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KDB생명 전 사장, 3백억대 기업가치 훼손에도 '성과급 2억받고 5억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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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KDB생명 전 사장, 3백억대 기업가치 훼손에도 '성과급 2억받고 5억 더?'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4.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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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맺은 성과지표가 장기성장성 반영 못해
단기이익 추구로 기업가치 훼손… 발전소 투자로 330억 손실 입어
"매각 성과급으로 5억원 지급 결정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 감사원 감사 받아야 할 사항"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KDB생명보험이 지난해 투자로만 3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임기가 만료된 정재욱 전 KDB생명 사장에게 총 7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매각 성과급 5억원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으나, 일반 성과급 2억4000만원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 전 사장이 재임 기간 동안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KDB생명을 헐값에 매각했음에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사회의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주주총회 이후 정 전 사장은 매각 성과급 5억원과 별도로 기존 연봉의 80%인 일반 성과급 2억4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일반 성과급은 산업은행과 KDB생명이 맺은 성과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연 정 전 회장이 80%의 성과급을 받을 만큼 기업가치를 올렸는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이 평가를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DB생명은 "기업의 임원 성과급은 투자손실액 등 단순 지표 하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KDB생명 임원 성과급은 대주주와의 협의 및 승인하에 종합적인 경영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평가 되며, 대주주의 승인을 거쳐 적합한 절차를 통해 산출, 결정, 지급된다"고 밝혔다.

성과지표 충족 위해 단기성과 추구로 기업가치 훼손

보험업종은 장기산업이기 때문에 단기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정 전 사장 부임 당시 130개였던 KDB생명 점포는 2년 사이에 이익추구라는 명목으로 40개로 줄어들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점포를 줄이면 고정비가 줄어들어 단기이익이 많이 나는 대신 향후 성장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산업은행은 기업가치가 훼손됐는데도 단기성과지표만 가지고 2억4000만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과 맺은 성과지표가 장기성장성을 반영해야 하는데 단기이익만 측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산업은행은 성과지표체계를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DB생명 측은 "점포통폐합은 IFRS17을 대비하여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사업비 효율화를 위해 추진하는 전략"이라며 "실제 통폐합이 이루어지며 인력감소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KDB생명 성과급은 이연성과급 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단기성과지표만 가지고 성과급 지급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투자 실패 330억원…반대 나오자 투자심의위원회 무력화

정 전 사장의 기업가치 훼손 사례로는 발전소 투자 건도 꼽힌다. 이는 KDB생명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반대한 투자를 정 전 회장이 밀어붙여 약 330억원의 손실을 입은 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주식·출자금·수익증권·외화유가증권·기타유가증권을 합쳐 약 335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수익증권인 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2호에서 입은 254억원의 손실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나대체투자미국발전소전문투자형2호는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인 '프론테라(Frontera)'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명칭이다.

정 전 사장은 재임 기간 중 이곳에 3000만달러(약 330억원) 규모를 투자했는데 이 중 70%가 손실로 돌아온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70%만 사업보고서에 반영됐지만 나머지 30%도 사실상 손해로 봐야 한다"며 "다음 사업보고서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론테라는 글로벌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11일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투자심의위원회는 당초 이 투자를 반대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이 투자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심의위원회에는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CEO가 투자에 관여하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이 해외에 가서 블랙스톤 회장을 만나고 나서 프론테라 발전소 투자를 투자심의위원회에 추천했다"며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니까 정 전 사장이 투자심의위원장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투자심의위원장이 산업은행에서 파견된 부사장이었는데 투자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됐다"며 "그 다음부터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부실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손해보며 매각하고도 성과급 지급한 것은 배임 소지 농후"

정 전 사장은 KDB생명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매각 성과급으로 5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이는 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2년 전 KDB생명을 신속하게 매각하기 위해 최대 45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내건 바 있다. 

KDB생명은 지난 2019년 7월 이사회를 열고 자사 매각에 성공하면 경영진에게 매각금액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장은 5억~30억원, 수석부사장은 그 절반인 2억5000만원~15억원이다. 최대 45억원의 인센티브 지급을 결정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유리한 조건에 이뤄지면 기존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등 여러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과연 인센티브를 제공할만큼 유리한 매각이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금호생명 인수에만 6500억원, 이후 수차례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총 1조1000억원 이상을 KDB생명에 투입했다. 반면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1조1000억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가 1조1000억원이나 들어갔으면 산업은행은 운영을 제대로 해서 적절한 가격에 팔았어야 한다"며 "그게 구조조정의 목적이자 산업은행 존립의 목적인데 1조1000억원 들어간 회사를 2000억원에 팔아버리면서 매각 성과급까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이사회의 배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만 하면 성과급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부분은 감사원이 정밀조사해서 당시 대주주였던 산업은행과 KDB생명의 권리 남용에 관한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KDB생명 측은 "성과급 자체는 대주주의 지급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사회의 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JC파트너스의 자본동원력도 의문시되는 지점이다. JC파트너스는 향후 투자자를 모아 3500억원을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JC파트너스가 조성할 펀드 3500억원에는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투자한다. 산업은행도 그보다 후순위로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산업은행에서 뒷돈을 빌려주는 꼴"이라며 "있을 수 없는 계약체결인데 산업은행이 제조업체만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퇴직한 정 전 사장은 최근 차기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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