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플래시, 적층 높이보단 기술?...128단 삼성이 여유있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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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플래시, 적층 높이보단 기술?...128단 삼성이 여유있는 까닭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2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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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단수는 같아도 제조사별 수익성 달라
컨트롤러 등 메모리 부품 자체 생산하는 삼성
128단 싱글 스택 가능한 삼성, 경쟁사는 더블 스택
싱글스택에서 더블 스택 전환시, 공정 80~100일 추가 소요
3D낸드 플래시의 구조. 메모리 셀을 더 높게 쌓을수록 좁은 면적에 저장용량이 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테크인사이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후발 업체와 기술 격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빠르게 적층단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수익성에서도 앞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7일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238단 낸드 플래시를 개발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 개발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을 꺼도 저장한 데이터를 보존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낸드 플래시 제조에서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좁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플래시를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자사의 176단 낸드의 높이는 종이 한장 두께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땅값이 비싼 곳에 아파트를 더 높게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낸드 적층이 높아질수록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단수는 같아도 수익성은 달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출시한 6세대 128단 V낸드를 출시했다. 올해 7세대 V낸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7세대 V 낸드의 적층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이미 176단 낸드를 개발해 올해안에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176단 낸드지만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달리 셀 주변부(페리) 회로를 셀 옆에 배치하지 않고 아래에 배치해 면적을 기존 제품 보다 약 30% 이상 줄였다. 

이종호 교수는 “적층 기술도 어렵지만 회로 배선 역시 쉽지 않은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는 언더 페리 셀(셀 아래에 회로를 배치하는 기술)을 구현해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수의 칩을 만들어 경쟁사 대비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제조 방식을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구분하기 위해 '4D 낸드'라 이름 붙였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76단 4D낸드의 비트 생산성(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은 전 세대 제품보다 35% 높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은 점유율 1위 삼성전자(32.9%)와 2위 키옥시아(19.5%)를 제외하면 웨스턴디지털(14.4%),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11.2%), 인텔(8.6%) 등 공급사간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단 이상 제품을 먼저 개발해 양산에 성공한 제조사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가능성이 높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낸드를 사용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나 스마트폰에서는 메모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라며 “5G가 보급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용량을 저장하는 제품이 나오면 시장구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싱글스택, 경쟁사는 더블스택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장 수요와 수익성 등을 감안해 차세대 V 낸드 적층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글로벌 낸드 공급사 상위 5개 중 낸드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나머지 경쟁사들은 공정 기술력, 시설투자 확대 등의 이유로 낸드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낸드가 탑재된 서버용 SSD.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낸드가 탑재된 서버용 SSD. 사진제공=삼성전자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낸드 사업에서 삼성전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이유는 낸드 공정 기술에 따른 차이로 분석된다. 

양사는 낸드 공정에서 더블스택(Double Stack) 기술을 활용하지만 삼성전자는 싱글스택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스택은 셀을 수직으로 쌓은 뒤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채널 홀(Hole)을 한 번에 뚫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128단 낸드까지 싱글스택 기술을 적용해 만든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는 싱글스택을 적용한 88단 스택을 두개 이어 붙인 더블스택으로 176단 낸드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택으로 적층하면 제조 공정이 길어져 수율이 낮아지고 반도체 회로가 복잡해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진다.

삼성의 7세대 V낸드 단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장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7세대 낸드 적층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 2020'에서 "6세대 V낸드는 '싱글 스택' 기술로 128단을 적층하는데, 투 스택(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단순 계산해 256단 적층까지 가능하다"면서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 적층 단수는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시장 수요와 경쟁사의 제품 성능, 수율 등에 따른 수익성을 고려해 최적 단수를 결정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박재근 교수는 “낸드 제조 공정을 싱글스택에서 더블스택으로 변환하면 150일 걸리는 공정이 80~100일 정도 늘어나 150~250일이 된다”며 “공정이 길어지면 수율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낸드의 성능은 적층 단수 외에도 안정성과 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삼성전자는 컨트롤러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하는 D램 등 낸드 탑재 메모리 장치의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공급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컨트롤러는 낸드를 활용한 SSD 등 메모리 장치에서 자료 처리 순서 등을 결정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컨트롤러 성능에 따라 낸드 탑재 제품의 안정성과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이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TSMC에서 컨트롤러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삼성이 더블 스택을 적용해 200단 이상을 쌓을 건지, 싱글 스택으로 100단 후반대 제품을 내놓을지 알수 없다”며 “공정 기술력에 앞서 있기 때문에 단수와 상관없이 낸드 사업을 통한 매출 1위 자리는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세계 낸드 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14% 늘어난 649억9500만달러(약 70조원)에 이를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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