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33)술을 대신하는 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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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33)술을 대신하는 차에 대하여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5.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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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맛이 없는 물 대신 기호음료 발전시켜
첫 기호음료는 술..."술 취함"으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
생산비용 싸고, 건강에 이로운 '차'의 등장
캐서린 브라간자, 마리아주 프레르 등 차문화 발전시켜
술은 2차로 사람을 먹지만, 차는 2차에도 사람을 지켜준다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음식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이고 그 이상 즐거움을 위해 섭취하는 경우에는 우리 몸에 비만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물은 적정량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지만 그 이상은 잘 마시지 않는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은 다양한 기호음료를 발전시켜왔다.

술의 역사...그리고 단점

학자들에 의하면 와인은 기원전 6000년경부터 만들어졌다고 하니 기호음료로서 역사가 제일 긴 것은 아마도 술일 것이다. 성서나 그리스 신화에도 술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중국역사에서도 기록으로 남은 것은 술이 차보다 더 빠르다. 그만큼 술은 아주 긴 역사 동안 기호음료로써 인간에게 큰 즐거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대화의 매개체로써 술은 그 경쟁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많이 마신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술은 그야말로 장점만큼이나 단점을 많이 가진 기호음료다. 

당나라 시대, 궁궐에서 열린 차 모임. 사진= 구글
당나라 시대, 궁궐에서 열린 차 모임. 사진= 구글

술의 단점을 극복하는 차의 장점

차에는 어떤 단점이 있을까? 차를 많이 마시면 어떤 해로운 점이 있을까? 

중국 서남부 지역인 운남성과 사천성에서 시작된 차음용 관습은 진시황제의 중국 통일 이후 서서히 중원을 포함한 중국 전체로 퍼져 나갔지만 속도는 매우 느렸다. 당나라 무렵에 이르러서야 차음용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이는 당나라의 통일성과 국가 장악력이 이전 왕조들 보다 강력했고, 이로 인해 차를 생산하는 남부와 소비하는 북부지방간의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덕택에 차 생산량도 증가하고 교역량도 증가하고 소비량도 증가했다.

당나라 시절에는 차 상인들의 힘과 영향력이 소금 상인들 못지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하나 특이한 것은 당나라 시절 차음용 확산이 술 소비 억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술 생산에 지나친 양의 곡물이 사용되자 정책적으로 술 생산량을 줄였고 그 여파로 술 가격도 급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애주가들이 차를 마시기 시작했으며 곧 그들의 고급 취향을 만족시키는데 있어 술이 하던 역할을 차가 대신하게 되었다.  

비위생적인 물, 위생적인 술..그 다음에 차

1600년대 초기 영국인의 식사 시간에는 빈부에 따라 종류는 다르지만 대게는 술이 포함되었다. 이 경우의 술은 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음료로서의 역할이 더 컸다. 마시는 물이 지금처럼 위생적이지 않았던 반면 술은 발효 시킨 것으로 안전했기 때문이다.

1600년대 말 무렵 영국 최상류층은 술 대신 1650년 전후로 영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커피, 초콜릿,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물 대신 술을 마셨고, 따라서 온 종일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목적으로 마셨거나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고 술 취한 사람의 행동은 점잖치 못했다. 남자든 여자든 상류층이든 서민층이든 마찬가지였다. 

<영국 여왕(혹은 왕비)들의 삶(Lives of the Queens of England)>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 여류 작가이자 시인인 아그네스 스트릭랜드(Agnes Strickland)는 영국 상류층에 차를 소개한 찰스 2세의 왕비인 포르투칼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를 다음과 같이 평했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온종일 술을 마시던 시절에 보다 절제하는(취하지 않는) 음료를 유행시키고 차와 커피, 초콜릿(마시는) 같은 보다 세련된 대체물의 필요성을 알게 하는데 공헌했다. 차를 마시게 됨으로 술 취한 행동 대신 모든 사회 계층을 예의 바른 행동으로 이끌고 어느 정도는 문명의 발전을 촉진했다”

1662년 영국오아 찰스 2세와 결혼한 포르투갈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 사진= 구글
1662년 영국왕 찰스 2세와 결혼한 포르투갈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 사진= 구글

더구나 18세기 후반을 지나 19세기로 들어오면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자 기계가 돌아가는 공장에서는 술보다는 차가 훨씬 더 효율적인 음료임이 증명된다. 술 취한 농부가 일으키는 사고보다 술 취한 기계공이 일으키는 사고가 훨씬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 차 회사인 마리아주 프레르는 음식과 차를 매칭(Matching)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운영하는 레스트런트에서는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차를 제공한다. 와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티 브레이크(Tea Break). 사진= 구글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티 브레이크(Tea Break). 사진= 구글

밤을 새우는 2차...사람을 지키는 '차'

이란, 이집트,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국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차를 많이 마신다. 물론 더운 날씨로 수분 섭취가 필요도 하겠지만 율법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술이 금지된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필자가 번역한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의 저자이자 미국 최고 차 전문가 중 한명인 제임스 노우드 프랫은 원래 와인 비평가였다. 프랫은 이 책 서문에서 “항상 술에 취해 있어야 하는 생활을 감당할 수 없어서” 차로 전문분야를 전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음식과 차의 매칭(Matching). 마리아주 프레르의 시도였다. 사진= 구글
음식과 차의 매칭(Matching). 마리아주 프레르의 시도였다. 사진= 구글

필자는 여러 사례를 들어 “술을 대신하는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를 보더라도 이것은 눈에 띄는 현상중 하나다. 술이 포함된 저녁 식사(모임, 회식)후 한 잔 더(소위 2차)하는 것은 우리나라 성인들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2차를 커피나 차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밤에 마시기에는 속성상 커피보다는 차가 훨씬 더 좋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 마시면서 맨 정신으로도 밤샐 수 있다. 그래도 술과는 달리, 차가 사람을 먹지는 않는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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