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동북아의 미중 갈등...한국, '사드 악몽' 잊지마라
상태바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동북아의 미중 갈등...한국, '사드 악몽' 잊지마라
  •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0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대만해협 문제에 미국 이익 대변 자처...2016년 한국 '사드'사태와 유사
한국, 사드사태로 인한 어마무시한 피해...미국, 동맹국에 책임안져
독일도 한국과 비슷한 처지...그러나 미국 요구에 "자국 경제 문제" 버티기
한국, 쿼드 참여요구에 버텨야..."생존을 위한 중립의 길, 외로움 느낄 필요없어"
최수정 국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코로나 사태이후 최초의 대면정상회담, 대중국압박 의지 명확화

지난 18일에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은 세계 주요국가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권, 경제, 민주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첨예한 대립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바이든 신임대통령의 첫 외교정상 대면회담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컸다. 미국이 지금 가장 신경쓰고 있는 주제인 “대중외교”과 긴밀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해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에는 일본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팽창전략을 막을 수 있는 핵심멤버로 일본의 역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국내적으로 오는 10월에 있을 중의원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스가 정부의 성과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달려있다고 볼 정도였다. 코로나 대응 역량 부족과 도쿄올림픽 개최문제, 일본이 바라는 북핵해결의 핵심전략에 대한 재확인 등의 이슈에서 스가 총리는 미국이 변함없는 일본을 지지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얻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양국 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일의 “대만문제” 언급 자체다. 반면 코로나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북핵 해결에 관한 일본입장이 재확인되지도 않았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중일 영토분쟁 대상인 센카쿠열도에 대한 미국의 방어의지와 새롭게 등장한 대만해협에 대한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였다. 

4월 18일 미일 정상간 공동성명 발표 장면.
4월 18일 미일 정상간 공동성명 발표 장면. 사진= 연합뉴스

센카쿠에 관한 미국의 방어 의지는 새삼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3월 15일 국방·외교(2+2회담)에서 이미 센카쿠열도는 미일 방어조약 제5조의 내용(미국의 일본방위의무)으로 미국의 방어의무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일본, 대중국 '세력확장 억제' 최전선 서다

정치적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일본은 새로운 정치적 부담으로 대만해협의 안전보장에 관한 공동책임을 미국과 나눠가지게 된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달 16일 미일 안보협의 이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대만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대만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보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일본은 중국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도 대만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미일 회담에서 더 덧붙인 것은 “홍콩, 신장, 위구르의 인권”에 대한 우려다. 미국이 원하는 동북아 전략을 일본이 그대로 호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한국의 사드사태가 가르쳐 준 교훈

일본이 왜 그랬을까? 일본은 졸지에 미국의 동북아전략상 최전선에 선 첨병이 된 형상이다. 한국이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최첨병 역할을 했었는데, 이제 그 역할이 바뀌는 듯해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이 2016년 북핵문제와 중국의 팽창에 대항해 일방적으로 한국에 들여다 놓은 '사드'의 악몽이 새롭게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한국이 대중국, 대북한을 상대하는 첨병노릇을 피할 수 없다는 주술같은 명제 아래, 운명처럼 사드를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의 무능을 지금도 늘 도마 위에 올리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성급한 사드 도입 결정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경제적 피해 때문이다.

방어 미사일은 미국이 설치했는데 운영비는 우리가 떠안았고, 눈덩이보다 더 어마무시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한국 혼자 오롯이 감당해내야 했다. 2017년 KDB산업경제연구원와 현대경제연구소는 적게는 8조원에서 많게는 22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한국측 소식통을 언급하며 "중국의 행동으로 인해 많게는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피해가 있었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했던 전략하에 최첨병 역할을 맡았던 한국이 당한 피해는 한반도의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못해보고 앉아서 당해야 했던 피해였다. 그 때 미국이 한 말은 ”중국이 나쁘다“였다.

그렇게 대응할 거란 예상을 전혀 못했던가? 결국 그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이 떠안았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드배치 한중 경제피해 추적(2017년)
사드배치 한중 경제피해 추적(2017년)

한국은 2016년 사드배치 사건으로 무슨 교훈을 얻었을까? 당시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중국의 이중적 태도는 미국에게 한마디 대응도 못하고 한국에게만 그 피해를 전가시켰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태도에 대해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적 생존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안보 부담을 한국에게 전가시켜 한국의 경제적 피해만 야기한 꼴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은 2016년의 사드 트라우마로 인해 미중의 강대국 대결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향후 중국이 '한한령'을 거두어 들인다면 그 때는 반드시 2016년의 일을 다시 되새기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국의 약속을 받아야 할 것이다.  

사드사태의 추억, 동맹에 대해 무책임했던 미국

최근 한국이 인도태평양작전인 '쿼드'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과 대중국 입장 단일화에 있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호응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에게 대안은 일본뿐이다.

한국을 전면에 내세워 사드 배치를 했던 2016년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에 한국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미국도 알고 있다. 한국에게 또 한번의 희생을 강요하기에는 미국이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일본은 미국의 영원한 동맹파트너로서 자신이 동북아 안보불안을 해결할 열쇠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있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일본의 반감을 미국에게 확인해준 것이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미국을 대신해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해 최전선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는 일본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게 가했던 그런 무자비한 경제보복을 가할 수 있을까? 일본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앞으로 중국이 일본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는 중국도 조용할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게 사드 배치와 같은 대중국 압박 전술을 구체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있었던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중립적 입장, 한국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우리는 일본과 똑같은 입장이 아님을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모든 문제를 안보와 엮어 안보우선주의적 대응을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 ”엉거주춤“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엉거주춤 외교가 마치 한국만의 고민인 것처럼 지적하는 한국 정치분석가들은 독일의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독의 관계개선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주독미군의 철수를 백지화했다. 양측에게 모두 좋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자국의 독러 천연가스 수송사업인 ”노르트스트림2(Nordstream 2)“로 인해 미국과 매우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다. EU에서도 독일의 독자적인 에너지사업 정책으로 인해 회원국들이 분열하고 갈등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완공률 95%까지 진척된 천연가스도입사업을 포기할 독일이 아니었다. 미국은 독일에게 미국과 러시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자국의 경제문제"라는 이유로 어떠한 타협도 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대중국 높은 경제의존도, 전략적 자율성 한계

바이든 정부 초기에는 독일이 매우 수세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EU의 실질적 리더인 독일이 필요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에 유럽의 주요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은 2020년 12월 중국과 EU가 포괄적투자협정(Comprehensive Act on Investment, CIA)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게다가 서구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미 중국 화웨이의 5G 시장진입을 배제하였으나 독일은 아직도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독일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생산하는 차의 40%가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 독일은 인권을 중시하기는 하나, 중국 문제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경제적인 의존관계 때문이다. 미국이 속이 타는 상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길, 양자택일 강요당할 수 없어

한국과 독일은 매우 유사한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다. 결국 두 나라가 구사하는 전략은 자국생존 중심의 외교전략이다.

자국의 생존을 타국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세계적인 힘의 충돌에서 한발 물러서서 평화적 해결을 주선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지역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살펴보면 독일은 법치주의에 기반한 평화추구와 갈등해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정책도 이러한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만이 외롭게 자국의 생존을 위해 중립의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한 곳으로 기울어지면 다른 한 쪽에서 덤빌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해법보다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 필자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며 오피니언뉴스 베를린 통신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