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량 감소 폭 작아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OVX(오포·비보·샤오미)’의 점유율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8일 “2분기에 본격적으로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생긴 미국과 중남미 시장 공백을 중국 제조사가 메울 수도 있다”며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중국 제조사들이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반도체가 쓰이는 산업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icro Controller Unit, MCU), 중앙처리장치(AP) 등 시스템반도체와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있어 미리 확보해 놓은 재고 덕분에 생산 차질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국 제조사들도 반도체 공급부족을 완전히 피해갈 순 없다.
류웨이빙 샤오미 부사장은 지난 2월 “단순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정말 치명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전 제품을 생산하기에 필요한 반도체 종류도 다양하고 수량도 많다.
샤오미는 최근 스마트폰에 필요한 AP 부족 등을 이유로 중저가 스마트폰 일부에 생산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샤오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이면서 동시에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도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대만 폭스콘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도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OVX, 지난해 말 화웨이 축소분을 뛰어넘는 부품 주문
이 같은 반도체 공급부족이 2분기를 넘어 최소 오는 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제조사들은 재고를 축적 해둔 덕에 반도체 공급부족에도 경쟁사 대비 생산 축소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장비·설계·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를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로 공급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화웨이는 최근 몇년간 삼성전자, TSMC 등 다양한 반도체 회사로부터 연간 2억대 가량의 스마트폰 부품을 구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감소분이 1억4000만대,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95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말부터 화웨이의 공백을 놓고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제품 생산 계획을 세우면서 화웨이 감소분을 넘어서는 AP, 5G칩,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 주문이 발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샤오미, 오포, 비보가 각자 화웨이 감소분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세 회사의 부품 주문량이 화웨이 감소분을 넘어서 버렸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는 중국 모바일 고객사의 ‘더블부킹(중복주문)’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시장을 예의주시했던 상황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더블부킹 우려'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며 “실제 더블부킹인지 아닌지는 수요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반도체 제조사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필요한 반도체 수량 이상을 복수의 반도체 제조사에 주문하는 것을 ‘더블부킹’으로 표현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필요 이상의 제품을 주문한 뒤 배송전에 구매를 취소하거나, 재고를 축적해 추가 주문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더블부킹 우려는 이제 사라졌다고 본다”며 “지금은 너도 나도 반도체를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우대하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2분기에도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낸드 플래시 등 재고를 축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를 보고 언제 자신들도 타깃이 될지 모른다고 느낀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주문량을 늘렸다”며 “그덕에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다른 제조사들 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차질이 덜 하다”고 설명했다.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OVX↑
오는 2분기에도 삼성전자와 애플 등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반도체 공급 부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두달 앞서 지난 1월에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1시리즈’를 출시했다. 애플 역시 지난해 10월 말 아이폰12시리즈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은 출시 직후 판매량이 가장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낮아진다. 삼성과 애플의 플래그십 모델 출시 효과가 약해지는 2분기에 중국 제조사들이 신형 스마트폰을 대거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웨이 감소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연구원은 “보통 갤럭시S21이 조기 출시되면서 예년에 1·2분기에 나올 판매량이 올해는 1분기 중에 몰렸다”며 “보통 2분기 중에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중국 제조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는데 올해는 갤럭시 조기 출시 효과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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