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재용 사면론] ①찬성 "반도체 패권전쟁 심상찮아...사면권 재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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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이재용 사면론] ①찬성 "반도체 패권전쟁 심상찮아...사면권 재해석해야"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1.04.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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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전쟁 불붙어...삼성전자 등 한국 대응 '시급성'
대통령 사면권, 삼권분립과 배치되지 않아...헌법내 모순조항 인정
대통령, 정치적 책임지면 돼...정파·진영 떠나 국익 위해 '긍정 검토해야'
독일등 일부 국가, 사면권 제도 보완...우리도 보완할 필요 있어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백신 접종 세계 1위인 이스라엘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는 긍정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다 확진자 발생으로 그로기 상태이던 미국도 빠른 백신 접종으로 반전에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6.4%, 한국 3.6%다. 

백신확보· 반도체 전쟁 위기감에 사면론 불거져

자신감을 되찾은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약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중 56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언론은 "이번 발표는 중국의 부상과 경쟁국들의 기술력에 대한 견제"라고 논평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부양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 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를 "일자리 창출, 국가 안보 및 중요 인프라의 근간"이라 설명하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로써 4차산업혁명시대에 산업의 쌀이자 석유인 반도체 패권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인텔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도체에 대한 직접 투자 뿐만 아니라 각종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현재 우리는 백신 확보 전쟁과 반도체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계, 정치권, 종교계, 언론사들이 대대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체로 이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위의 두가지 위기를 극복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대대적인 투자와 미국 정치권과의 빅딜이 성사되려면 이 부회장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의견은 합당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부회장과 만나 담판을 짓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가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 가치 중 하나인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특혜 근절, 경제범죄 사면권 제한이라는 대선 공약에 반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아가 이 부회장의 선친 故이건희 삼성회장에 대한 1997년, 2009년 2차례 사면에 이어 삼성그룹에 대한 3번째 사면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면권'에 대한 재해석과 성찰 필요한 시점

고민을 더 증폭시키기 이전에,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재해석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사면'과 '사회 정의'는 결을 달리하는 개념이다. 사면은 군주국가 시대에 군주의 은전(恩典: 군주의 특권적인 자비로 내려지는 은혜로운 혜택)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예외적 현상으로 취급되어 왔다. 사면권은 삼권분립제도 그 위에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로 취급된다. 사면권의 행사가 정치적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사회통합과 포용, 안정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하여 큰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고 부통령이던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 닉슨을 사면했기에 두 사람 간의 정치적 거래라는 비난이 컸다. 반대로 사면이 없었다면 미국이 둘로 갈라져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구속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논의가 최근 부상했다. 대외적인 위기속에 국내 최대기업 총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사진=연합뉴스
구속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논의가 최근 부상했다. 대외적인 위기속에 국내 최대기업 총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전두환·노태우 사면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7년 대선 직후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당선자와 의논 후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국민대화합이라는 명목이 부각되었지만, 이회창, 이인제 후보도 사면에 찬성을 하는 등 지극히 정치적인 결단이 있었다고 보인다. 

헌법학자들은 헌법이 국가 내에서 최고규범이고 헌법규정은 그 자체 모순이 있으면 안된다고 얘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규율하기에 예상하지 못한 규범 자체의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과 평화통일 조항이 대표적인 모순 조항이고, 자유시장경제와 사회복지국가 이념을 동시에 담고 있기에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렇듯 사법부의 독립, 법 앞의 평등과 대통령의 사면권은 겉보기에는 모순으로 보이지만 병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아무리 정치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당파의 이익이나 진영 간의 빅딜로 행해져서는 안되며, 대한민국의 이익과 국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분열을 막고 통합을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사면'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형벌집행을 계속함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얻는 이익이 무엇일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정의와 헌법가치의 수호,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인에 대한 경고 및 예방 등이 아닐까 한다. 

반대로 이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백신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이 56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발표하자, 반도체 파운드리 점유율 56%로 세계 1위 대만 TSMC는 이달 초 3년간 11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TSMC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은 대표이사 3명 포함, 사장 12명, 부사장 69명, 전무 120여명 등 총 1000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실적도 이 부회장 구속과 무관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없어도 삼성전자는 계획된 투자를 착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현상유지의 측면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파운드리 점유율 16%의 삼성전자가 TSMC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해서 과연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지난달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DS부문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업체(TSMC)보다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투자로 적기에 생산능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경쟁에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너의 결단이 없으면, 임원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현상유지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오너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감한 투자결정이 없다면, TSMC의 1위는 고착화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기업의 추격으로 삼성전자는 2위 자리를 위협받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대만 대표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난야 테크놀로지’가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 사태를 틈타 11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에서 패퇴한 후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던 회사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사면된다면, 국민의 눈을 의식해 국민의 기대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면절차에 대한 제도 보완도 병행하자

다른 나라의 경우 사면 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한 제도도 있다. 우리도 참고해볼 만하다.  

독일은 사면 절차가 매우 엄격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사전에 사면 대상자에게 유죄 판결한 판사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사면하는 조건부 사면 규정도 있다. 조건부 사면에서 대상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면을 철회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는 다른 나라의 규정을 참고해 앞으로 최대한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사면이라는 제도는 해보다는 이익이 많은 제도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정치적 행위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정치적으로 지면 된다. 반대로 국민의 사면권 행사 요구가 높음에도 사면권을 불행사 하는 경우, 그 책임 또한 정치적으로 질 수 있다.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면권의 행사는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정치적 자산으로 돌아올 수 있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전(前)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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