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6월부터 'CBDC' 실험…전문가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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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6월부터 'CBDC' 실험…전문가 "실효성 의문"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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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제 대체수단이 많아 CBDC로 차별화를 추구하기 어려워
"CBDC 도입돼도 시중은행 사라지진 않을 것"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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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에 돌입함에 따라 CBDC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한은은 아직까지 실제 도입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CBDC가 통용되는 가상환경을 구축해 실전 모의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 기존의 법정 화폐와 동일하게 통용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카드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블록체인 기반이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는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것도 특징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나 정부 등 정해진 기관이 발행과 거래내역을 관리하며, 총 공급량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중앙은행이 공급량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암호화폐의 가치는 블록체인 참여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 변동이 잦지만 CBDC의 가치는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일정하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한은은 컴퓨터 가상환경에서 CBDC의 제조, 발행, 유통, 환수 등 중앙은행의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모의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다른 금융기관이나 IT업체와 함께 유통과정에서의 송금, 대금결제 등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험할 계획이다.

CBDC 발행하는 목적 애매…이미 비슷한 수단 많아

반면 전문가들은 CBDC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각종 페이나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 대체수단이 많은 입장에서 CBDC 도입만으로는 차별화를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BDC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정책적 편의성을 강조한다. 먼저 화폐를 발행·운반·저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적으로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할 수 있고 CBDC가 특정한 목적에만 쓰이도록 지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며 "CBDC는 그 자체가 컴퓨터나 마찬가지라 기존 화폐가 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디지털 화폐가 나오면 이를 송금하면서 특정한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디지털화폐는 아날로그 화폐가 갖지 못하는 많은 기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를 정부가 정할 수 없지만 CBDC가 도입되면 이 또한 가능하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디지털화폐에 세금이나 이자가 붙도록 가치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CBDC 발행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조한다. 먼저 CBDC를 만들고 유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비용과 이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리라는 것이다. 

목적성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CBDC를 발행하는 목적 자체가 애매하다"며 도대체 CBDC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원화가 전자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찍는다면 그에 걸맞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폐공사를 통해 화폐를 발행하지 않으니 비용이 줄어들고,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 모두 정책적인 장점에 불과할 뿐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함을 느낄 만한 면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프라이버시 침해다. 홍 교수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는 중앙은행이 청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중앙은행에서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 빅브라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기관과 역할이 겹치기도 한다. 중앙은행은 화폐의 발행기능을 가지고 있지 청산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데 CBDC 발행으로 인해 청산기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탁결제원과 기능이 겹칠 수 있다.

"CBDC 도입돼도 시중은행 사라지진 않을 것"

일각에서는 CBDC가 도입되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역할을 침범하게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시중은행 대신 중앙은행이 직접 화폐를 유통하게 됨으로써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CBDC는 엄연히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 현재 화폐를 발행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시중에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수단의 형태가 바뀌는 것뿐이라 일반인 입장에선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게다가 현재는 CBDC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아 큰 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하는 시중은행들이 기존 형태로 계속 간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CBDC가 나오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발행자와 개인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또한 기우라고 주장한다. 김형중 교수는 "은행의 역할은 송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출,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커스터디 모두 은행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개인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개인에 대한 신용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개인 대상 업무는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의 주 역할은 돈을 찍고 물가를 조정하고 고용률을 올리고 수출이 안되면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CBDC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중앙은행의 업무를 벗어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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