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계, 'CPU' 자체설계 선회...입지 좁아진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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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업계, 'CPU' 자체설계 선회...입지 좁아진 '인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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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
개인용 PC·서버용 CPU 시장에서 위협받는 인텔
‘PC급 태블릿’ 등장 배경은 Arm의 설계 자산
Arm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강자 ‘엔비디아’
인텔, 2023년에나 7나노 자체 생산...삼성·TSMC는 3나노
중앙처리장치(CPU)시장에서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처리장치(CPU)시장에서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인텔이 과점해 온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설계하는 기업이 늘면서 어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업체가 이 물량을 수주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텔은 CPU 시장에서 줄어든 영향력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만회하고자 하지만 선단공정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신형 아이패드 프로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신제품에 탑재된 M1칩에 주목했다. M1칩은 애플이 데스크톱·노트북 제품군인 ‘맥’용으로 설계한 시스템온칩(SoC)다 .

시스템 칩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연산을 담당하는 뉴럴엔진과 D램 등을 하나의 칩으로 합쳐 성능과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반도체다. 

‘PC급 태블릿’ 등장 배경은 Arm의 설계 자산

애플은 지난해 11월 M1칩을 탑재한 노트북 ‘맥북에어’ 발표하면서 “인텔 CPU를 채택한 기존 제품보다 같은 전력 소모량 대비 CPU의 성능이 최대 3배에 달한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성능은 최대 5배, 인공지능(AI)응용 소프트웨어 실행 속도는 최대 11배”라고 주장했다. 

 M1은 CPU, GPU, 뉴럴 엔진 등의 기능을 한 칩에서 구현하도록 만든 시스템온칩이다. 사진=애플

업계에서는 아이패드 신제품에 M1이 탑재되면서 태블릿과 PC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평가한다. PC급 태블릿 PC의 탄생 배경에는 전력소모가 적으면서고 높은 성능을 내는 M1칩이 있다. 애플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사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M1을 설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최신 CPU공정 기술에서 리더십을 잃는 동안 Arm은 저전력 기반 CPU설계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며 “과거에는 저전력이면 당연히 성능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력소모가 적으면서도 성능은 더 뛰어난 수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기기에 탑재되는 SdC는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야할 뿐만 아니라 AI 연산 등을 위해 고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전력 소비도 크지 않아야 한다. 

저전력에 고성능을 구현한 M1덕분에 두께가 6.4mm에 불과한 아이패드 프로가 PC급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건 Arm의 CPU 설계 역량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Arm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 시스템온칩에 들어가는 CPU의 기본 구조와 설계 방식(아키텍처)에 있어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Arm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강자 ‘엔비디아’

Arm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AP용 CPU 코어 설계 아키텍처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 삼성, 퀄컴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가 Arm의 지적재산권(IP)를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인텔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Arm의 IP를 활용해 만든 CPU가 늘어나는 건 다만 노트북, 태블릿 등 개인용 PC 시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기업도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CPU를 설계하고 있다. 개당 수천달러에 이르는 고가의 인텔 CPU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력소비가 적은 제품을 만들면 장기간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GPU 시장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 역시 12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Grace)'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도전은 인텔에겐 단순히 고객사 이탈의 문제가 아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400억달러(약 44조원)를 들여 Arm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이 인수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전세계 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AI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엔비디아가 만든다. 여기에 Arm의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 설계 자산을 활용하면 GPU와 함께 서버용 CPU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서버 CPU 시장에서 인텔은 92%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CPU 시장의 지각 변동에 따른 영향력 감소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복구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엔비디아와 Arm 등의 영향으로 인텔이 직접 생산한 CPU 판매량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고객사를 상대로 자사의 방대한 CPU 제품군의 IP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인텔, 2023년에나 7나노 가능... 삼성·TSMC는 3나노

문제는 선단 공정 경쟁력이다. 저전력에 고성능을 구현하는 Arm의 설계 자산을 활용한 CPU는 초미세 공정에서 생산할 때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Arm의 IP를 활용한 엑시노스 2100, 스냅드래곤 888 등 AP와 M1 등 SOC는 5나노 공정에서 만든다

인텔은 오는 2023년에야 7나노 CPU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고객사에 7나노 이하 공정을 제공하는 시점도 2023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제품 생산을 목표로 TSMC와 초미세 공정 경쟁을 진행 중이다. 

Arm은 지난달 31일 신형 아키텍처를 공개하는 온라인 설명회에서 “지난 5년동안 매년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속도로 CPU 성능을 향상시켜 왔다”며 “Armv9(신형 CPU 아키텍처) 세대에서도 이러한 모멘텀을 유지해 다음 두 세대의 모바일과 인프라 전용 CPU에서도 30% 이상의 CPU 성능 향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7나노 제품을 양산하는 시점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Arm의 설계 역량이 CPU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인텔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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