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강성 당원에 포획된 민주당이 '시민정당'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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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강성 당원에 포획된 민주당이 '시민정당' 되려면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 승인 2021.04.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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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지도부 사퇴후 일주일만에 강성당원들 반발 '해괴망측'
대통령 우상숭배권력과 의원 뱃지 권력 놓지 않으려는 '권력중독현상'
견제와 균형, 숙의 시스템과 일반 유권자들 정당참여 활성화해야
‘당정분리’와 ‘원내정당화’노선 복원하는등 근본적 정당개혁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교수] 최근 4·7 재보선에서 패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부 강성당원들의 일탈행위는 참으로 해괴망측하다.

그들은 초선의원들의 반성문 발표에 대해 ‘초선5적’으로 몰거나 문자폭탄으로 공격을 일삼는 모습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일방적인 공격과 비난은 상호존중, 대화와 타협, 숙의, 열린공론장을 지향하는 민주적인 정당의 규범에서 벗어난다.

집권여당의 위기, 정당민주주의 위기로 비쳐져 

이들의 일탈된 행동이 선거 패배 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씁쓸하다. 강성당원들에 의해 정당 내부가 포획당한 채 열린 공론장을 개설할 수 없다는 점은 집권여당이 처한 정당민주주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고루 대변할 책임정당이기에 정당민주주의의 적신호를 온정주의적 시각에서 숨기지 말고, 근본적인 정당개혁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시 보고 정상화방안을 찾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지난 9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선거 패인으로 당헌당규 개정에 따른 무리한 후보 공천, 국민적 공감을 잃은 검찰개혁, 무원칙한 인사 등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당일 오영환 등 5명의 초선 의원들은 ‘2030 의원 입장문’을 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강성당원들과 극렬지지층이 반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들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입장문을 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을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거센 비난과 공격을 자행했다. “초선 5적”, “배은망덕”, “칼 꽂고 뒤통수친다”등 표현 수위 또한 거칠었다. 권리당원들 사이에선 초선의원들 전화번호 목록과 이들에게 보낸 비난 문자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꾸준히 공유되었다. 당에 대한 애정과 검찰개혁에 대한 열정 때문일 테지만, 표현의 수위나 방식이 지나친 건 분명하다.

성당원들 반발 지나쳐...차기 대권주자들까지 눈치보기

강성당원들의 반발과 공격이 거세지자 반성문 발표에 참여했던 장경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아닌데, 왜곡해서 알려졌다”고 하면서 “더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며 “저 개인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입장을 번복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더욱더 참담한 것은 강성당원들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의 소신없는 태도이다. 그들은 강성당원들과 지지층을 의식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사실상 거부하거나 회피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조국 사태’라는 지적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평가를 거부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낸 것에 대해 “그것도 민심”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성당원들에게 소신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초선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우리 당에서 금기어 혹은 성역화된 조국 전 장관 문제는 보수정당의 ‘탄핵’과 같이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을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조 의원은 “몇몇 진보 진영 셀럽들이 조국 사태 반성 메시지를 낸 초선의원 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켜 좌표를 찍고 ‘양념’(악플 공격)을 촉구해서 실제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해 온 모습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준 것”이라며 “그러면 당은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정당개혁을 주장했다. 유 전 총장은 “강성 지지층 얘기 들어보면 온갖 악플을 단다”며 “그 사람들이 태극기 부대처럼 주먹을 휘두르고 그런 폭력은 쓰지는 않지만 언어폭력은 계속돼 오지 않았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중도가 밥맛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끌려 다녀서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 9일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 9일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시민', '민주정당' 맞나...'권력중독현상' 드러내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시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매개기관으로서 자신의 정책과 실천에 대해 선거 결과로써 책임을 지는 조직이기에 선거패인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토론을 통해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마련하여 민심을 수습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절차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총사퇴한 지 일주일도 안돼 쇄신을 거부하는 강성당원들의 이번 사태는 표심으로 심판한 민심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강성당원들의 공격적 태도는 참으로 한심하고 위험하다. 이런 모습이 평소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말하면서 선거에서 진 패자로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환골탈태하려는 집권여당 당원들의 상식적인 태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강성당원들의 이탈된 모습은 우리나라에 ‘민주시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민주시민의 참여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정당’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강성 당원들과 지지자에 장악된 집권여당의 조직문화 그리고 이번 선거의 이슈로 등장한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는 집권당의 소통문화가 문제다. 

이런 집권당의 조직문화를 보면, 정당이 국민과 정부를 이어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대의기관이 맞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주체인 민주시민이 맞나? 의문이 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여러 해석이 있지만 강성지지자와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는 이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대통령 우상숭배권력과 국회의원 뱃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권력중독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미셸 푸코는 ‘판옵티콘’(원형감옥) 개념을 통해 인간이 감시와 처벌의 권력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자기마음의 감옥을 만들어서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규제하는 ‘규율권력’관계에 빠져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강성지지자와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는 이들의 행태는 이런 규율권력이 작동하는 판옵티콘에 갇혀 권력중독에 빠진 정당과 시민상을 보여준다. 

또한 미셀 푸코는 민주적인 헌법국가에서도 이런 판옵티콘과 규율권력이 작동하기에 권력에 중독된 시민들은 진정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민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권력중독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조건에 대해 저항적 행동 즉, ‘대항적 품행’(counter-conduct)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권력관계 속에 있는 사실과 진실 규명이다. 둘째는 권력관계 속에 있는 자신의 역할 규명이다, 셋째는 자신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객관화하는 자기배려이다, 넷째는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객관화하는 타인배려이다. 이런 4개의 ‘대항적 품행’은 결국 ‘파레시아’(용기있게 말하기)라는 기술로 수렴된다. 

‘파레시아’는 소크라테스가 진실추구를 위해 아테네 시민들에게 묻고 답하는 방법으로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한 것처럼, 주변의 권력에 눈치를 보지 말고 진솔하게 용기있게 말하는 것을 말한다. 파레시아는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말하기’라는 뜻이다. 

파레시아를 행하는 사람은 파레시아스트(parresiastes)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 자이다. 파레시아스트는 선동가와는 반대로, 민중이 듣기 좋아하는 의견만을 그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의견의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거북한 진실들을 부르짖는 임무를 담당한다.

푸코는 “아첨꾼에 대비되는 진정한 친구는 진실을 말하는 친구”이며 “파레시아를 실천하는 사람이 근본적으로 친구”(<담론과 진실-파레시아>)라고 했다. 이처럼 푸코는 권력중독에 맞서 파레시아가 발현될 때, 진실이 드러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민주체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왜곡된 정당민주주의...일반 유권자 참여 활성화해야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관련자들 중에서 파레시아스트는 누굴까? 당연히 강성당원들과 지지자들 보다는 조응천 의원이나 유인태 전 사무총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강성당원들과 극렬지지자에 의해 정당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는 작금의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왜 일찍이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청이 원팀이 되는 ‘당정청일체론’에서 벗어나 ‘당정분리’와 ‘원내정당화’ 및 ‘국민참여경선제’를 추구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견제와 균형, 숙의가 없는 ‘당정청일체론’에서 집단주의에 영향을 받는 강성 당원들과 극렬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념적이고 정파적인 편향성이 강한 강성당원들과 극렬지지자들에 의해 포획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집권여당이 당심과 민심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고 평균적인 전체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한 ‘시민정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본적인 정당개혁차원에서 ‘당정분리’와 ‘원내정당화’노선을 복원하고, 국민참여경선제를 ‘미국식 예비선거제의 법제화’로 더욱 확대하여 일반 유권자의 공천참여와 정당참여를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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