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라떼 물가는 말이야..." 인플레 세대차(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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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라떼 물가는 말이야..." 인플레 세대차(差)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1.04.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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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인플레 우려 불식' 신호, 안먹히는 이유 뭘까
1970~80년 초인플레 경험한 기성세대, 웬만한 인플레에 신경 안쓰지만
초 인플레 경험못한 젊은세대 투자자, 2% 인플레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젊은 세대 영향력 커지는 금융시장...앞으로 인플레 이슈에 더 민감해질 듯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1분기 한바탕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인플레이션 공방전. 

미 연준(Fed)을 포함한 상당수 중앙은행들이 거듭해서 이번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진화에도 아랑곳 않는 금리

물가 안정의 주체이자 물가가 사실상 존립 목적으로 인식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지난해 이미 올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을 예감하고 평균물가목표제(AIT)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마당에, 연준의 대응은 앞서 언급했던 물가 진단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사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느꼈을 법한 당혹감은 필자와 같은 채권시장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항상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하는 마켓 애널리스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양한 자료나 그래프는 물론 시뮬레이션까지 동원하며 지금 나타나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고 추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매번 자료에서 주장했으나, 금리는 물가에 대한 공포로 상승을 거듭했다.

당연히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그간 미처 체크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없는지 고민이 시작됐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는 안타까움도 밀려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높은 인플레'를 경험한 세대 Vs. 경험못한 세대 

그런데 얼마 전 필자의 이 같은 혼란스러움을 마치 같이 느끼고 있는 듯한 한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여기서 전화를 한 사람이 `후배`가 아니라 `선배`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선배는 필자와 유사한 혼란스러움과 함께 이를 풀어낼 수도 있는 묘한 실마리도 동시에 들려줬다. 다음은 당시 그 선배와의 통화 내용이다.

“요즘 금리 뛴다고 정신 없겠네? 근데 진짜 인플레이션이 오긴 오는 거야? 아무리 봐도 물가가 그렇게 난리를 칠 정도로 뛰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우리 어릴 때는 2%대 물가를 가지고 뛴다고도 안 하지 않았나?”

필자도 답했다.

“그렇지요. 어릴 때 석유통 들고 부모님 손잡고 기름 받아본 입장에서 지금 물가를 '물가가 뛰었다'고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선배가 다시 말을 받았다. 

“근데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느끼는데,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거나 어린 친구들이 우리랑 같은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한번 생각을 해봐라. 그 친구들이 우리 어릴 때 같은 물가를 알겠나? 그래서 나는 젊은 친구들한테는 말 더 안 한다. 괜히 한 마디 했다가 ‘라떼는 어쩌고…’ 하는 구닥다리 선배라고 찍힐 거 같아서 말이다. 하하하”

사실 물가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학창 시절에 막 경제에 대한 관념이 형성되거나 신입사원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 어떤 상황에 있었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1970~198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을 경험한 세대와 1990년대 이후 안정적인 물가를 경험한 세대 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에는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 그래프= 연합뉴스/한국은행 제공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 그래프= 연합뉴스/한국은행 제공

실제 미국에서 매월 집계되는 미시간대학의 기대 인플레이션 서베이에 따르면 연령이나 세대 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당 지표는 세대별로 18~34세, 35~54세 그리고 55세 이상 등 3가지 연령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집계하는데, 지난 2월의 경우 ‘향후 5년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 항목에서 55세 이상 연령대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9%(중위값 기준)이었던 반면 18~34세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3%이었다.

만일 그 시점에 2.5% 정도의 물가 상승률이 집계됐다면 5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뭘 그 정도 숫자를 가지고 물가가 문제가 되겠어?”하는 반응이, 18~34세 연령대에서는 “어 정말 물가가 오르긴 오르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문제가 되겠는데”라고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 

물가를 둘러싼 연령별로 상이한 기대와 이에 따른 반응은 인플레이션 이슈를 인식하는 `생소함` 또는 `부담스러움’이라는 관점에서도 연결될 수 있다. 

최근 구글 트렌드를 통한 인플레이션 관련 검색 빈도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다. 높은 검색 빈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필자는 향후에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이슈가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즉 미 통화당국이 견해를 밝힌 것처럼 실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고 지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필자도 동의하지만), 금융시장의 *내러티브(narrative)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여지가 크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소위 `젊은 세대`들의 경제 활동 참여나 금융시장 참가자로서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중금리의 변동성 역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이슈들로 인해 다시금 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러티브(narrative)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을 일컫는데, 금융시장에서는 가격을 움직이는 인과성이 있는 스토리, 재료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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