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엘리자베스 여왕의 힘과 버팀목..필립공 99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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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엘리자베스 여왕의 힘과 버팀목..필립공 99세로 별세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1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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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 필립공 99세로 별세
여왕의 그늘 속에서도 가려지지 않는 그의 영향력
여왕의 '힘과 버팀목'...여왕 "나의 의지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 9일(현지시간)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이 9일(현지시간)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이 99세로 별세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9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필립공이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21년 그리스에서 태어난 필립공은 오는 6월 100번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99세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 역사상 최장기간인 70여년간 군주의 남편으로 지내온 필립공의 별세 소식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세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왕의 힘과 버팀목이었던 필립공

필립공은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결혼하기 전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 지위를 모두 내려놓고 영국으로 귀화했다. 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해군으로서의 경력도 모두 포기했다.

1953년 여왕이 즉위한 이후에는 여왕의 몇 걸음 뒤에서 걸으며 충실한 배우자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 통치자인 엘리자베스 여왕 곁에서 2만2000건이 넘는 왕실 공무를 수행했고, 96세가 되던 2017년에 공식 직무에서 물러났다. 

96세까지 공무를 수행할 정도로 건강했던 필립공은 지난 2월 감염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후 심장 수슬까지 받고 3월 중순 퇴원했다. 이후 눈에 띄게 쇠약해졌던 필립공은 마지막 며칠을 여왕과 함께 보내며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사이에는 찰스 왕자를 비롯한 네 명의 자녀를 뒀으며, 손주 8명과 증손주 10명이 있다.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그늘에 가려있었지만, 그의 영향력은 가려지지 않았다.  

FT는 "70여년간 영국 여왕과 왕실의 발전에 끼친 그의 영향력은 상당했다"고 평가했다.

여왕의 공식 일정에 늘 함께했던 필립공은 800개에 달하는 단체의 후원자로도 역할을 했으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강조하며 50여년간 강연을 다니기도 했다. 숲을 보호하고 어류 남획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가디언은 필립공에 대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힘과 버팀줄'이라고 표현했다. 

보수적이던 영국 왕실에서 직접 짐이나 가방을 옮기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으며, 때로는 직접 아침식사를 요리해 직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필립공은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위 승계 대상이었지만, 큰아버지가 군부에 그리스 왕좌를 빼앗기면서 영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탈출했다. 당시 아기였던 그는 오렌지 상자로 만든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고 BBC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이후 필립공은 프랑스와 독일, 스코틀랜드 등으로 수차례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의 4자녀 중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비를 비롯해 앤 공주, 앤드루 왕세자 등이 파혼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손자인 해리 왕자가 왕실을 뛰쳐나간 후 언론과 영국 왕실에 대한 인터뷰를 강행한 일도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여왕 부부의 관계는 비교적 견고했다. 

필립공은 자신의 전기를 쓰는 작가에게 "나의 임무는 여왕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결혼 5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그는 모든 세월 동안 나의 힘이었고, 나의 의지처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필립공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 1985년 국제승마협회 회장 자격으로 방한을 한 이후 1999년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할 때 함께 한국을 찾았다. 

전세계가 애도...영국에도 추모 행진 이어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크게 슬펐다"면서 "필립공은 비범한 삶을 살았고, 셀 수 없이 많은 젊은이들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왕실이 영국인들에게 중요한 기관이 되도록 도왔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매우 슬픈 날"이라며 "여왕 폐하와 왕실, 영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 싶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질 바이든 여사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미국의 모든 국민을 대표해 우리는 필립공 별세에 대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폐하와 전체 왕족, 영국의 모든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립공이 99년의 생애동안 세계가 극적으로 거듭 변화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전 생애에 걸쳐 필립공은 영국과 영연방,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고 언급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역시 "필립공은 영국을 위엄있게 대표하며 군주에게 무한한 힘과 지지를 가져다줬다"고 밝혔다. 

한편 필립공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BBC는 정규 방송을 중단했다. 버킹엄궁에는 조기가 걸렸으며 많은 영국인들이 헌화하며 슬픔을 표했다.

다만 버킹엄궁 밖에 붙여놓은 공식 발표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자 왕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발표문을 떼어내고, 영국 정부는 모이지 말 것을 당부하는 공식 권고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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