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혐한 발언 DHC 회장, 이번엔 "NHK는 일본의 적"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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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혐한 발언 DHC 회장, 이번엔 "NHK는 일본의 적" 파문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4.12 11: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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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요시다 회장의 혐한 발언을 다시 조명
요시다 회장, NHK의 취재에 적반하장 대응
유력 언론 매체 ‘분슌’, DHC의 민낯 폭로 
日 정부, 도쿄올림픽위해 모순적 행보
김재훈 일본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방송언론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 9일, NHK가 인권을 경시하는 일본 기업들을 고발하는 특집 보도를 했다. 그중에는 지난해 큰 논란이 됐던 일본 유명 화장품 업체인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의 혐한 발언도 소개됐다. 

그런데 NHK의 취재에 DHC 회장은 적반하장으로 ‘NHK는 일본의 적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이 보도 이후, 유력 언론 매체인 ‘분슌’은 악덕 기업으로서의 DHC를 고발하는 기사를 잇달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평소 극우 성향이 강한 사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야후 재팬’에서는 DHC를 옹호하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아 대조를 이뤘다. 이에 자민당 정권이 장기간 추진해온 역사 수정주의의 폐해가 일본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NHK의 아침 보도 방송인 ‘오하요 니혼’에서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헌장’에서도 근절을 주장하는 차별 등 인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지난해 ‘비즈니스와 인권에 관한 행동 계획’을 처음으로 작성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이 계획에는 사회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성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인권 의식이 정리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일본 기업의 실태를 약 10분에 걸쳐 특집으로 보도했다.

'되묻고 싶은 기업의 인권 의식’이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9일 보도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되묻고 싶은 기업의 인권 의식’이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9일 보도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방송에서는 문제가 된 기업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재일 코리안에 대한 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DHC를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그것에 항의하는 시민 단체와 DHC의 제품을 애용하던 한 재일 코리안 4세 여성이 충격이라며 이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일본 내에서도 극우파로 알려진 요시다 회장이 DHC 공식 온라인 숍에 게재한 메시지에서 라이벌 기업인 산토리에 대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시다 회장은 당시 홈페이지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산토리 CF에 기용되는 탤런트는 어째서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 일본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춍토리(‘춍’은 재일 코리안을 낮잡아 부르는 일본어 명칭)라고 놀리는 것 같다. DHC의 경우, 기용하는 탤런트는 물론 원료까지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NHK가 이 메시지에 관한 입장을 DHC에 요청하자 요시다 회장 명의의 답변이 전달됐지만, 근거도 없는 적반하장의 내용에 큰 파문이 일었다. 

요시다 DHC 회장이 공개한 ‘NHK는 일본의 적입니다. 필요 없습니다. 무너뜨립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지난 7일 오전 소개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요시다 DHC 회장이 공개한 ‘NHK는 일본의 적입니다. 필요 없습니다. 무너뜨립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지난 7일 오전 소개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이에 요시다 회장은 NHK측에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소생을 언론은 (혐한을 일삼는)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지만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본래 다수 세력이 소수자에게 하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며, 지금 일본에서 재일 코리안은 소수자는커녕 일본의 중추를 거의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대 세력이다. (중략) NHK에 대해 감상평을 한마디 하자면 ‘NHK는 일본의 적입니다. 필요 없습니다. 무너뜨립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일본 언론에서는 ‘NHK는 일본의 적이다’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NHK가 보도한 내용을 일제히 전했다. 그리고 NHK는 지난 9일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응해 “기업의 인권 배려 필요성과 소비자로서 자세의 중요성 등을 알리기 위한 기획을 방송했다”는 설명을 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일본의 유력 언론 매체인 ‘분슌 온라인’은 ‘DHC 또 문제 발언 NHK는 일본의 적’이라는 대제목과 함께 DHC 회장의 차별 발언뿐만 아니라 내부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악덕 기업’으로서의 DHC의 면모를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분슌 온라인은 ‘DHC 신입사원이 “누명”으로 징계해고, 변호사 “부당해고일 가능성이 크다”’, ‘내부 문서 입수 DHC의 위험한 근무 실태 ’출산 휴가 사용하면 강등, 인사 기준에 “애사 정신 지수”, 보너스 감사 인사를 회장에게 팩스로 전달’ 등의 DHC 비판 기사를 연달아 게재했다. 

이에 트위터에서는 많은 일본 네티즌이 DHC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평소 극우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야후 재팬’의 사용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라 대조를 이뤘다. ‘야후 재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HK 수신료 인상 및 강제 징수 문제와 한일관계 등을 연계해 DHC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혐한을 동원하는 네티즌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9일, ‘(인권에 관해) 사려 깊은 행동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자막과 함께 카미카와 법무성 장관의 발언을 보도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지난 9일, ‘(인권에 관해) 사려 깊은 행동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자막과 함께 카미카와 법무성 장관의 발언을 보도하고 있는 NHK ‘오하요 니혼’. 사진=NHK화면 캡처.

DHC 회장의 혐한 발언을 문제삼은 NHK는 지난 2일, 일본 중의원 법사위원회에서 한 자민당 의원이 차별 발언을 하는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면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카미카와 요코 법무성 장관이 “기업이야말로 솔선해서 모든 차별 또는 편견을 없애고 인권을 배려하기 위해 사려 깊은 행동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도 소개했다.

그러나 DHC의 요시다 회장의 경우, 이미 2016년부터 공공연히 차별적 발언을 해왔다. 지난 2018년부터는 유튜브에 ‘DHC Television’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제작하는 프로그램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 위원장과 올림픽 개회식의 총연출을 담당했던 사사키 히로시 공연 감독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비즈니스와 인권에 관한 행동 계획’을 작성했다는 것은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자민당 정권이 장기간 강하게 추진해 온 역사 수정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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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otori zoa 2021-04-12 16:22:11
Dhc회장은 찐 인종차별주의자군요 그저 무식이 무기인 ㅡㅡ

이현중 2021-04-12 14:15:05
극우 일본의 적이라고 붙여야 말이 될 듯

침묵하는 일반인들도 사실상 동조자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