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잡아라”...카카오·네이버·신세계, 치열한 ‘패션’ 플랫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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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잡아라”...카카오·네이버·신세계, 치열한 ‘패션’ 플랫폼 경쟁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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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인지도, 성장가능성 모두 ↑
카카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품어
네이버 “동대문, K-패션으로 키울 것”
SSG닷컴, ‘W컨셉’ 인수로 오픈마켓 확장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기술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그재그 새 모델 배우 윤여정. 사진제공=지그재그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기술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그재그 새 모델 배우 윤여정. 사진제공=지그재그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꾀하는 IT 대기업 카카오·네이버는 물론 신세계 같은 전통적인 유통 공룡들까지 모두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은 트렌드에 민감한 1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을 쉽게 확보하고, 플랫폼의 콘셉트를 구축하기에도 좋은 영역이다. 

카카오, 패션 플랫폼 의지 드러내

16일 정보기술(IT)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기술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올 7월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며, 대표는 서장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맡는다.

지난 2015년 6월 출시된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20대가 쿠팡 다음으로 많이 쓰는 앱(작년 11월 기준)이고, 10대 사용률도 높다. 젊은 층 중심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해 올해 연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카카오는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 참여해 카카오커머스의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한 발 물러서며 다른 길을 모색했다. 시장 점유율 2.9%로 아직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서 타 이커머스 기업들과 유사한 사업모델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카카오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에 집중하는 네이버, 신세계, 쿠팡 등과 달리 젠틀몬스터·어프어프(earpearp)·조셉앤스테이시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끌어들이며 ‘편집숍’을 표방해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더보기 탭에 위치했던 ‘카카오쇼핑’을 카카오톡 내 4번째 탭으로 추가하며 접근성을 높여 쇼핑 커머스를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선물하기 코너에는 구찌, 샤넬, 프라다 등 20여개 명품 브랜드를 입점 시키기도 했다.

네이버, 동대문 K-패션 성지로 키운다

네이버는 동대문이 가진 K패션의 경쟁력을 이용해 ‘패션왕’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패션 커머스 플랫폼 ‘브랜디’에 100억 원 규모의 단독 투자를 진행했다. 

앞서 3월에는 패션 도매상과 전국의 패션 소매상을 연결하는 동대문 패션 커머스 플랫폼 ‘신상마켓’에 단독 투자했다. 해당 투자들은 모두 브랜디와 신상마켓이 구축한 동대문 의류 인프라를 이용하고, 도소매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통해 빠른 배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주요 사업 소식을 전하는 ‘네이버 밋업’에서 “올해 소상공인(SME)을 위한 물류에 집중하고, 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 청사진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며 동대문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한편, 일본에서 잘 통할 만한 상품을 골라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패션 소상공인까지 전부 끌어안으면 백화점, 아울렛은 물론 패션 디자이너와 소상공인 중심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모두 포섭하는 ‘패션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SSG닷컴 오픈마켓 SSG파트너스 화면. 사진제공=SSG닷컴

‘유통 공룡’ 신세계, 변화 꾀하는 중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이달 여성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인수했다. 차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걸쳐 공식적으로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W컨셉은 회원 수 500만명, 2019년 기준 총취급고 2000억 원에 달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 1위 업체로 매년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자체브랜드 '프론트로우' 등을 갖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W컨셉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W컨셉을 인수한 후에도 기존 인력을 승계하고 W컨셉 플랫폼을 별도로 운영한다. 

SSG닷컴의 이번 W컨셉 인수는 적극적으로 오픈마켓에 진출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온다. SSG닷컴은 지난달 오픈마켓 진출을 선언하며 온라인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교적 늦게 출발한 오픈마켓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 젊은 층의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쿠팡이 패션계 ‘큰손’으로 불리는 10~30대 젊은 층을 잡기 위해 ‘C.에비뉴’라는 자체적인 패션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 입장에서는 신선식품, 생필품, 가전제품 등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분야에 비해 온라인 전환이 덜 이뤄져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패션 분야를 놓고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국내 패션시장 규모의 19%에 불과했던 온라인 패션시장은 지난해 37%까지 성장했다.

또 패션은 공산품, 식료품 등 필요가 명확한 품목과는 달리 취향과 유행을 많이 타는 분야다. 일반적인 제품이 아닌 인플루언서들이 소장하는 아이템 등을 입점해 젊은 층의 수요를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플랫폼 자체가 트렌드가 돼 유행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들 입장에서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향후 진출하고 싶었던 사업 영역을 훨씬 쉽고 빠르게 확장할 수 있고, 대기업 역시 이미 충성 고객층이 확보된 플랫폼을 인수함으로서 사업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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