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은 지금]① “배민도 한 번에 한 집만”…피말리는 속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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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은 지금]① “배민도 한 번에 한 집만”…피말리는 속도전쟁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13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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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6월부터 '배민1'으로 쿠팡이츠와 맞불
‘배달 격전지’ 강남3구선 쿠팡이츠가 앞서기도
시장점유율 1위 위해 출혈 경쟁 불가피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플랫폼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전례 없는 쿠폰 뿌리기는 물론 속도 경쟁, 상품 경쟁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중이다. 배달업계가 어떤 식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그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올해는 배달앱 업계의 본격적인 '속도'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 2019년 5월 등장한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을 내세워 단단하던 시장점유율에 균열을 내면서 1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배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격전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에서는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쿠팡이츠 점유율이 전체 주문의 50%를 넘길 때가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에 배민이 ‘단건 배달’로 맞불을 놓으며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배민, 6월부터 ‘1주문 1배달’…쿠팡에 위기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2일 자사 홈페이지 내 ‘배민 사장님 광장’ 공지사항을 통해 단건 배달 신규서비스 ‘배민1(one)’ 출시를 공지했다. 

‘배민1’은 오는 6월 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날부터 가입 신청을 접수했다. 현재 45분 내 배달 보장을 의미했던 ‘번쩍 배달’과 주문과 배달까지 책임져주는 ‘배민라이더스’ 카테고리가 앞으로는 ‘배민1’으로 합쳐질 전망이다.

단건 배달 서비스는 배달원 1명이 배달 1건만 처리하기 때문에 배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배민은 배달하는 사람(라이더)이 2~5건의 주문을 배차 받아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해왔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배민을 고민에 빠뜨렸다. 

배민의 경우 고객들이 상품을 받아보기까지 평균 60분 안팎이 소요됐지만 쿠팡이츠에서는 평균 20~30분 내외면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이츠가 업력으로만 보자면 배민과는 무려 9년이라는 차이가 나는 배달앱 후발주자임에도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2일 자사 홈페이지 내 ‘배민 사장님 광장’을 통해 공지한 단건 배달 신규서비스 ‘배민1(one)’.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2일 자사 홈페이지 내 ‘배민 사장님 광장’을 통해 공지한 단건 배달 신규서비스 ‘배민1(one)’. 사진제공=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 서비스 출시와 함께 파격적인 프로모션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다. 원래 배민1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경우 음식점은 배민에 내는 중개 이용료로 주문 금액의 12%, 배달 기사에게 6000원을 각각 내야 한다. 다만 배달 기사에게 가는 6000원은 음식점 주인이 자체 부담할 수도, 주문자에게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배민 측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 주문 금액과 상관없이 주문 건당 1000원의 중개 수수료만 받고 배달비도 5000원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가입 후 최초 광고일부터 자동으로 적용되며, 별도 안내 이전까지는 프로모션 가격이 90일마다 연장 적용된다. 

다분히 쿠팡이츠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쿠팡이츠 역시 입점 가게와 계약할 때 수수료를 ‘음식 값의 15%(중개 수수료)+3.3%(결제 수수료)+6000원(배달비)’으로 정하고 있으나 프로모션을 적용해 해당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 보다 재무적 부담이 훨씬 크다. 나중에 음식점들로부터 매출을 일으킨다 해도, 업체와 라이더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프로모션 비용을 기업 측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민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해 한동안 출혈을 감내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쿠팡이츠보다 3% 낮은 중개 수수료를 내걸었다. 쿠팡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계획된 적자’를 감내했던 것과 같은 전략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단건 배달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쿠팡이츠의 성장도 가파른 만큼 배민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단건 배달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음식점도 매출이 올라가고, 그래야 또 라이더를 많이 확보해 속도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플랫폼들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본격적으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점점 짙어지는 출혈경쟁 양상 

다만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적자도 불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2위 요기요도 인공지능(AI)을 통해 배달 시간을 20분으로 줄인 '요기요 익스프레스' 배차 기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IT 인력을 최대 1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플랫폼에는 충성 고객이라는 게 딱히 없고 저렴하고 빨리 오는 곳으로 쉽게 옮기는 소비자 특성이 있다”며 “업계 특성 상 ‘돈 내고 돈 먹기’ 싸움이라서 출혈 경쟁을 감당할 만한 돈이 있어야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달앱은 배민을 이용하면서도 쿠팡이츠, 요기요를 이용할 수 있어서 고객이 고정되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지금은 배민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고, 쿠팡이츠가 치고 올라온다 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 경제라는 것은 초기 시장을 선점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환경 구축돼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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