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1천만 눈앞...이통3사와 불편한 동거 지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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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가입자 1천만 눈앞...이통3사와 불편한 동거 지속될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1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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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망 도매제공 의무화·도매대가 인하 추진
이통사, 가입자 빼앗기느니 통신자회사에
알뜰폰 택하는 2030늘자...이통사 직접 저가 요금제 출시
알뜰폰 자회사로 간 가입자는 쉽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와 알뜰폰 자회사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와 알뜰폰 자회사간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3사 입장에서는 모회사가 직접 가입자를 유치하는게 가장 이익이 크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그럴 수 없다면 타통신사에 가입자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알뜰폰(MVNO)업체는 이통3사(MNO, 기간통신망 사업자)의 망을 빌려쓴다. 정부가 SKT와 망 이용료인 ‘도매대가’를 설정하면 이통사는 설정된 요금에 알뜰폰에 망을 대여해야 한다. 정부와 SKT는 5세대이동통신(5G)의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63% 이하로 설정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5G망 도매대가를 자사 통신 상품 대비 60%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대가 산정에 따라 SKT가 월 100원의 요금제를 판매할 때 알뜰폰 업체는 최소 63원에 SKT 망을 대여하고 여기에 관리비,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한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재판매 하는 방식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를 직접 확보하면 월 100원의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가입자를 받으면 망 도매대가에 따른 수익 63원만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오는 2분기 중 이통3사가 제공하지 않고 있는 5G 데이터 구간(12~150GB) 상품에 대한 도매대가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통사 계열 알뜰폰 업체의 시장 점유율 늘어

지난해 10월 아이폰12시리즈가 출시된 후 알뜰폰 순증 가입자는 매달 4만~5만여명 수준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동전화가입자중 알뜰폰 이용자는 927만여명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5G 보급 이후 이통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중 이통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였다. 40여개에 이르는 알뜰폰 중소사업자의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이통3사는 SKT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 있다. 

격 경쟁력이 최우선인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 사업자는 이통사의 지원을 받아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지원하는 대기업 자회사와 상대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2030의 이탈...자회사 대신 직접 나선 이통사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 대신 이통사가 직접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며 자신들의 자회사와 경쟁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뜰폰에 가입하는 2030세대가 늘면서 이통사 입장에서 더 이상 자회사를 통한 이용자 확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저가 요금제를 출시해 자회사를 포함한 알뜰폰 업계와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알뜰폰 가입자의 20대 비중은 18%였다. 2017년 하반기(11%)와 비교하면 3년 만에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10대 가입자는 1%에서 4%, 30대 가입자는 23%에서 24%로 증가했다.

알뜰폰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20대 고객이 약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아이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알뜰폰은 상대적으로 낮은 통신비를 지출하며 통화와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층 대상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LTE 보급 이후 문자 대신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시청하며 데이터 위주로 소비패턴이 바뀐 MNO 통신 사용자들과는 결이 다른 서비스였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아이폰12시리즈와 갤럭시S21시리즈 등 5G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알뜰폰에 가입해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는 2030세대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이통3사는 온라인 요금제를 대거 출시했다. 온라인 요금제는 각종 혜택을 줄이고 오프라인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도록한 요금제다. 자급제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는 알뜰폰 업체뿐만이 아니라 이통3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5G 요금제의 경우 월 150GB 이상 제공하는 대용량 요금제를 기준으로 SKT가 월 5만2000원(200GB), KT는 월 5만5000원(200GB), LG유플러스는 월 5만1000원(150GB) 요금제를 온라인 전용으로 선보였다. S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월 3만8000원(10GB), 월 3만7500원(12GB)요금제도 출시했다. 

가격대로만 본다면 월 3~4만원대의 알뜰폰 4G 요금제와 비슷한 금액에 이통사에서 5G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애매해진 이통3사와 알뜰폰 자회사 관계

한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예산 차이 때문에 모회사랑 경쟁하는 건 어렵다”면서 “알뜰폰은 4G 요금제 중심이라 4G에서는 여전히 가격면에서 모회사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MNO(SKT·KT·LG유플러스)가입자와 MVNO(알뜰폰)가입자 사이에는 여전히 벽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쪽 가입자 대신 알뜰폰 자회사 가입자가 늘어나면 MVNO 시장 안에서 또 번호이동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통사의 포인트 혜택, 멤버십 서비스 등을 원하는 소비자가 쉽게 알뜰폰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이통3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알뜰폰 자회사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 역시 썩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다. 알뜰폰 시장은 각종 약정 등 소비자를 묶어둘 만한 요인이 적은 탓에 경쟁사 자회사로의 가입자 이탈이 쉬울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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