것이다. 

최고점을 찍은 이후 가격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견조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 현재 도지코인은 38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490억달러에 달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지코인의 최근 강세 배경에는 젊은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관심이 있다.

비트코인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연초 게임스톱 등 '밈 주식'이 광풍을 일으키면서 도지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이미 비트코인이 6만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는 등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도지코인의 경우 1달러가 채 안되는 40센트 수준에 거래가 되고 있던 점은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투자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은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를 확인하는데 10분 가량 걸리지만 도지코인은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거래 수수료도 비트코인보다 도지코인이 훨씬 낮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도지코인의 강세 움직임을 게임스톱 사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지난 1월 미국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을 중심으로 비디오 게임 체인점인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하자는 움직임이 등장하면서 이 회사 주가가 순식간에 폭등한 바 있다.

게임스톱 사태는 월가의 대형 헤지펀드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이 결집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미 언론들은 아마추어 투자자 집단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갤럭시 디지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이 계속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도지코인은 그러한 점에서 훨씬 더 기괴하다"고 평가했다. 

이 '기괴한' 움직임을 초래한 데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한 몫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딧 군단이나 트위터 사용자들은 머스크를 도지코인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라고 칭하며 "도지코인 아버지인 일론이 도지코인을 지켜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서 수시로 도지코인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머스크는 오는 5월8일 인기 프로그램인 NBC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의 호스트로 출연하게 됐는데, 트위터 상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도지 파더, SNL 5월8일"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CNN은 "머스크는 도지코인의 가장 유명하고 큰 후원자"라며 "50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트윗은 암호화폐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제한 없는 도지코인...랠리 가능성 낮아

문제는 도지코인이 '장난'으로 만들어진 만큼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훨씬 위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 측면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2100만개로 총 공급량이 제한되며, 현재 1869만개의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도지코인은 공급에 제한이 없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중에 약 1290억개 이상의 도지코인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코인의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랠리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도지코인의 경우 공급 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랠리를 펼치기가 어렵다는 것. 

여기에 비트코인의 경우 테슬라나 페이팔 등 대기업들이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고 이것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됐던 반면 도지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제프리 헬리는 "도지코인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시도 이외에는 뚜렷한 투자 목적이 없다"며 "그것이 가치가 있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의 유럽 담당 이사인 커티스 팅 역시 "투자자들이 도지코인을 매수하면서 현명한 투자가 아니라는 자기비하 농담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것이 도지코인의 수요를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틀리풀에 따르면, 최근 몇주간 전체 유통되는 도지코인 중 절반 가량은 거의 매일 손바뀜이 일어날 정도로 투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지코인 투자자들은 평균 이틀간 도지코인을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투기성이 짙은, 전형적인 밈 투자라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역시 손바뀜이 빠르기는 하지만, 보름에 한 번 정도의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틀리풀은 "도지코인과 비교하면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애플이나 아마존 주식이 1년에 평균 두 번 정도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변동성이 큰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바뀜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것은 하락장세에서는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가디언은 "단기 투자자들은 종종 가장 먼저 매도해 끊임없는 하락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며 "투자자들 대부분이 돈을 벌려는 목적이라면 이들에게 가격 하락은 더 많은 매도를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NN은 "도지코인이 현명한 투자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며 "올해 그것의 상승세는 놀라웠지만, 더욱 전통적이고 널리 수용되는 비트코인이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코인은 경고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거품의 상징인 도지코인의 강세가 암호화폐가 아닌 다른 분야의 투자자들에게도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밈 주식인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이 전체 시장에는 큰 악재가 됐던 것처럼, 도지코인의 강세는 증시나 다른 금융시장에는 과열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시에테제너럴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앤드류 랩소르네는 "도지코인은 점점 더 이상하고 놀라운 시장 과잉의 대표적인 징후"라며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도지코인의 성공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걱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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