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리포트] 日 상징 '도시바' 어쩌다... 해외매각 후 상장폐지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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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리포트] 日 상징 '도시바' 어쩌다... 해외매각 후 상장폐지 수순 밟나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4.08 16: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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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영국 펀드에 매각 가능성 커져..
"이번 M&A, 도시바 경영진과 대주주의 갈등이 원인"
‘히타치 금속’도 매각 소식 전해져 일본 네티즌, 유명 기업들의 매각 가능성에 한숨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의 대표 기업인 ‘도시바’가 영국계 투자 펀드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는 일본을 상징하고 있는 기업의 해외 M&A(기업인수합병) 소식은 워낙 이례적이다보니 일본인들의 충격이 한층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일본 언론에선 도시바가 해외 매각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경영진에게 계속 반기를 들고 있는 대주주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설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매각 결정이 난다면 관련법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도시바 매각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이 이번에 매각을 제안한 영국계 투자 펀드의 일본 자회사 회장을 역임한 전력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에 이어 일본 유명 기업인 ‘히타치 금속’마저 외국 자본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더 하고 있다.

지난 7일, 일본을 대표하는 다국적 중전기 기업인 ‘도시바’가 영국계 투자 펀드인 ‘CVC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을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아침, 기자단의 질문에 응한 구루마타니 도시바 사장은 ‘CVC’로부터 매각 제안이 온 것을 인정하며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고 한다.

또, 교섭이 합의에 이르면 ‘TOB(주식공개매입)’가 진행되어 매수 규모는 2조 엔(약 23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진 당일, 도시바의 주식 매수 주문이 몰려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도시바에 매각을 제안한 영국 투자 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의 운용 자산 총액은 약 12조 엔(약 122조 원)에 이른다. 그 CVC가 이번에 제안한 것은 ‘주식 비공개화(상장폐지)’여서 일본 사회에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주식의 비공개화’란 상장 기업이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외부 투자 펀드 등이 공개 매입을 한 후, 주식 상장을 취소하는 것이다.

일본의 TBS메인뉴스는 7일  ‘도시바, 영국 펀드로부터 매각 제안, 대주주인 투자 펀드와 대립’이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TBS화면 캡처.
일본의 TBS메인뉴스는 7일 ‘도시바, 영국 펀드로부터 매각 제안, 대주주인 투자 펀드와 대립’이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TBS화면 캡처.

도시바는 지난 2015년에 발각된 부정 회계 문제를 비롯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투자 등 원자력발전 사업에서의 거액 손실 등으로 자본잠식 상태의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며, 2017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 2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6000억 엔(약 6조 1000억 원)의 증자를 통한 자구책 등으로 재무 상황이 크게 개선됐고, 올해 1월, 약 3년 반 만에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복귀한 참이었다.

이번에 상장 폐지를 골자로한 매각 제안이 갑자기 나온 배경에는 도시바의 경영진과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른바 ‘할 말은 하는 대주주’와의 대립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7월의 주주총회에서는 대주주인 싱가포르계 펀드사가 구루마타니 도시바 사장의 재임을 찬성하지 않아 재임 찬성 의견이 57%에 머물렀다. 게다가 도시바 사장이 반대한 대주주 펀드사의 안건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에 ‘CVC’가 제안한 것으로 보이는 ‘주식의 비공개화’는 시장 가격보다 높게 주식을 매수하되 주주를 크게 줄여 경영자 측에서는 의사 결정 및 사업 운영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 현 경영진이 이번 ‘CVC’의 제안을 성사시켜 대주주의 경영 참견을 받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향후 도시바의 실적이 개선되면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매각 제안을 둘러싸고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안보 등 중요 인프라 등에 관여하고 있는 일본 기업을 해외투자가가 매수할 경우 ‘외환 및 외국 무역법’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정부는 안전보장에 관여된 기업에 해외투자가가 출자하는 경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후, 도시바의 판단과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후지TV의 메인 뉴스인 ‘Live News α’에 출연한 오사나이 아츠시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도시바의 경우 이미 가전, 의료, 반도체 등을 포기한 가운데 무슨 가치가 있냐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도시바를 불신하는 이유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경영이나 조직 전략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바의 기술력은 지금도 높고 주력 부문에는 산업, 에너지, 물류 자동화 등이 남아 있다”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IT 기업이라는 장점도 있어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일본 후지TV의 메인 뉴스인 ‘Live News α’에서 이번 매각 제안은 도시바가 해외에서 인정받은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와세다대학의 오사나이 교수(왼쪽).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지난 7일 일본 후지TV의 메인 뉴스인 ‘Live News α’에서 이번 매각 제안은 도시바가 해외에서 인정받은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와세다대학의 오사나이 교수(왼쪽). 사진=후지TV 화면 캡처.

반면, 8일 ‘지지통신’은 구루마타니 도시바 사장이 도시바에 매각을 제안한 ‘CVC’의 일본 법인에 2018년까지 약 1년간 회장 겸 공동 대표였고 게다가 도시바의 사외이사인 후지모리 요시아키 씨도 ‘CVC’ 일본 법인의 최고 고문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이번 매수 건의가 다른 이유보다 단지 도시바의 현 경영진에 의한 경영권 장악이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일, ‘교도통신’은 일본 유명 복합기업인 ‘히타치 제작소’가 자회사인 ‘히타치 금속’을 매각하기 위해서 ‘미일 펀드 연합’과 교섭을 진행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히타치 제작소는 IT와 디지털 사업을 경영의 주축으로 삼고 시너지 효과가 희박한 자회사를 매각해 유망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고도 전했다.

참고로 지난 1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재팬’이 히타치 제작소의 시니어 무담보 채무 등급을 낮출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히타치 금속은 지난해 4월, 주력 제품인 특수강과 자성재료의 사내 검사에서 비리가 적발되기도 한 전력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소식에 많은 일본 네티즌은 일본의 초명문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매수될지도 모른다는 충격과 함께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한숨 짓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일본 사회는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일본 대표 기업들의 이런 현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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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2021-04-09 11:08:51
흠... 이 사건도 진통이 예상되네요.