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증 부작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내 접종 로드맵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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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증 부작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내 접종 로드맵 바뀔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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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 ‘AZ백신-혈전증’ 연관 발표
“韓 AZ백신 의존도 높아 중단 힘들어”
논란 많은 AZ백신에 국민 불신 높아지나
유럽의약품청(EMA)이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 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이 7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 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혈전증 발생 연관성에 대해 말 많았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이 결국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에 따라 국내 AZ 백신 접종 계획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현지시간)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WHO 백신 안전에 관한 자문위원회(GACVS)의 코로나19 소위원회는 AZ 백신과 혈전의 인과관계에 대해 타당해 보인다고 하면서도 “드문 부작용은 코로나19에 따른 사망 위험,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 사망을 줄이는 백신의 잠재력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WHO가 드물긴 하지만 AZ백신의 혈전증 관련 부작용사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유럽의약품청(EMA)이 접종 뒤 나타나는 특이 혈전증이 대부분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발생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정부가 접종대상을 전면 재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EMA는 7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나온 모든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AZ 백신과 특이 혈전증 간의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영국의 백신접종 및 면역공동위원회(JCVI)도 AZ 백신이 드물게 혈전을 생성하는 부작용과 연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EMA가 AZ백신 부작용 관련, 결론을 내놨지만 반드시 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MA역시 아직까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한 AZ백신 접종 제한에 대한 권고사항을 내놓진 않았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AZ 백신을 맞은 후 혈액 응고는 물론 사망에 이르는 등 혈전 부작용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그동안 EMA는 “백신과 혈전 간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EMA 입장이 새로 나오자 영국은 30세 미만에게 AZ 백신의 대안을 제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탈리아는 60세 이상에게만 접종 권고했고, 스페인은 60~65세 연령층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앞서 독일·네덜란드는 60세 미만, 캐나다·프랑스는 55세 미만에 대해 AZ 백신 접종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비상’ 걸리나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AZ의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혈전 생선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7일 EMA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추진단은 8일 예정됐던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접종 시작과 ▲현재 접종을 받고 있는 요양시설·요양병원, 코로나19 대응인력,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추진단의 긴급 일정 조정에 따라 접종이 연기된 사람은 총 14만2202명이고, 접종이 보류된 만 60세 미만은 3만8771명이다. 

이번 접종 일정 조정과 더불어 EMA 발표로 인해 정부가 목표했던 ‘11월 집단면역’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EMA의 검토 결과를 확인한 후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EMA가 처음 공식적으로 연관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차질 없는 백신 도입으로 상반기 1200만명 접종, 11월 집단면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그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AZ 백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상반기에 확보한 백신 1808만8000회분 가운데 AZ 백신이 1067만4000회분(5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2분기 접종 대상 1150만3400명 중 AZ 백신 접종 인원은 약 770만5400명에 이른다. 전체 2분기 접종 예정자 중 6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일정 연령층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백신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60세 이하 접종을 완전히 멈출 경우 접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자료=외신

전문가 “현재 접종 계획 밀고 나가야”

일단 접종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있지만 정부의 접종계획 재검토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MA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는 권고사항을 내놓지는 않았다. 

에머 쿡 EMA청장은 연관성을 발표하면서도 “안전위원회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AZ 백신의 이점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 또한 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 혈전증을 이유로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보단 상황에 맞춰 계획을 계속 수정해 나가면서 접종을 이어가야한다는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100만 명 당 5명 정도인데, 코로나는 현재 10만 명이 감염돼서 1700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특히나 현재의 접종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분들은 매우 드문 부작용이라고 주의를 시키되 더욱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며 “젊은 연령층의 경우, 어차피 현재 접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초기 계획으로 돌아가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성보다 이익이 더 크다며 접종의 중요성을 재강조 했다.

국민의 ‘백신 불신’, 집단 면역 형성 변수될 수도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이거나 도입 일정이 확정된 백신은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 뿐이다.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은 협의 진행 중에 있지만 도입 일정과 물량이 확정되진 않았다. 

특히 확보 백신의 59%를 차지하고 있는 AZ 백신은 처음엔 불확실한 접종 간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고, 이후 고령층에 대한 효능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논란을 빚었다가 해소되자, 최근엔 거꾸로 젊은 층 접종 시 드물지만 혈전 생성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불신이 높아져 집단 면역 형성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에서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씨베이가 타게스슈피겔가 독일인 5000명을 상대로 ‘AZ 백신 접종을 받지 않고 다른 백신을 기다리겠느냐’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52.0%가 다른 백신을 기다리는 편이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AZ 백신을 맞았지만 일상적인 면역 반응 외 별문제 없었다”며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안 맞았을 때의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질병관리청에서 AZ 접종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권 장관의 설명이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날 “주말 중 일부 보류된 AZ 백신 접종의 재개에 대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며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이날 혈전 전문가 자문단 회의를 열고 AZ 백신 접종 재개와 관련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백신 전문가 자문단,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주말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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