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 so! 베를린] 베를린 월세상한제, 헌법불합치 판결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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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 so! 베를린] 베를린 월세상한제, 헌법불합치 판결나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 승인 2021.04.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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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헌법재판소 "베를린의회 관련법 제정, 연방법상 권한 벗어나"
주민들, 월세상한법 무효 예상...세입자와 차액 반환조건부 계약맺기도
법 시행동안 임대주택 신규공급 줄고, 집주인도 세 놓는데 소극적
세입자들, 14개월간 월세금 차액 반환해야하는 처지에 몰려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3일전인 지난 4월 15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지방정부중 베를린정부가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월세인상금지정책(월세상한제: Mietendeckel)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베를린 임대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2020년 2월 시행된 월세상한제는 베를린의 치솟는 월세를 억제하기 위해 좌파 집권의 베를린의회(Rot-Rot-Grün, 사민당-좌파-녹색당)가 입법화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 제도는 베를린 150만 주택의 월세를 2019년 6월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2년부터 연 최대 1.3%내로 월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책이다.

또한 2단계로 2020년 11월 23일부터 신규상한선보다 20% 비싼 월세는 아예 법으로 금지시키는 한편, 임대인인 집주인이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 유로(한화 약 6억 7천만원)의 벌금을 추징하도록 했다. 5년간의 한시적인 법이긴 하나 베를린의회의 새로운 주택정책 시도는 입법이후 다양한 찬반양론을 낳았다. 

찬반양론 분분했던 월세상한제...끝내 헌법불일치 결정

결국 지난해 5월 자민당(FDP)과 기민당/기사당연합정당(CDU/CSU) 등 야당측이 임대차법에 대해 "연방법 규정상 지방정부의 권한 밖에 있다"고 주장하며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연방헌법재판소가 4월 15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한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 법이 무효가 됨으로써 독일민법(BGB)에 따라 세입자는 집주인과 합의한 것(동결)보다 월세를 올려줘야할 뿐 아니라, 기존의 월세와 상승된 월세 사이의 차액을 되갚아주어야 하는 엄청난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이 헌법불일치 결정의 영향을 받을 베를린 월세세입자가 90% 가까이 된다고 한다.

Berliner Sparkass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법이 무효화될 경우 베를린 세입자들이 부담해야 할 월세부담과 관련, 41% 정도의 세입자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차액을 갚기 위해 자금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47% 정도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자료: Berliner Morgenpost)

베를린 수년간 월세 급등한 지역...법으로 못막게 돼

그동안 베를린은 독일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월세 가격이 상승해 기존 거주자들을 도시 밖으로 내모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문제를 심각하게 앓아왔다. 중앙부동산협회(Dachverbands Zentraler Immobilien-Ausschuss, ZIA)의 조사에 따르면, 베를린 월세가 2013년에서 2019년까지 7년동안 27%나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적 수치일 뿐 베를린 시민들이 실감했던 월세 상승은 그보다 훨씬 가팔랐다.

예를 들어 시내 한가운데 있는 78㎡의 2룸 아파트 월세는 2013년 900유로 정도였는데, 2019년에는 1500유로 정도가 됐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가 없었다. 실제 거의 60%에 가까운 월세 상승이 나타났던 것. 기존의 월세로는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다보니 가능한한 기존의 월세를 떠나지 않으려고 애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집주인의 집개조나 매매를 이유로 이사를 해야하는 처지가 되면, 결국 베를린 바깥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독일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했으면 하는 희망인데 이제는 그야말로 사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월세 가격이 오르자 살던 집에서 떠나게 된 처지를 항의하는 베를린 세입자들의 모습. 사진=: Deutsche Welle
월세 가격이 오르자 살던 집에서 떠나게 된 처지를 항의하는 베를린 세입자들의 모습. 사진=: Deutsche Welle

월세상한제, 임대주택 공급 줄어드는 결과 초래도 사실

그런데 월세상한제를 실시했다고 해서 베를린 시민들의 주택사정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을까.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에 비해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기존 월세집의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좋았는데, 부동산 시장의 공급선순환이 멈춰버린 것이다. 베를린의 부동산 투자회사들은 월세수익이 종전 같지 않고 규제가 엄격해지자 대부분의 주택공급계획을 중단시켜버렸다. 그리고 집주인들은 베를린 주정부가 정해놓은 월세상한제 기준에 따른 월세 공급이 터무니없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집을 내놓지 않게 되었다. 주택관리를 위한 개보수를 미루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부동산시장도, 건축경기도 정체기를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많은 세입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가져다줬다. 직장 변경과 개인적 사유로 주택을 옮겨야 하는 경우 과거보다 너무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싼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를 구한다는 집 광고를 올리면 수백명이 연락을 하고, 순번을 매겨가며 집주인과 인터뷰 약속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상한제를 적용한 금액을 제시하면서도 해당 법이 위헌이 될 경우 원했던 월세금액과의 차액을 집주인에게 보상한다는 규정에 합의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베를린 세입자들은 베를린의회가 어떤 후속조치를 내놓을지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들에겐 2020년 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4개월의 월세차익반환이 가장 큰 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월세라면 다시 길거리에서 집을 찾아 헤매야 한다. 그렇다고 집주인의 이익추구권에 칼을 들이대며 강제로 집세를 낮추하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맞는다. 공급이 늘지 않고서야 베를린의 집 가진 자와 집 빌리려는 자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은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Ach So!는 '아하!` 라는 뜻의 독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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