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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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15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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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카드수수료 재산정 일정 3년만에 다시 돌아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7~8등급 저신용자 놓칠 수도
고신용자의 카드론 이용 늘어 부실 위험도 증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카드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호실적과 보복소비로 인한 카드 사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가맹점 카드수수료 재산정 등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다음주 초 삼정KPMG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원가분석을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달 중으로는 당국과 카드사 등이 참여하는 카드 수수료 재산정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카드업계, 올해 11월까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3년에 한 번씩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는 290만개의 카드 가맹점에서 조달금리와 운영·관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격비용을 산정한다.

적격비용을 포함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과정은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8~9월까지 가맹점 비용을 계산해 적격비용을 산정하면 11월경 완료돼 내년부터 적용되는 일정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 인하됐다. 지난 2007년 4.5%에 달하던 수수료율은 2019년 1.97~2.04%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업계는 수수료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미 대부분의 가맹점은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90만개 가맹점 중 96%가 이미 0.8~1.6%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예전에는 연매출 5억 미만인 가맹점만 해당됐는데 이제는 연매출 30억 미만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64억원으로 전년의 1조6463억 대비 23.1%(3801억원) 증가했다. 

카드사들은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이유가 비용 감소 탓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마케팅 비용이 감소해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러한 불황형 흑자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요인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계가 본업인 신용카드 수수료에서 적자를 내며 다른 사업으로 겨우 메꾸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는 수수료를 더 내리면 적자폭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20%로 인하… 저신용자가 금융소외자로 내몰릴 수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업계 고민거리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위한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7월 7일부터 기존 24%였던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수익이 저하되는 측면도 있지만 저신용자에 대한 리스크도 생기게 된다"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산정한 원칙이 분명 있을 텐데 이를 일률적으로 20%로 내려버리면 그만큼 부실 리스크가 커진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업계는 기존 21~22%의 금리를 적용받던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금리를 20%로 내려주면 그만큼 손해가 발생하고, 그렇다고 대출을 내주지 않으면 소비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거절당한 7~8등급 저신용자들이 금융소외자가 돼 대부업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제안한 '햇살론 카드'도 또 하나의 업계 고민거리다. 햇살론 카드란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월 200만원 한도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인 사람이 신용관리교육을 3시간 이상 들으면 햇살론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보증 비율 100%로 운영될 예정이므로 부실에 대한 위험성도 낮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체적인 규모나 세부적인 규칙이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카드사로서는 유인이 없어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고신용자 카드론 사용 증가… 카드론 금리도 따라 내려가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규제하면서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사용이 늘어나 부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신용자라 하더라도 코로나19나 투자실패의 영향으로 자산이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8대 전업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고신용자 대상 이자율은 3.90%~6.90% 수준이다.

이 중 가장 이자율이 낮은 것은 KB국민카드로 이자율은 3.90%이다. 가장 높은 이자율은 하나카드의 6.90%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등급을 대상으로 한 일반신용대출 신용등급별 금리는 신한은행이 2.55%로 가장 낮고 전북은행이 4.26%로 제일 높다.

카드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35조4000억원으로 9.2%(3조원) 증가했다. 반면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잔액은 6조5000억원으로 14.3%(1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취급을 축소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현금서비스에 비해 금리가 낮은 카드론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사용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부동산 매수 열풍, 빚내서 투자하는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고신용자들도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해 카드론까지 동원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카드론 증가 추세는 정부의 대출 규제한도인 6~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아직까지 카드론 증가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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