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료계 충돌..."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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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의료계 충돌..."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 마련 시급"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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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권 자체적 실손보험금 간소화… "일부에 불과"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계류 중
"보험업법 뿐만 아니라 의료법 개정까지 동반돼야"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가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을 놓고 의료계가 반발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을 비롯한 금융업권에서는 자체적으로 실손보험금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특정 회사의 앱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서류나 방문 없이 보험금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신한생명은 지난 9일 헬스케어 플랫폼과 제휴해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대상 병원을 27곳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2월 모바일 앱 아이원뱅크(i-ONE뱅크)에서 종이서류 없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만 이 서비스는 법제화되지 않고 일부 금융회사에 산발적으로 존재해 여전히 실손보험금 청구가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전송토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의료계 반발에 부딪쳐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의 문제점'에 대해, 김동헌 지앤넷 대표가 '보험업법 개정 없이 구현 가능한 청구 간소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의료계가 의무를 지는 것이 불합리함 ▲전송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 존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가 부적절하게 확장 ▲환자 입장에서 편익 증진 실효성 의문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 변호사는 먼저 "서류전송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험업법상 의료기관은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데 의료비가 들어가는 행위를 국가에서 법적으로 의무까지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계약자가 진료를 받은 뒤 민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의무는 보험사에 있으며, 보험계약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이를 해결할 의무도 보험사에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위한 행정업무 비용까지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계약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의료법 제21조제2항에서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대한 기록 열람이나 사본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에서 의료기관의 보험회사에 대한 전자 전송 방법의 서류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뿐만 아니라 의료법 개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을 거치지 않고 서류가 보험사에 전송된다면 그 과정에서 정보주체인 환자 책임과는 무관하게 진료정보가 해킹 등 위법한 방법이나 중계기관의 과실로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환자가 직접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전송을 요청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원치 않은 정보까지 보험사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환자 개인의 사생활이나 비밀이 의도치 않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환자 정보 전송을 위한 전산체계 구축, 운영과 관련된 사무를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심평원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법인"이라며 "엄연히 공적기관으로 심평원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은 건강보험료에서 충당되는데, 심평원을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과정에 개입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환자 편익 증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보험금 청구라는 주된 업무 자체는 환자가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돼도 소비자의 편익이 크게 증진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직접 서류를 발급받는 경우와 서류전송을 요청하는 경우를 비교 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필요성은 차이가 없으므로 환자의 편익 증진이라는 실효성이 매우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결론을 통해 "보험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고 소액보험금 청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진료 정보의 전자적 전송 의무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인 보험회사로 하여금 환자 진료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보험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적기관인 심평원을 중계 업무에 개입시킬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보험사가 민간 핀테크 업체와 협력해 보험청구 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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